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교과서-전교조 명단공개 판결 기사..‘검증 부실’ 논란 인민재판-마녀사냥식 보도행태에 발언자 해명도 무시
  • ▲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왼쪽)와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연합뉴스
    ▲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왼쪽)와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연합뉴스

    1930년대 대공황 직후
    미국 앨라바마주의 한 마을을 무대로 한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는
    일곱 살 소녀가 열한 살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대표적인 성장소설이다.

    소설은
    소녀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변호사가
    백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흑인의 변호를 맡으면서
    마을사람들과 겪는 갈등이 글 전체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백인 변호사가 [백인 여성을 살해한](마을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흑인을 변호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을사람들의 위협이 심해지면서
    <핀치>는 어린 딸에게 특별한 당부를 한다.

    “모든 변호사들은 생애 중 가장 중요한 공판이 있다.
    아빠에게는 이번이 그렇다.
    앞으로 학교에서 너희들이 이 일로 불쾌한 일을 겪게 될 거다.
    그때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하지 말고 주먹이 아닌 머리로 싸우거라”


    <핀치>는
    운명의 잔을 들지 말라고 충고하는 동생에게
    자신이 마을사람들의 위협과 멸시에도 불구하고
    흑인을 변호하는 이유를 말해 준다.

    “난 아이들이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병적인 관념(흑인비하)에 물들게 하고 싶지 않아.
    이성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흑인이 관계되는 일이면
    왜 미쳐 날뛰는지 모르겠어..
    (중략)
    ..때로 곤란한 상황이 될 지라도
    모든 사람을 사랑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



    최근 뉴스 사회면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교학사> 고교 한국사교과서의 집필자 중 한 사람인 권희영 교수는
    해당 교과서가 검정에 합격했다는 소식과 함께  
    [속칭 진보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뭇매를 맞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제주 4.3사건>을 폭동으로 비하했다는 기사가 쏟아지면서,
    그를 향한 비난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권희영 교수는,
    관련 보도에 대해
    자신의 논문 원고까지 공개하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으나,
    이를 귀담아 듣는 언론은 거의 없다.

    조전혁 전 의원은
    [전교조 명단 공개 사건] 1심 판결에서
    4억5,000만원이 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으면서
    언론의 달갑지 않은 조명을 받았다.

    [전교조 명단 공개 사건] 판결 소식을 전한 언론들은
    하나같이 조전혁 전 의원을 희화화시키기에 바빴다.

    조전혁 전 의원이
    [학부모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결과라는 항변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전교조에 겁 없이 맞선, 어리숙한 전직 국회의원]을 비웃는 여론에 이내 묻혀버렸다.

    두 사람은 걸어온 길이 다르다.
    대학 교단에 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공도 연구영역도 비슷한 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두 사람이
    뉴스 사회면에 자주 이름을 올리면서 새로운 공통점이 생겼다.

    전공도 걸어온 길도 다르지만,
    두 사람이 지금까지 보여준 언행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인민재판식] 비난과 멸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권희영 교수는
    그가 집필에 참여한 <교학사>역사교과서가 검정에 최종 합격하면서
    격렬한 비난을 받고 있다.

    [진보]라는 이름을 앞에 내 건 일부 언론들은,
    횟집 도마 위에 올린 생선 다루듯
    그를 난도질했다.

    그가 초대 회장을 지낸
    중견 사학자들의 학술연구모임인 <한국현대사학회>도
    [진보언론]의 무자비한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진보언론]들은
    [교학사 역사교과서=현대사학회=뉴라이트+수구 꼴통]이라는
    기발한 등식을 창작해 냈다.

    이런 등식 아래서
    <교학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권희영-이명희(한국현대사학회 2대 회장) 교수는,
    이른바 [진보언론],
    사실은 [깡통진보언론]에게 더 없이 좋은 먹잇감이 됐다.

    [깡통진보언론]은
    권희영-이명희 교수는 물론이고,
    교과서 집필과 관련이 없는
    <현대사학회> 소속 학자들을 한 데 묶어,
    [친일-민족반역자-수구 꼴통]이란
    [주홍글씨]
    를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권희영-이명희 교수가 했다는 발언의 전후 사정을 확인하거나,
    <교학사>교과서의 내용을 교차 확인하는 등의 검증은 사실상 무시됐다.

    오히려
    일부 [깡통진보언론]들은
    두 교수의 발언을 교묘히 [짜깁기]해
    존재하지도 않은 말을 [창조]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보수 학자가 서술 오류를 인정했다”고 한
    <한겨레신문>의 보도나,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자가 제주 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했다”
    <경향신문>의 보도는
    [진보언론]의 보도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한겨레신문> 9월 3일자,
    뉴라이트 교과서 저자 “위안부 서술 잘못”


  • ▲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왼쪽)와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연합뉴스




    <경향신문> 9월 5일자,
    교학사 교과서 쓴 권희영 교수
    “제주 4·3은 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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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가 나간 뒤,
    권희영-이명희 교수는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자료를 배포했으나,
    [깡통진보언론] 중 이들의 해명을 게재한 곳은 아직까지 없다.

    [깡통진보언론]들은
    <교학사>역사교과서 사안을 다루면서
    유독 사전 검증이나 사후 반론권 보장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교학사>역사교과서와 <한국현대사학회>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이 둘을 [한 묶음]으로 단정 짓는 태도는 특히 문제다.

    <교학서>역사교과서와 관련된 [깡통진보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인민재판]-[마녀사냥]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4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조전혁 전 의원의 처지는 더 안쓰럽다.

    조전혁 전 의원이
    오랜만에 주류 언론의 관심을 받은 것은 지난 4일이었다.

    조전혁 전 의원은
    2010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입수한
    교직원 단체 및 노동조합 가입 현황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전교조>는
    법원에 개인정보 보호 침해를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재판부는 명단 공개를 계속할 경우
    하루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명령을 내렸으나,
    조전혁 전 의원은 해당 정보를 삭제하지 않았다.

    조전혁 전 의원은
    4일 나온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전교조> 소속 교사 4,584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4억5,84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전교조> 명단 공개 판결 소식을 전한 언론의 태도는 약속이나 한 듯 똑같다.

    대부분
    재판부가 조전혁 전 의원에게
    4억5,000여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전혁 전 의원이
    <전교조> 교사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판결이유]도
    비중있게 다뤘다.

    관련 기사들을 보면
    조전혁 전 의원은
    약자의 기본권을 유린한 잔인한 기득권 세력의 전형처럼 그려졌다.

    반면,
    기사에서 드러난 <전교조>의 모습은
    강자에게 핍박받는 힘없는 약자나 다름이 없다.

    관련 기사들은 <전교조>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줬다.

    이번 판결과 관련 기사들은
    <전교조>가 [반국가-좌편향] 이미지로부터 벗어나는데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전교조 전 수석부위원장> 등 <전교조> 간부들이 결성한
    이적단체 <새시대교육운동>으로 촉발된 비판여론을 무마시키고,
    지난해 말 서울시교육감 선거 패배로 위축된 조직의 힘을 재정비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조전혁 전 의원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이유를 언급한 언론은 없다.
    대부분 기사의 논조와 내용은 철저하게 조전혁 전 의원의 책임만을 부각했다.

    <전교조> 명단 공개의 위법성만을 강조할 뿐,
    [학부모 알권리 보장]의 필요성과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견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전교조의 기사회생과 조전혁에 대한 부관참시].
    <전교조> 명단 공개 판결 기사들을 이렇게 정의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영화로도 만들어진 <앵무새 죽이기>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변호사 <핀치>는
    마을 이웃들의 멸시와 위협 속에서도
    흑인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는데 성공하지만,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단은 결국 유죄 평결을 내린다.

    판결에 절망한 흑인 피고인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중간에 도주를 시도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제목인 <앵무새 죽이기>
    소설 속 아이들이 장난삼아 [앵무새] 사냥을 하는데서 착안한 이름이다.

    <핀치>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가르친다.

    여기서 [앵무새]
    인종차별이란 편견에 의해
    끝내 누명을 쓰고 죽음을 당하는 흑인 피고인과 같은
    [힘없는 누군가]
    를 상징한다.

    [권희영]과 [조전혁], 그리고 [언론].
    이들 가운데 [앵무새]는 과연 누구일까?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과 정통성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역사교과서는 과연 수구꼴통의 산물인가?

    [건국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친일 부역행위인가?

    발언과 다른 기사를 내보냈다는 취재원의 항의를 받고도
    이를 무시하는 [깡통진보언론]의 행태는 과연 떳떳한가?

    “4월 3일 남로당이 무장 봉기를 일으켰다”는 발언을
    “<제주 4.3 사건>을 폭동이라고 규정했다”고 한 언론 보도는 진실에 부합하는가?

    <전교조> 교사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학부모들의 알권리]는 침해당해도 되는가?

    학부모들은 자녀의 담임교사가 <전교조> 소속인지 여부를 알 권리가 없는가?

    [가르치는 자]의 입장에서,
    교사들은 자신의 <전교조> 가입여부를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알릴 의무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