• 민주 없는 민주당의 민주타령 

    법률 위에 떼법, 진실 위에 음모, 민생 위에 호화캠핑,
    그러면서 그들은 민주위기를 외친다.

    최성재  
       
     한국의 사이비 지식인은 환원론(reductionism)을 맹신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체론(holism: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큼)에 맞서,
     서양의 근대과학과 더불어 발달한 환원론은 화학의 원소 발견이나 물리학의 만유인력 발견,
     생물학의 DNA 발견 등에서 보듯이 빛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환원론적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인간의 유토피아 꿈은
    두 차례 세계대전과 더불어 산산이 깨졌다.
    실은 환원론도 전체론도 어느 하나만으로는 인간도 자연도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
    수천만의 희생을 대가로 밝혀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대전 후 대표적인 환원론인 마르크스주의가
    소련과 중공을 중심으로 맹위를 떨쳤다.
    부자를 때려눕히고, 죽이고, 씨를 말리고, 전 세계에 공산주의의 바벨탑만 세우면,
    그 날로 바로 지상낙원이 건설되어 영원히 지속된다고,
    소유가 없는 절대평등의 구석기시대로 환원되면,
    누구나 신이 될 수 있다고 광분하는 주장에
    자유진영의 수많은 지식인도 솔깃하여
    현실적으로는 향락과 사치에 중독된 삶을 살면서도
    입으로는 줄기차게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히틀러는 증오했지만, 스탈린과 모택동과 김일성은 흠모했던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완벽한 이론에 따라 건설된 노동자농민의 나라는 환원론의 원점이므로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모두 완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따라,
     아무런 죄 없이 정당한 절차 없이 수천만 명을 죽이고 수억 명을 고문한 것은
     부르주아 국가의 날조에 지나지 않다고 똥배 볼록한 좌파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면 말고!

      한국에선 서양의 환원론이 유교의 정통론과 야합하여 역사적 가정(假定)이 득세했다.

    “고구려가 통일했다면!”

    “묘청이 새 국가를 건설하고 만주를 회복했다면!”

    “정도전이 만주를 회복했다면!” 

    “일본이 조선을 병탄하지 않았다면!”

    “친일파를 척결했다면!” 

    --아, 김일성 씨는 친일파를 척결했구나!

    --아, 김일성 장군은 독립운동을 했구나!

    --아, 김일성 주석은 노동자농민의 나라를 세웠구나!

    (정통성은 북한에 있도다!)

    “김구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남북협상이 성공했다면!”

    “UN군이 6.25에 참전하지 않았다면!”

    “5.16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김대중이 1967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박정희가 유신을 단행하지 않았다면!”

    “5.18이 성공했다면!”

    “노태우가 1987년에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국정원이 댓글 3개를 달지 않았다면!”

      사회나 국가는 유기체이다. 끊임없이 변한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회나 국가도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더 없이 아름다운 사회나 위대한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역으로 아무리 아름다운 사회나 위대한 국가도
    후손들이 향락에 물들거나 서로 헐뜯고 싸우고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면
    형편없는 사회나 국가로 전락한다.

    로마의 영광은 1500년이 지나도 부활의 기미조차 없다.
    중국의 영광 당나라의 전성기도 기껏해야 100년이었다.
    영원한 강국도 영원한 약소국도 없다.

    한국이 인구 5천만 이상 국가에서 세계 7위 선진부국이 될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으랴!

    환원론에 따른 한 사회의 조직이나, 한 국가의 건설은 단지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때로 좀 더 나을 수는 있지만, 그것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또한 환원론 자체가 잘못된 가정일 수도 있다.
     수천 가지 요소 중에서 수십 가지만으로 구축한 이론을 맹종하면,
    그 자체의 순환 논리적 함정에 빠지면,
     반세기 공산국가 악몽처럼 전쟁보다 심한 대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중세의 세속적 기독교처럼, 히틀러의 아리안족 운명론처럼,
    마르크스의 공산당 유령처럼,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기대어,
    영원히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인데, 일부 인간들이 완전함을 자처하면,
    그런 종교나 이데올로기로 권력과 부를 장악한 인간 집단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악마로 군림하며
    힘없고 죄 없는 다수의 사람들을 생지옥으로 끌고 간다. 

      한국은 출발이야 미미했지만, 밑도 끝도 없는 역경을 극복하고
    싸우면서 건설하는 과정에서 위로 대통령부터 아래로 서민에 이르기까지
    잘못한 것보다 잘한 것이 수십 배 수백 배 많았다.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도 한국만큼 단기간에 이렇게 발전한 나라가 없다.
     비록 못 살았지만,
    1948년에 이미 2013년의 G2 중 한 나라보다 민주주의를 잘 구현했다.
     1972년에도, 1980년에도 북한에 비교하면 민주주의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아득히 비상했다. 

      북한은 출발이야 환인과 환웅이 점지해 준 지하자원과,
    일제가 두고 간 최신식 공장과, 소련이 선물한 첨단무기로 한국보다 10배 정도 유리했다.
    그러나 그 후 독재권력에 환장하고 전쟁에 환호하고 거짓에 환연(驩然)하고
    노동자농민을 착취하고 감시하고 굶기고 고문하고 죽이는 것에
    무한한 가학적 쾌감을 느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잘못을 고친 적이 없기 때문에,
     개혁개방은 눈속임이었기 때문에,
    1990년대부터 소말리아보다 못 살게 되고 차우셰스쿠의 루마니아보다 숨 막히는
    수용소 군도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한국의 사이비 지식인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평등이란 추상적 말에 집착하여,
    환원론적 고정관념에 따라, 김씨왕조에는 민족이란 백지 면죄부를 주고
     위장용으로 어쩌다가 비판하는 척하고는 즉시 양비론적인 입장으로 한국을 더 세게 비판한다.

     마찬가지로 김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에게는 민주와 통일과 평화의 월계관을 씌어 주고
    나머지 역대 대통령은 모조리 친일과 독재의 가시 면류관을 씌어 인민재판에,
    조작된 여론재판에 회부하여 조리돌린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했을 때는 모든 게 잘한 것이라 생떼를 부린다.
    민주의 정통성을 가졌다는 환원론적 대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잘못된 것은 당시 야당의 발목 잡기 탓으로 돌리거나
    그 이전 정권의 뿌리 깊은 독재 탓으로 돌린다. 

      서양적 환원론과 동양적 정통론의 야합에 정신 줄을 놓은 자는,
     거기에 영혼을 팔고 양심을 저당 잡힌 자는 자신도 모르게 정신적 잠재적 독재자가 된다.

    제 눈의 들보는 최면 상태에서도 못 보지만 남의 눈의 티끌은 한밤중에도 귀신같이 잘 본다.
    불만과 증오에 가득 찬 편집광(偏執狂)이 된다.
    자기편이 아니면 한 입에 잡아먹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만화영화에 푹 빠진 유치원생 수준의 흑백론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타협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야합이므로!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고 욕하고 저주한다.
    토론도 있을 수 없다. 너 죽고 나 살고, 그것밖에 없다.
    상대방의 무조건 항복만을 요구할 뿐이다.

     민주의 출발점이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인데, 상대방을 악마나 악마의 앞잡이로 본다.
    따라서 절대 상대방을 인정하지 못한다. 인정은 곧 변절이므로!
    자연히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에만, 싸움에만, 정쟁에만 골몰한다.

    한편 독재의 독재인 김씨왕조는 환원론에 따라 정통성을 가진 마음의 조국이므로
    무조건 두둔하고 이해하지만, 민주의 민주인 한국의 정적은 오로지 타도대상으로만 본다.

    그런 사고방식에 찌들어 있으니까,
    판사까지 된 자가 정당 내의 대리투표는 민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한 독점적 법률 해석 권력을 악용하여
    자유민주의 혈관에 이처럼 독재의 암 줄기 세포를 집어넣는다. 

    (이코노미스트지 분류의 민주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현재 25개 완전한 민주국가군 즉 full democracies에 속하며,
    세계 20위로 미국 21위, 일본 23위, 프랑스 28위보다 앞선다.
     중국은 142위, 북한은 꼴찌인 167위!)

    한 마디로 말해서 민주당은 민주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입만 열만 민주당은 민주의 위기를 울부짖지만,
    반세기 18번 민주타령을 박자 음정 몽땅 틀리게 고래고래 아무 데서나 불러 제치지만,
    만약 그 말이 맞다면 그 비롯됨은 호응하는 이 거의 없는
     나 홀로 장외투쟁에 신명을 바치거나 어쩌다 여의도에 들르면 다짜고짜 욕설과 비방과 트집 잡기와 멱살잡이와 음모론 대량생산으로 날을 지내는 민주당이다.

    한국의 자유민주를 활짝 꽃피운 노태우 이후 3번 크게 속은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민주당이다.
     면책특권과 민주화선진법을 최대한 악용하는 민주당이다.

    독재자의 독재자에게 ‘위원장님, 우리 위원장님!’ 하면서
     독재 유지용 비자금 바친 것을 무상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영광의 그 날로 당장 되돌아가자고 동네방네 떠드는 민주당이다.
    음으로 양으로 100억 불을 갖다 바치고도 편지 한 통 전화 한 통 주고받지 못한 민주당이다.
     (인민민주당이던가?)
    법률은 떼법으로 엿 먹이고, 진실은 음모론으로 코웃음치고,
    민생은 호화캠핑으로 나 몰라라 하고, 그러면서 입만 열면,
    머리에 보랏빛 토끼풀 꽃을 꽂은 춘자씨가 푸른 하늘에 삿대질하며 혼잣말하듯이
    민주의 위기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는 민주당이다.
    북한의 노동당 2중대 RO정당을
    국회에 애걸복걸 끌어들인 민주당이다.
    고아 수출 대신 이들을 어릿광대로 전 세계로 수출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