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태운 대형 캐딜락 리무진이 21일(현지시간) 오후 취임식장인 의회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65분이었다.

    평소 교통신호에 걸리지 않는 대통령 전용차량이라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를 무려 1시간 넘게 걸려 통과한 셈이다.

    공식 취임식과 오찬에 이어 오후 3시 20분께 의사당을 출발한 오바마 대통령 일행의 차량은 수십대의 경찰 오토바이를 앞에 두고 약 1.5마일(2.4㎞) 거리에서 `거북이 걸음'을 계속했다.

    차량과 함께 나란히 걸어간 비밀경호국(SS) 소속 경호원들의 느린 걸음걸이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가족 등을 태운 리무진 차량은 경광등이 번쩍였고, 한결같이 `대표없는 과세(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라는 문구가 적힌 `800 002'의 번호판이 달렸다.

    이 번호판 문구는 수도 워싱턴DC의 주민들에게 연방의원 선출권이 인정되지 않음을 풍자하는 문구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처음 사용한 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 대통령 차량에서 떼어냈으나 최근 다시 부착됐다.

    성조기와 워싱턴DC 깃발이 나부끼는 거리를 지나는 대통령 차량 앞뒤로는 수십대의 경호차량과 전통복장의 군악대가 늘어섰으며, 취재 TV카메라 기자들이 트럭 2대에 나눠타고 행진을 촬영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길가에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늘어서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를 들어 대통령의 차량을 촬영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창밖을 향해 때때로 손을 흔들 때는 "오바마" "4년 더(four more years)"라는 환호와 함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행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대통령 내외의 도보 행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는 거리 행진이 시작된지 약 20분만에 연방수사국(FBI) 본부 빌딩 인근에서 차량에 내려 천천히 걸으며 환한 표정으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환호에 화답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차량에서 내려 그 뒤를 이었으며, 경호원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오바마 대통령 내외는 약 7분간의 도보 행진을 마친 뒤 올드오피스빌딩 앞에서 다시 차량에 올라탔으나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와 15번가를 거쳐 백악관 앞길에 진입하면서 다시 내려 백악관 앞 행사장까지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백악관 정문을 지나 다시 차량에 올라탄 뒤 백악관에 공식 `입성'하는 것으로 역사적인 두번째 취임 퍼레이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