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역 여배우 김여진의 ‘노이즈 마케팅’?

     -10년 전, 5년 전 ‘친 이회창 연예인 학살’ 기억하는가?-
     
    오 윤 환


    ‘김여진’은 단역 전문이고 가끔 조연으로 나오는 여배우다. 그를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런데 대선을 통해 김여진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 TV지지연설을 했기 때문이다.
    더 유명해진 것은 “문재인 캠프와 연관됐다는 이유로 한 방송사로부터 출연 취소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한 탓이다.

  • ▲ 김여진.
    ▲ 김여진.

    김여진의 주장에서 개그우먼 김미화의 얼굴이 겹쳐 떠오른다.
    김미화는 2010년 “KBS가 출연금지 인사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며 블랙리스트에 자신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김미화의 ‘불랙리스트’ 주장에는 이명박 정부의 KBS가 ‘친노’인 자신을 차별하고 밥그릇을 뺐었다는 투정이 담겼다.
    그러자 진중권, 문성근 등 친 노무현`노빠’들이 가세, 응원하고 나섰다. 개그맨 김제동이 빠질리 없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한겨례, 뷰스앤뉴스같은 좌파매체가 먼저 대서특필했다.
    한겨례는 김여진을 인터뷰까지 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의 “MB정권 내내 비판되어온 언론장악이 박근혜 당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발표문까지 실었다.
    한겨례는 “박근혜 당선인 지시라고 보진 않지만, 일련의 박근혜 인사에 대해 이미 그쪽 방향으로 줄서기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 코멘트를 소개했다.

     뷰스앤뉴스는 "방송 2개사 고위층 지시, 구질구질"이라는 김여진씨 주장을 소개한 뒤,“ 朴당선인 또 위기”라고 했다. 김여진 방송출연 취소가 박근혜 당선인의 위기, 그것도 “또 위기”라고 주장한 것이다. 뷰스앤뉴스에는 즉각 ”기자양반. 뭐 얼어죽을 박 당선인 위기야? 이런 피래미가 설친다고 고래가 끔쩍이나 하나? 아무곳이나 위기 부치기지 마라!“고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김미화가 ‘불랙리스트’를 주장한 것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지난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KBS가 정말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면 MB 취임과 거의 동시에 만들었어야하지 않았을까?
    ‘친노’ 연예인들을 방송에서 내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2년 전 그렇게 했어야하지 않았을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마음에 안드는 연예인들을 소리소문없이 방송계에서 제거한 것처럼 블랙리스트고 뭐고 만들지도 않고 무자비하게 내몰았어야하지 않았을까?

     김미화를 포함해 김미화 주장에 쌍심지를 돋우며 나선 면면은 모두 노무현 정권 시절 KBS, MBC, 심지어 SBS에서 노무현 후광을 톡톡히 봤던 인물들이다. 그들이 끼어들면서 노무현 정권에 미운 털 박힌 연예인, 방송인들은 속속 하차당했다. `노빠’들은 방송의 달콤함에 빠져들었지만 내쫓긴 인사들은 김미화와 달리 입을 다물었다. 당시 KBS와 MBC, SBS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2003년 6월 정연주 사장 취임 후 첫 개편 때 MC 교체의 최대 화두는 심야토론의 길종섭 대기자와 `100인 토론’의 정진홍, 한예종 교수다. 길종섭 대기자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편향되었다는 설이 돌았고, 정진홍 교수는 보수성향으로 찍혀있었다. 정연주 사장과 함께 KBS 개편을 주도한 노조에서는 “길종섭과 정진홍만은 잘라야 한다”는 말들이 돌았다. 두 사람은 결국 퇴출당했다.

     이건 서막에 불과했다. 코미디언 심현섭은 KBS 정연주 사장 시절 최대 희생자였다.
    심현섭은 2002년 대선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으나 낙선하자 KBS 측으로부터 보복을 당했다.
    심현섭은 “2002년 대선을 사흘 앞두고 연말 연예 대상에서 코미디 부분 최우수상 수상자로 통보를 받았으나, 이회창 후보가 낙선하자 탈락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KBS에서 밀려나 노무현 정권 내내 TV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김동건 아나운서의 `가요무대’ 하차. 김 아나운서는 1985년~2003년까지 18년 간 `가요무대’를 지켜왔다.
    그러다 정연주 사장 첫 개편 때 “다음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떠났다.
    경기고를 졸업한 김 아나운서는 보수인사들과 친분이 있기 때문에 퇴출된 것이다. 숙청당했다.

     `연예계 노빠’들이 그 자리를 찬란하게 채웠다. `노사모’ 상징인 문성근씨가 `인물현대사’ 진행자로 KBS에 치고 들어왔다. ‘순악질여사’ 김미화는 MBC ‘시청자위원’으로 발탁됐다. 저질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감시하는 시청자위에 코미디언이 진입한 것이다. 그리고 2개월 뒤에는 MC 자리도 꿰찼다.

     욕설 코미디언 김구라의 `가요광장’ MC 기용은 파격이었다.
    김구라는 2003년도 서울시장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멸치대가리 XX”라는 욕설을 공개방송을 통해 퍼부으며 친노의 주목을 받았다. 그뒤 2004년 탄핵 당시 노래를 개사하여 탄핵 주도자였던 조순형, 김경재, 최병렬 등은 물론이고 오세훈, 전여옥, 박진, 원희룡 등을 공격해 노골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노래로 바꾸어 불렀다.

     김구라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압승 직후 KBS 가을개편 때 음악에 대한 경력도 없는데도 `가요광장’ MC를 맡았다. 노무현 정권 정적들에 대한 인신공격 보상 성격 아닐까?. KBS 폭소클럽에서도 시사풍자 고정 프로까지 얻었다. 그는 MBC 내 최다 출연료를 받으며 자리를 꿰찼다. 김구라가 무너진 것은 김미화가 주장한 ‘불랙리스트’ 때문이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양공주’에 비유한 패륜 때문이었다.

     진중권. 민노당 당원이던 그는 2005년도 SBS시사전망대 MC로 캐스팅 되면서 SBS에 홈페이지에 칼럼까지 쓰게 되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KBS에서도 `TV 책을 말하다’의 고정 패널로 자리를 차지했다. 결론은 문성근, 김미화, 진중권 등은 노무현 정권 당시 KBS는 물론 MBC, SBS 등에서 수혜를 입은 인물들이다.
    더구나 김미화는 이명박 정부 아래 KBS 프로를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랙리스트 때문에” 자신이 불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김여진의 투정이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10년 전, 5년 전 김대중-노무현 정권 출범직후 방송에서 퇴출된 길종섭, 김동건, 심현섭 씨는 말이 없었다. 이들의 입을 다물게하는 방법은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만으로도 벅차다. 코미디언과 좌파의 `투정’을 들어줄 여력이 없다.
     
     변희재씨 말대로 김여진씨가 방송에 출연할 생각을 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물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연예인들은 더 많다. 그들은 자유롭게 방송에 출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여진씨는 다르다. 그는 문재인 후보 TV 지지연설원이었다. 김여진 스스로 ‘정치’를 덮어 쓴 것이다. 영원히 방송을 멀리하라는 것도 아니다. 이제 선거가 끝난지 며칠인가? 잠시 성찰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도대체 단역 여배우 김여진의 주장이 뭐 그리 대단한가? 김여진 주장이 톱기사가 되고, 특별인터뷰의 대상이 되는가?

     한겨례 때문에 ‘전우용’이라는 역사학자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가 “상대를 지지했다고 연예인을 ‘출연금지’시키는 건, 전체주의 폭정”이라고 일갈했다고 한겨례가 소개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라면 5년 전, 10년 전 연예인 학살사건을 기억하지 않을까?

    김여진씨는 트윗에서 이렇게 말했디

    “각 방송사 윗분들, 문재인 캠프에 연관 있었던 사람들 출연금지 방침 같은 건 좀 제대로 공유를 하시던가요.
    작가나 피디는 섭외를 하고, 하겠다고 대답하고 나서, 다시 ‘죄송합니다. 안 된대요’ 이런 말 듣게 해야겠습니까?
    구질구질하게…”

    도대체 뭐가 구질구질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뷰스앤뉴스의 "방송 2개사 고위층 지시, 구질구질" “ 朴당선인 또 위기”라는 제목이 눈에 자꾸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