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의 행동은 결국 이정희 ‘아바타’ 역할

    李東馥  
     
       
    안철수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결국 이정희 ‘아바타’ 역할 自任하는 것

    18대 대선 투표일을 12일 남겨 둔 시점에서 안철수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겨우 성공하고 이를 가리켜 “아름다운 단일화를 완성시켰다”라고 스스로 미화(美化)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주장은 객관적 판단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철면피(鐵面皮)한 자화자찬(自畵自讚)으로 들릴 뿐이다.

    엄격하게 말한다면,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는 이미 ‘단일화’의 명제가 소멸되어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안철수는 이미 지난 11월23일 문재인과의 ‘단일화’ 협상을 포기하고 대통령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사람이다. 따라서, 그날 이후 후보인 문재인과 비후보인 안철수 사이의 관계는 ‘단일화’를 논의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일 안철수와의 전격적 회동을 성사시켜 안철수의 ‘지지’와 선거운동 ‘적극 참여’ 약속을 이끌어낸 것을 가지고 “아름다운 단일화를 완성시켰다”고 자화자찬한 문재인의 발언은 듣는 이들을 희롱하는 ‘말장난’에 불과하지 않을 수 없다.

    ‘단일화’는 형식과 함께 내용이 중요하다.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 관해서도 ‘단일화’ 주체들 사이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우선 형식의 차원에서 중요한 사실은 안철수는 이미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양자 사이에는 ‘단일화’의 필요 및 충분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후보인 안철수가 후보인 문재인과 만나서 문재인 지지와 함께 선거운동 참여를 약속한 것은 후보들 사이에 ‘단일화’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한 한 사람의 저명 유권자가 문재인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운동 참여를 약속하는 것이 불과한 것이다.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의 문제다. 이미 후보로서 문제인과 안철수 사이에 진행되었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두 사람은 ‘단일화’의 내용에 관하여 ‘합의’에 도달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관해서는 협상 포기와 후보직 사퇴 이후 안철수가 뿌려 놓은 어록(語錄)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후보와 이념적 차이를 느꼈으며,” “문재인 후보는 내가 알던 문재인 후보가 아니었고,” “나는 대통령후보로서 영혼을 팔지 않았고,” “문재인 후보와는 전혀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들이 그것들이다.

    6일 있었던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독 양자 회동에서 이들 원칙 문제에 관한 차이들을 극복하거나 해소시켰거나 그렇게 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는 흔적은 아무 것도 없다. 이 같은 사실은 이날 양자 회동에서 이루어진 것은 결코 ‘단일화’의 차원에서 거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좋게 말한다면 안철수의 ‘백기투항(白旗投降)’ 또는 나쁘게 말한다면 두 사람 사이의, 철두철미한 정치적 이해타산(利害打算)의 산물(産物)인, ‘야합(野合)’에 불과했음을 보여준다.

    사실은, 필자는, 마음속에서, 11월23일의 ‘단일화’ 협상 결렬 이후 후보직마저 사퇴한 안철수의 선택을 다른 쪽으로 점치고 있었다. 즉, 필자는 안철수가 끝까지 문재인 후보 지지를 표명하지 않은 채로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선에서 문재인의 패배와 박근혜의 승리를 감수하는 대신 대선 이후 신당을 창당하고 민주통합당을 흡수통합함으로써 차기 대권(大權) 도전(挑戰)의 기수(騎手)가 되는 길을 택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다. 필자는 당초부터 ‘단일화’ 협상의 승자(勝者)는 문재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안철수 자신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안철수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단순 지지도보다는 대선 승리 가능성을 중심 평가지표로 고집했다는 보도에 접했을 때 필자는 이 같은 그의 입장이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을 기수로 내세운 민주통합당이 패배할 경우 문재인의 재도전(再挑戰) 명분을 박탈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는 지난 4일 있었던 대통령후보 TV토론을 계기로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문재인 후보의 ‘아바타’ 역할을 자청한 이정희 민주통합당 후보의 과잉 행동이 전반적 유권자 표심(票心)에 큰 충격을 가해 박근혜 지지 여론의 증가와 문재인 지지 여론의 감소라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캠프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했다. 5일에는 문재인 자신이 예고도 없이 안철수의 자택을 찾았다가 안철수의 부재(不在)로 허행(虛行)을 하는 필사적(必死的) SOS 행보(行步)를 연출하기까지 했다.

    문재인에게 안철수는 최후의 ‘생명의 밧줄’이 되었다.

    문재인 캠프에게는 이미 심화되기 시작한 열세(劣勢)를 만회하기 위하여 2개의 구명환(救命丸)이 필요했다. 하나는 안철수의 후보사퇴로 다시 투표소를 기피하는 구경꾼의 위치로 돌아가고 있는 2030세대 유권자들의 발걸음을 되돌려 놓는 일과 다시 급피치로 악화되고 있는 부산 유권자들의 표심을 붙잡는 일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안철수의 적극적인 지지 역할이 필수적이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캠프의 필사적인 안철수 끌어안기 캠페인이 집중적으로 전개되었다. 안철수의 신변(身邊)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출신 측근들도 총동원되었다. 그들은 안철수에게 만약 그가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무너지는 것을 수수방관(袖手傍觀)할 경우 대선 패배와 이로 인한 정권교체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은 안철수의 몫이 되어서 결국 대선 이후의 정치 포석도 원천적으로 그 토대가 소실될 것이라고 겁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안철수는 5-6 양일간의 고민 끝에 문재인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서기로 작심(作心)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에 따라 6일 낮 문재인에게 전화를 걸어 단독회동을 제의하는 한편 단독회동에 앞서서 선제적으로 그가 문재인 지지를 선언하고 문재인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그러나, 안철수의 이 같은 결심은 결국, 어떠한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이를 분식(扮飾)하더라도 그 유일한 목적은 오직 박근혜의 당선을 저지시키겠다는 단 한 가지뿐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것은 지난 4일 대통령후보 TV대담에서 민주통일당의 이정희 후보가 수행했던 역할을 ‘아바타’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고 문재인 캠프가 기대하는 구명환 역할보다는 범(汎) 보수•우파 성향 유권자들의 결속(結束)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 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안철수의 막판 선거운동 현장 등장으로 이해득실(利害得失)의 차원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돌아갈 득이 많을지 실이 많을지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마도 이번 안철수의 문재인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영화와는 다른 귀결(歸結)이 될 것 같다. 이정희 문재인 '아바타’ 역할에 대해서는 본래 박근혜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문재인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던 지역과 연령층의 유권자들이 반감(反感)을 보여주고 있음을 대부분의 언론이 전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같은 상황에서 안철수의 이정희 ‘아바타’ 역할이 주효(奏效)할 가능성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만약, 문재인이 안철수의 ‘아바타’ 역할에도 불구하고 열세를 만회하지 못해 12월19일 대선이 박근혜 승리로 결말(結末)이 날 경우에는 대선 이후 정국에서 문재인은 물론 안철수의 정치적 입지도 거의 닫혀져서 결국 이를 통해 한국정치에서의 ‘종북(從北)’ 세력의 입지에 결정적인 타격이 가해지는 것은 물론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위상(位相)에도 결정적인 변화가 초래되어 한반도 정세에 일대 반전(反轉)의 전기(轉機)가 도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