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연예인 프로포폴 수사' 막바지? 설연휴 직전 톱스타 4명 소환..고강도 조사
  • 2011년부터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된 '신종마약' 프로포폴(propofol)이 연예가를 강타했다.

    지난달 9일 소위 '뷰티벨트'로 불리는 서울 청담동 일대 성형외과·피부과 7곳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성진)는 유명 여배우 일부가 특정 병원을 찾아와 '성형시술'을 받으며 프로포폴을 맞아온 정황을 확인하고 이들을 소환 조사했다.

    1차로 장미인애가 소환됐고, 이승연(사진)과 현영, 박시연이 차례로 검찰청을 다녀갔다.

    검찰이 이들을 대상으로 ▲처방전 없이 프로포폴을 투약 받은 사실이 있는지 ▲보톡스 시술 등 수면유도제가 필요 없는 진료에 프로포폴을 투여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특성상 물에 녹지 않아 대두유를 용매로 쓰는 까닭에 우유주사란 별칭으로 불리는 프로포폴은 수술시 전신마취의 유도나, 인공호흡 중인 중환자의 '진정'을 위해 사용되고, 수면내시경 등을 할 때에도 자주 애용되는 약물이다.

    프로포폴은 빠른 대사속도로 인해 체내에 거의 축적되지 않는 잇점이 있다. 마취 깊이의 조절이 쉽고, 마취 회복 시간도 빠른 편이서 일선 의사들 사이엔 '안전하고 효과적인' 마취제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불안감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등 환각을 일으키는 효과도 있어 (음성적으로)환각제 대용으로 오남용 되는 사례가 잦았다.

    경·검찰 조사에 따르면 주된 고객층은 '화류계 종사자'들로, 불규칙한 생활 패턴과 짧은 수면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적인 사실은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 온 단골 고객 중 유명 연예인들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검찰이 확보한 프로포폴 투약자 명단에는 상기한 유명 여배우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이들은 한 달에 1~2번 병원을 방문해 피부 및 전신 관리 시술을 받으면서 프로포폴을 투약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검찰 조사에 대해 병원 측은 "정상적인 시술 과정에서 통증을 없애기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했을 뿐"이라며 "문제될게 없다"는 반응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소규모의 피부 진료나 성형 시술이 많기 때문에 국소 마취를 자주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성형시술 과정에서 마취를 하기 위해 적정량의 프로포폴을 맞았다면 불법이 아니다.

    검찰도 단순 정황만으로는 이들의 혐의를 단정짓기 힘들다고 보고, 증언 및 물증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소환된 연예인들도 한사코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피부 미용 시술'이나 '치료 과정'에서 프로포폴이라는 마취제가 쓰였을 뿐, 다른 목적으로 투여받은 사실은 없다는 해명이다.

    장미인애 : "피부 및 전신 관리 시술을 위해 2006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수 차례 병원을 찾았고 이 때마다 시술 주사를 맞기 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전신 마취를 했습니다."

    이승연 : "'척추 치료'와 '미용시술 과정' 중 프로포폴 투약을 한 사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합법이며 프로포폴이라는 약품이 사용된 사실은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박시연 : "허리 통증으로 인해 계속해서 치료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의사의 처방에 따른 치료의 과정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프로포폴이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당시 알 수 없었습니다."

    현영 : "여자 연예인이란 직업의 특성상 미용 치료를 목적으로 의사와 여러 차례 상담 후 처방과 동의를 받아 병원을 방문한 사실이 있지만, 2011년 임신 후로는 시술과 성형을 목적으로 단 한 차례도 병원을 찾은 적이 없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다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사실이 없으며 오로지 의사의 처방에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미용 시술이나 허리 치료 과정에서 사용된 마취제(수면유도제)가 프로포폴이었고, 약물 투약을 결정하는 건 자신들이 아니라 병원 측이라는 설명이다.

    이 중 현영은 2011년 이후로는 프로포폴을 맞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항변을 늘어놨다.

    이 말이 사실일 경우 현영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관리한 것이 2011년부터이기 때문이다.

    다른 연예인들도 자신들은 처방에 따라 시술만 받았을 뿐, 당시엔 프로포폴이란 약물을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검찰이 특정 병원을 상대로 확보한 자료는 ▲최근 2~3년간의 '프로포폴 투약자 명단'과 ▲'처방전-진료카드' ▲'약품관리-매출 장부' 등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환자의 상태에 적합한 처방이 이뤄졌고 시술 과정에서 약물 오남용 흔적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검찰의 대대적인 소환조사는 '과잉 수사'라는 오명을 쓰게 될 공산이 있다.

    반대로 환자의 상태와 어울리지 않은 처방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특정 약물의 오남용 기록이 남아 있다면 일부 연예인과 해당 병원은 '무거운 처벌'을 피할 방도가 없어진다.

    지난해 10월 프로포폴 투약 중 사망한 40대 피부과 여의사의 투약 기록에서 최초 단서를 포착한 검찰은 오남용 사례 외에도 프로포폴의 불법 유통 실태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연예인에 대한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는다하더라도 프로포폴 관리를 부실하게 한 일부 병원들의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사아줌마'나 '주사아저씨'들이 성형외과-피부과 근처에 출몰하는 이유도 일부 병원 관계자들이 (허수로 매입해)장부상 누락된 약물을 불법 유통시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프로포폴 광풍, 대체 언제까지?"

    연예계를 대상으로 한 프로포폴 수사가 장기화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미 소환된 이승연, 현영 등 톱스타 외에도 여배우 K씨, 방송인 K씨 등이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고 있다는 소문이 각지에 횡행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방송인 에이미의 불법투약 사실을 포착한 경·검찰은 에이미에게 프로포폴을 공급한 유통책(자동차 딜러 L씨, 병원 관계자)을 중심으로 추가 혐의자들을 추적해 왔다.

    이와중에 가수 C, 작곡가 D씨와 일부 방송 관계자들의 이름이 불거졌고 유명 중견배우 B씨도 혐의자 선상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투약 시기가 불분명하고 물증 확보가 어려워 이들에 대한 수사는 더이상 전척되지 못했다.

    여기에 '브로커 검사 파문' 등 검찰 내부 사정도 원활한 수사 진행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담당 검사를 바꾼 검찰은 올해 초부터 한동안 '묵혀왔던' 프로포폴 수사를 재개했다.

    시발이 된 것은 40대 여의사의 투약 기록이었으나, 경·검찰은 수사선상에 오르내렸던 유명인 7~8명에 대한 조사도 다시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굳힌 상태.

    한 방송 관계자는 "수년 전만해도 프로포폴을 맞는 연예인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만일 과거 실태까지 조사한다면 상당수 연예인들이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