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교수가 정치판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 당시에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신선함에 매료되어 묻지마 지지를 했었던 것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사례였던 무상급식에 정치인생을 걸고 반대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율 저조로 자진하여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나자 서울시민은 물론 온 나라가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라는 인물에 열광하는데도 5%의 지지율을 보이던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통 크게 양보하며 지지를 보내 당선시키고 안철수 교수 자신은 날개를 단 듯 욱일승천하며 단번에 대선이라는 큰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서울시장에서 대통령으로 배를 갈아 탄 안 교수는 선뜻 출사표를 던지지 않고 이제나 저제나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타이밍정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별명도 여럿을 얻게 됩니다. 간잽이, 껄떡남, 재수 없는 샌님, 엄친아 도련님, 세상물정 모르는 황태자, 팔색조 기회주의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별명을 얻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들이 댈 때 들이대지 않고 이리저리 여론을 살피며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올 때까지 여기저기 찔러보며 기회를 엿본다는 것이었지요.

    입만 열면 국민의 뜻을 들먹이며 책을 펴내도 자기자신의 주장 보다는 선문답 식으로 운을 떼놓고는 여론 추이를 봐가며 대응하는 아주 약싹 빠른 기회주의자의 전형을 보여주었었지요.

    안개 속에 장막 속에 숨어서 은밀하게 비밀주의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국민들을 감질나게 만들어서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었었는가 본데,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국민들은 그의 당당하지 못함에 식상해지고 껄떡댐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지요.

    첫날밤을 맞이하는 수줍은 신부도 새신랑이 하루 이틀 몇일 간이야 껄떡대기만 해도 이해를 해주겠지만, 이웃집은 벌써 애 낳고 돌잔치 한다는데도 아직도 속 시원하게 한 번 들이대지 않고 계속 껄떡대기만 하는 허접한 신랑을 누가 좋아하겠는지요. 아마 요즘 같은 세태에서는 당장 이혼하자고 달려들 것입니다.

    예상외로 민주당을 기반으로 하는 지지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지지율이 상승하여 일정 궤도를 꾸준하게 달리는 문재인 후보에게 밀리며 단일화 시한이 촉박해지자 급박해진 안 후보의 행태는 그야말로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새로운 정치, 정치 쇄신을 주창하던 안 후보가 요즘 들고 나온 단일화 방안을 보면 지나가던 소나 개나 다 웃을 일입니다.

    정당이 없는 무소속 후보로서 여론조사를 가지고 단일화 후보를 결정하자고 하는데 까지는 이해를 해줄만 합니다. 사실은 여론 조사로 야권 단일화 후보를 선출하자는 주장 그 자체도 우리나라 외에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이상한 정치 코메디일 뿐이지만 말입니다.

    통 크게 여론 조사로 단일화하자는데 까지는 봐주기로 쳐도 안 후보가 주장하는 여론조사 방법론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안 교수에게 가져왔던 새로운 변화에 대한 희망이 배신감으로 확 바뀌어 버립니다.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 염치도 없이 국민의 뜻을 들먹이고 변화와 쇄신을 들먹였었다니, 참으로 나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와서 국민의 뜻을 들먹였다는 그 자체가 창피스럽기까지 합니다.

    자신의 정책이나 비전 없이 오로지 집권여당 후보를 떨어뜨릴 경쟁력이 있는 사람을 야권 단일화 후보로 선출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은 정말 이 사람이 그동안 내가 알고 있어왔던 그 사람이 맞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아무리 권력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여론조사로 야권단일화 후보를 선출하자고 하더니만 그 여론조사 방법도 야권에서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내보냈으면 좋겠냐는 질문도 아닌 누가 집권여당 후보와의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인가를 물어서 선출하자고 하니 이는 치졸함의 극치로 보입니다. 유치원 아이들도 이 정도의 치졸함을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 그 동안 국민의 뜻을 들먹이고 정치 쇄신을 부르짓고 혁신을 주창했다고 하니, 부자지간에도 권력은 나누지 못한다는 말이 절대로 괜한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단일화하지 않으면 대선필패라는 절박감에 사로잡힌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오죽했으면 다 양보하여 일반 선호도 50%와 새누리당 후보와의 경쟁력 50% 씩 반영하자는 절충안을 가지고 마지막 협상에 임했다고 합니다.

    국가 신용등급이 일본보다도 우수하고 OECD국가이며 세계 10위의 국력을 자랑하는 자유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다는데, 이제 겨우 한 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야권에서는 아직도 준결승전은커녕 준결승전 치룰 기본적인 규칙도 정하지 못하고 서로 더 먹겠다고 으르렁 거리며 싸워대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습니다.

    한반도와 이해관계가 밀접한 주변국들이 공교롭게도 한꺼번에 권력이양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갑작스런 김정일 급사로 김정은에게 거의 권력이양이 끝나가고, 러시아는 일찌감치 푸틴을 선택했고, 미국 국민들도 오바마의 크나큰 경제실정이 있었지만 또 다른 급격한 변화 보다는 예측 가능한 오바마를 선택했습니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이웃 중국도 예측 가능하게 국가원로들이 무난하게 시진핑을 선택했습니다.

    다만 극우로 치닫는 일본과 대한민국이 아직도 안개속인데요, 일본이야 워낙 자주 바뀌는 내각제이니 신경 쓸 필요 없지만 대한민국은 한 번 당선되면 5년입니다. 5년 동안을 대한민국이란 거대한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한다는데 한 달도 채 안 남았는데 아직도 야권 단일화 후보 선정 방식을 놓고 서로 권력투쟁을 벌인다는 것이 창피스럽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차후에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최소한 6개월전까지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인물과 정책대결로 국민들에게 간택되길 바라는 진정한 선거가 되도록 해야 대한민국의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전도 없이 정책도 없이 여론조사 인기투표로 한달 전에 뽑힌 후보가 만약에 당선되어 5년간 국가 권력을 독점하고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 한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상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