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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하의 일기장!



    SBS 수,목드라마(밤01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연출 조수원, 극본 박혜련) 4일 방송에서는 수하가 예전에 쓴 일기가 한 편의 동화처럼 그려진다.


    고등학교때 같은 반 친구들은 수하(이종석)가 살인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건을 TV를 통해 알게 된다. 그 중의 수하와 곧잘 주먹 싸움도 하던 친구가 TV를 통해 들은 목소리를 듣고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들었지만 듣고 찾아 온 사람은 한 명이었다.

    "나를 잘 압니까?"
    "일기인지 편지인지 모르지만 네 사물함에 있던거야!"

    수하는 성빈(김가은)을 좋아하지만 내색을 못했다. 그런데 성빈이는 공부도 잘 하고 뭔가 특별하게 보이는 수하를 좋아하고 있어서 수하한테 심술궂게 굴었던 친구다.

    인생은 아이로니로 가득하다. 내가 잘 해 준 사람은 어려울 때 오히려 외면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다가와 준다. 나를 괴롭게 했던 사람이 찾아와 도와준다.

    이 친구도 수하와 싸우면서 정도 들었을거고 수하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고 잘못한 것도 있으니 미안한 마음에 빚이 조금은 있어 찾아 왔을거다.공부도 못하고 싸움질하는 얘들과 어울려 다니던 별 볼일 없던 친구는 심술이 나서 감춰뒀던 일기장을 단순한 마음으로 갖고 수하를 찾아온다. 이 지극히 작은 일이 수하에게 큰 일을 하게 된다.

    친구는 수하에게 일기장만 전해주고 가려고 했지만 반입이 안 된다고 한다. 난처해 하는 걸 본 교도관이 단순하게 말한다.

    "네가 읽어 줘!"
    "10분 밖에 시간이 없는데! 그럼 매일 와야 하잖아!"
    "어떡하든 읽어 줘. 그래 주면 안 돼? 가지 마! 제발!"

    애처로운 눈길로 친구한테 부탁한다. 기억을 잃었으니 자존심이니 뭐니 살면서 하나 둘 어깨 위에 올려 놓은 것들, 머리속에 가득 채운 것들을 빼 버리니 어린아이 같이 단순한 마음이 되어 말한다. 어린 아이 같이 부탁하는 모습이 찡하면서도 웬지 아름답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여라'라는 시도 있고 아이같은 마음을 가져야 천국에 들어 갈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우리는 왜 살면서 쓸데없는 헛되고 무거운 것들을 인생의 옷에다 덕지덕지 붙이고 비루한 삶을 허덕거리며 사는 지모르겠다.




    험상궂게 생겼지만 의외로 마음은 비단 같은가 보다. 돌아서려다 말고 수하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고 주저 앉는다. 아! 그러고 보니 목소리는 듣는 순간이 기한 만료다.

    "2003년 9월 13일 초등학교 때 네! 누나(이보영)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
    그 나쁜 아저씨(정웅인) 발차기로 때려 줄 거예요. 나만 믿으세요!"


    순진한 어린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 줘 미소를 짓게 한다.
    이 친구는 연신 오글거려서 못 읽겠다며 조그만 소리로 읽는다.

    "크게 읽어 줘!"

    친구의 부탁에 크게 또박또박 읽어준다. 날마다 와서 읽어준다.

    "당신과 수족관에 가면 좋겠어요. 너무 가 보고 싶어요.
    나의 세상은 너무 시끄러운데 그 곳에 가면 평안하고 조용할 것 같아요.
    언젠간 수족관에 꼭 가 보고 싶습니다."

    그 순간 얼핏 혜성이와 마지막으로 수족관에 갔던 영상이 잠깐 수하 머리속에 떠 올랐다가 사라진다.

    "오늘은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입니다.
    아버지 기일 때 마다 당신이 법정에 들어 온 순간이 생각 납니다.
    아버지가 단순한 뺑소니 교통사고로 처리되었다면 억울함에 숨 막혔을 것입니다.
    당신은 날 숨쉬게 해 주셨습니다!"

    무식하여 기교없이 또박또박 날마다 와서 은인을 향한 수하의 넘치는 감사의 마음을 다시 수하에게 들려주는 모습은 한 폭의그림과 같다!

    소위 잘 난 친구였으면 감옥에 있는 친구를 어쩌면 흉칙한 살인범일 수도 있는 친구에게 찾아 와 이렇게 일기를 읽어 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시간 수하에겐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의 목소리다.

    이 작가 정말 대단하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을 직조해 내는 데 조금도 산만하거나 흐트러짐이 없다. 미로같이 얼키고 설킨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목소리로 수 많은 내용을 이 작가는 대신하여 들려 주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 도드라짐이 없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이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청자들이 무엇을 듣기 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