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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대공황 직후
미국 앨라바마주의 한 마을을 무대로 한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는
일곱 살 소녀가 열한 살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대표적인 성장소설이다.소설은
소녀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변호사가
백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흑인의 변호를 맡으면서
마을사람들과 겪는 갈등이 글 전체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마을사람들은
백인 변호사가 [백인 여성을 살해한](마을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흑인을 변호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마을사람들의 위협이 심해지면서
<핀치>는 어린 딸에게 특별한 당부를 한다.“모든 변호사들은 생애 중 가장 중요한 공판이 있다.
아빠에게는 이번이 그렇다.
앞으로 학교에서 너희들이 이 일로 불쾌한 일을 겪게 될 거다.
그때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하지 말고 주먹이 아닌 머리로 싸우거라”
<핀치>는
운명의 잔을 들지 말라고 충고하는 동생에게
자신이 마을사람들의 위협과 멸시에도 불구하고
흑인을 변호하는 이유를 말해 준다.“난 아이들이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병적인 관념(흑인비하)에 물들게 하고 싶지 않아.
이성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흑인이 관계되는 일이면
왜 미쳐 날뛰는지 모르겠어..
(중략)
..때로 곤란한 상황이 될 지라도
모든 사람을 사랑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
최근 뉴스 사회면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교학사> 고교 한국사교과서의 집필자 중 한 사람인 권희영 교수는
해당 교과서가 검정에 합격했다는 소식과 함께
[속칭 진보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뭇매를 맞고 있다.여기에 더해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제주 4.3사건>을 폭동으로 비하했다는 기사가 쏟아지면서,
그를 향한 비난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권희영 교수는,
관련 보도에 대해
자신의 논문 원고까지 공개하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으나,
이를 귀담아 듣는 언론은 거의 없다.조전혁 전 의원은
[전교조 명단 공개 사건] 1심 판결에서
4억5,000만원이 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으면서
언론의 달갑지 않은 조명을 받았다.[전교조 명단 공개 사건] 판결 소식을 전한 언론들은
하나같이 조전혁 전 의원을 희화화시키기에 바빴다.조전혁 전 의원이
[학부모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결과라는 항변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전교조에 겁 없이 맞선, 어리숙한 전직 국회의원]을 비웃는 여론에 이내 묻혀버렸다.
두 사람은 걸어온 길이 다르다.
대학 교단에 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공도 연구영역도 비슷한 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그런데 최근 두 사람이
뉴스 사회면에 자주 이름을 올리면서 새로운 공통점이 생겼다.전공도 걸어온 길도 다르지만,
두 사람이 지금까지 보여준 언행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인민재판식] 비난과 멸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권희영 교수는
그가 집필에 참여한 <교학사>역사교과서가 검정에 최종 합격하면서
격렬한 비난을 받고 있다.[진보]라는 이름을 앞에 내 건 일부 언론들은,
횟집 도마 위에 올린 생선 다루듯
그를 난도질했다.그가 초대 회장을 지낸
중견 사학자들의 학술연구모임인 <한국현대사학회>도
[진보언론]의 무자비한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진보언론]들은
[교학사 역사교과서=현대사학회=뉴라이트+수구 꼴통]이라는
기발한 등식을 창작해 냈다.이런 등식 아래서
<교학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권희영-이명희(한국현대사학회 2대 회장) 교수는,
이른바 [진보언론],
사실은 [깡통진보언론]에게 더 없이 좋은 먹잇감이 됐다.[깡통진보언론]은
권희영-이명희 교수는 물론이고,
교과서 집필과 관련이 없는
<현대사학회> 소속 학자들을 한 데 묶어,
[친일-민족반역자-수구 꼴통]이란
[주홍글씨]를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이 과정에서
권희영-이명희 교수가 했다는 발언의 전후 사정을 확인하거나,
<교학사>교과서의 내용을 교차 확인하는 등의 검증은 사실상 무시됐다.오히려
일부 [깡통진보언론]들은
두 교수의 발언을 교묘히 [짜깁기]해
존재하지도 않은 말을 [창조]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보수 학자가 서술 오류를 인정했다”고 한
<한겨레신문>의 보도나,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자가 제주 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했다”는
<경향신문>의 보도는
[진보언론]의 보도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한겨레신문> 9월 3일자,
뉴라이트 교과서 저자 “위안부 서술 잘못” -
<경향신문> 9월 5일자,
교학사 교과서 쓴 권희영 교수
“제주 4·3은 폭동” -
기사가 나간 뒤,
권희영-이명희 교수는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자료를 배포했으나,
[깡통진보언론] 중 이들의 해명을 게재한 곳은 아직까지 없다.[깡통진보언론]들은
<교학사>역사교과서 사안을 다루면서
유독 사전 검증이나 사후 반론권 보장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교학사>역사교과서와 <한국현대사학회>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이 둘을 [한 묶음]으로 단정 짓는 태도는 특히 문제다.<교학서>역사교과서와 관련된 [깡통진보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인민재판]-[마녀사냥]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4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조전혁 전 의원의 처지는 더 안쓰럽다.조전혁 전 의원이
오랜만에 주류 언론의 관심을 받은 것은 지난 4일이었다.조전혁 전 의원은
2010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입수한
교직원 단체 및 노동조합 가입 현황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전교조>는
법원에 개인정보 보호 침해를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당시 재판부는 명단 공개를 계속할 경우
하루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명령을 내렸으나,
조전혁 전 의원은 해당 정보를 삭제하지 않았다.조전혁 전 의원은
4일 나온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전교조> 소속 교사 4,584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4억5,84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전교조> 명단 공개 판결 소식을 전한 언론의 태도는 약속이나 한 듯 똑같다.
대부분
재판부가 조전혁 전 의원에게
4억5,000여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을 강조했다.조전혁 전 의원이
<전교조> 교사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판결이유]도
비중있게 다뤘다.관련 기사들을 보면
조전혁 전 의원은
약자의 기본권을 유린한 잔인한 기득권 세력의 전형처럼 그려졌다.반면,
기사에서 드러난 <전교조>의 모습은
강자에게 핍박받는 힘없는 약자나 다름이 없다.관련 기사들은 <전교조>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줬다.
이번 판결과 관련 기사들은
<전교조>가 [반국가-좌편향] 이미지로부터 벗어나는데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올해 초
<전교조 전 수석부위원장> 등 <전교조> 간부들이 결성한
이적단체 <새시대교육운동>으로 촉발된 비판여론을 무마시키고,
지난해 말 서울시교육감 선거 패배로 위축된 조직의 힘을 재정비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지금까지 조전혁 전 의원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이유를 언급한 언론은 없다.
대부분 기사의 논조와 내용은 철저하게 조전혁 전 의원의 책임만을 부각했다.<전교조> 명단 공개의 위법성만을 강조할 뿐,
[학부모 알권리 보장]의 필요성과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견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전교조의 기사회생과 조전혁에 대한 부관참시].
<전교조> 명단 공개 판결 기사들을 이렇게 정의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영화로도 만들어진 <앵무새 죽이기>의 결말은 비극적이다.변호사 <핀치>는
마을 이웃들의 멸시와 위협 속에서도
흑인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는데 성공하지만,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단은 결국 유죄 평결을 내린다.판결에 절망한 흑인 피고인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중간에 도주를 시도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제목인 <앵무새 죽이기>는
소설 속 아이들이 장난삼아 [앵무새] 사냥을 하는데서 착안한 이름이다.<핀치>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가르친다.여기서 [앵무새]는
인종차별이란 편견에 의해
끝내 누명을 쓰고 죽음을 당하는 흑인 피고인과 같은
[힘없는 누군가]를 상징한다.[권희영]과 [조전혁], 그리고 [언론].
이들 가운데 [앵무새]는 과연 누구일까?
묻고 싶다.<대한민국>의 건국 과정과 정통성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역사교과서는 과연 수구꼴통의 산물인가?[건국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친일 부역행위인가?
발언과 다른 기사를 내보냈다는 취재원의 항의를 받고도
이를 무시하는 [깡통진보언론]의 행태는 과연 떳떳한가?“4월 3일 남로당이 무장 봉기를 일으켰다”는 발언을
“<제주 4.3 사건>을 폭동이라고 규정했다”고 한 언론 보도는 진실에 부합하는가?<전교조> 교사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학부모들의 알권리]는 침해당해도 되는가?학부모들은 자녀의 담임교사가 <전교조> 소속인지 여부를 알 권리가 없는가?
[가르치는 자]의 입장에서,
교사들은 자신의 <전교조> 가입여부를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알릴 의무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