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진상규명 시민모임, 대한문 앞에서 ‘전자개표기’ 조작 주장새누리당·선관위에 연일 수개표에 의한 재검표 요구, 압박 선거법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선거무효·당선무효도 몰라
  • ▲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18대 대선의 재검표를 요구하는 시민모임의 촛불집회. 이들이 들고 나온 현수막에 쓰인 서체가 김일성이 만들었다는 '광명납작체'로 알려지면서 종북세력이 집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TV조선 방송 캡처
    ▲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18대 대선의 재검표를 요구하는 시민모임의 촛불집회. 이들이 들고 나온 현수막에 쓰인 서체가 김일성이 만들었다는 '광명납작체'로 알려지면서 종북세력이 집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TV조선 방송 캡처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3주가 넘어가는데도 일부 야당지지자들이 재검표와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영수 전 선관위 노조위원장 등은 이미 18대 대통령선거에 대한 무효소송을 대법원에 냈다.

    한 전 위원장이 주도한 선거무효소송은 민주노총이 ‘홍보비’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야권에서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한 전 위원장 등이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소송을 번번이 냈다가 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주장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좌파운동권과 일부 야권지지자들은 여전히 수개표를 통한 재검표를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여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대선 부정선거 진상규명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란 단체를 결정하고, 12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민모임은 이날 집회에서 18대 대통령선거를 전자개표기 조작에 의한 조직적 부정선거로 규정짓고 전면 수개표에 의한 재검표를 거듭 요구했다.

    여기에 민통당 일부 의원들마저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정청래 의원 등은 국회에 재검표 청원서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시민모임과 일부 민통당 의원들은 의혹의 당사자인 선관위와 새누리당이 전자개표기 조작에 따른 부정선거 논란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들은 선관위와 새누리당이 거듭된 부정선거 의혹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반증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1. 새누리당과 선관위가 나서야 재검표 문제 해결?
    전문가 “한 마디로 난센스”

    시민모임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자개표기를 신뢰할 수 없으므로 수개표를 통해 전면 재검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관위와 새누리당이 나서 자신들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먼저 시민모임 등이 요구하는 재검표는 현행법 상 오직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이하 같다) 또는 후보자가 당해 선거나 당선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공직선거법 222조, 223조).

    나아가 현실적으로 재검표를 위해서는 본안소송(선거무효 또는 당선무효소송)에 앞서 투표함·투표지·투표록 등의 보전신청을 내야 한다(법 228조).

    정리하면 18대 대선에 대한 재검표를 위해서는 민주통합당 또는 문재인 전 후보가 투표함 등에 대한 보전신청과 함께 선거무효소송이나 당선무효소송을 내야만 한다.

    즉, 시민모임이나 일부 야당의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선관위나 새누리당이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 민주통합당 율사 출신들의 침묵..
    제1야당답지 못해

    따라서 시민모임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당선무효를 주장하려면 대한문 앞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사와 문재인 전 후보의 집 앞에서 촛불시위를 열어야 한다.

    결국 시민모임의 대한문 앞 촛불시위나 일부 민통당 의원들의 재검표 국회 청원은 여론몰이를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민통당의 어정쩡한 태도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누리당 못지않게 율사(律士) 출신 의원들이 많은 민통당이 선거법을 모를 리 없는데도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제1야당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3. 선거무효·당선무효 소송 차이도 몰라..
    현행 선거법에 대한 무지 ‘심각’

    선거무효소송과 당선무효소송을 혼동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선거법이 정하고 있는 ‘선거쟁송’에는 선거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선거무효소송(법 222조)과 당선인의 당선무효를 다투는 당선무효소송(법 223조)이 있다.

    전자가 선거 자체의 무효를 다투는 데 반해 후자는 선거가 아닌 ‘당선의 효력’만을 문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구체적으로 이 둘은 원고 당사자, 소 제기 기간, 무효 사유 등에서 차이가 있다.

    선거소송은 정당, 후보자 뿐만 아니라 ‘선거인’도 소송을 낼 수 있다.
    선거의 효력에 있어 이의가 있는 경우면 되기 때문에 별도로 소 제기 사유가 정해져 있지도 않다.
    소 제기기간은 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며, 피고는 당해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다(법 222조).

    이에 반해 당선무효소송은 당사자적격에서 선거무효소송과 차이가 난다.
    이 소송은 오직 정당 또는 후보자만 낼 수 있다.
    피고적격도 무효사유에 따라 다르다.
    당선인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또는 국회의장도 피고가 될 수 있다.
    소송은 당선인결정일로부터 30일 안에 해야 한다.

    무엇보다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거법이 정한 무효사유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거무효소송과 큰 차이가 있다.

    현행법이 정하고 있는 당선무효사유는 다음과 같다.

    ▶후보자의 피선거권이 없는 것이 발견된 때,
    ▶법이 정한 후보자등록 사항이나 공무원 등의 입후보 규정을 위반한 때,
    ▶선거비용 제한 규정을 위반하거나 당선인 혹은 선거사무장이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선거범죄를 범했을 때,
    ▶다른 법률에 따라 공무담임이 제한되는 사람이나 후보자가 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하는 것이 발견된 때,
    ▶정당한 사유 없이 후보자정보공개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한 것이 발견된 경우(이상 52조 1항),
    ▶후보자 등록 자체가 무효인 때(법 192조)
    등이다.

     

    #4. 선거법 위반사실 있어도,
    당락 영향 미칠 정도 아니면 ‘유효’

    선거쟁송의 판결 원칙에 대해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선거무효나 당선무효소송 결과 피고가 선거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경우에도,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무효판결을 내릴 수 있다(법 224조).

    다시 말해, 선거법을 위반한 경우라고 해서 언제나 선거 또는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 선거(당락)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면 무효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는 취지다.

     

    #5. 민통당 실제 소 제기할 가능성 매우 낮아..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민통당이나 문재인 전 후보측이 선거무효나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자개표기 조작 의혹에 대해 이미 유사한 소송에서 법원이 청구를 기각한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음모론’ 수준의 주장만을 가지고 모험을 걸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새누리당이나 선관위가 민통당측의 소 제기를 오히려 기다리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근거없는 음모론과 억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민통당 측의 소 제기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