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고위급회담 조심해야 할 요목들

    지난 날 정권들처럼 북한의 도발-협박-대화-보상 책동에 말려들지 말고
    비뚤어진 남북관계를 바로 잡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정용석(코나스)    

    남북한 간에는 6년만에 남북고위급 회담이 12일 서울에서 열릴 전망이다. 북한이 갑자기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특별담화’를 통해 포괄적인 남북회담을 제의한데 따른 박근혜 정부의 호응으로 이뤄지게 되었다.
    북한은 6일 오전 조평통 특별단화를 통해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 이산가족 재회를 위한 인도적 문제 협의, 6.15공동선언 13주년에 즈음한 공동행사 실현, 7.4 공동성명 발표 41주년을 계기로 한 공동기념 행사 개최, 등을 제시했다.

    “회담 장소와 시일은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밖에도 “남조선당국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 나오는 즉시 판문점 적십자 연락통로를 다시 여는 문제를 비롯한 통신, 연락과 관련한 제반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조평통 특별담화 7시간만에 장관급 회담을 12일 개최하자며 회담 준비를 위한 판문점 연락채널 재개 등 북한의 사전조치를 요구했다.

    그동안 북한의 3차 핵실험 및 연이은 탄두 미사일 실험과 그에 대한 한국의 강경한 대처로 경직되었던 남북관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이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1972년 7월 남북 7.4 공동성명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회담 41년을 되돌아보면,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해선 아니 된다. 북한의 도발-협박-대화-보상-도발의 악순환을 되풀이 했던 악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6.12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박근혜 정부가 유의해야 할 요목들은 대체로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기본적으로 남북대화 성사 그 자체를 정치적 실적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

    남북대화 그 자체 보다는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느냐의 결과를 중시해야 한다. 우리의 역대 정부들이 대북정책에서 실패한 주요 원인들 중의 하나가 남북대화 그 자체를 정치적 성과로 간주, 북측에 대화를 구걸하며 대화에 매달렸던데 기인한다. 대화에 매달리면 북에 질질 끌려 다니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도 대화성사를 정치적 실적으로 간주한다는 조짐은 벌써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대화제의와 관련해 “그동안 국민들께서 정부를 신뢰하여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뒤 늦게라도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를 수용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청와대측은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드디어 북측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북한의 6.6 대화제의 그 자체를 가지고 “국민들게 감사”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드디어 북측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북한의 지난날 고약한 버릇을 상기할 땐 북한이 또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민들께 감사”하며 “북측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성급한 단정은 남북대화 결과 보다는 대화 그 자체를 정치적 업적으로 본다는데 기인한다. 박근혜 정부도 역대 정권의 실패 전철을 밞지 않나 걱정된다.

    둘째, 북한의 대화 제의 저의를 주도면밀하게 분석, 대처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대체로 정부와 전문가들에 의한 북의 6.6 대화 저의 분석은 한국과 중국, 한국과 미국 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중의 북한 도발 성토와 대북압박을 피하기 위한 연막전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그밖에도 남한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저와 같은 북한의 외교적 경제적 국면 타개 의도 분석들에 일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6.6 대화제의 저의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북한은 외교적 경제전 국면 타개라는 인상을 주면서 실제로는 남한을 대화로 끌어내 지난날 그랬던 것처럼 북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는데 있다.

    북의 의도는 명백하다. 도발-협박-대화-보상-협박의 악순환 고리로 남한을 요리하려는데 있다. 북한은 오늘의 시점을 도발과 협박에 이은 대화와 보상의 단계로 판단, 대화전략으로 나온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3차 핵실험, 미사일 실험 등 연이어 도발하였다. 그리고는 협박 단계로 들어간 셈이다.

    북한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북핵의 표적은 미국이 아닌 남조선” “제2 조선전쟁 못 피해” 개성공단 북한측 근로자 강제 철수, 정전협정 무효 선언, 판문점 남북군사통신선 절단, 등 협박으로 일관했다. 북한은 남한에 잔뜩 겁을 준 다음 대화를 제의함으로써 남한이 대화 제의에 감지덕지 하는 기분으로 임해 북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 한다.

    셋째,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말고 남한의 원칙대로 끌고 가야 한다.

    북한이 6.6 대화제의에서 노리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의 남한 금강산관광객 사살과 관련한 북한의 사과와 관광객 신변안전 보호,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보장, 핵무기 폐기 등의 남한측 요구들을 없었던 것으로 넘기려는데 있다. 그러면서 경제적 보상을 얻어내는데 있다.

    넷째, 우리 정부는 남북장관급 회담이 결렬될 지라도 우리가 얻고자 하는 대목들을 흔들리지 말고 관철시켜야 한다.

    관광객 사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신변안전보장,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의 사과와 재발방지,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들의 공장 운영과 재산 보호 장치, 북핵 포기 등을 기필코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6.12 남북장관급회담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소신인 원칙과 그에 따른 대북정책을 시험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날 정권들처럼 북한의 도발-협박-대화-보상 책동에 말려들지 말고 비뚤어진 남북관계를 바로 잡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Konas)

    정용석(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