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성의 2:1 전략 

    김일성의 2:1 전략이 밀수입되어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꽃피고 있다.

    최성재     
     
    갑이 강자이며 진실이자 다수이고, 을이 약자이며 거짓이자 소수라면?
    싸움은 해 보나 마나다, 라고 지레짐작하여, 을은 싸움을 포기하기 쉽다. 깨끗하게 항복하고서 생명이나 부지(扶持)해 달라고 애원하기 쉽다. 을이 이기는 방법은 없을까?

    김일성이 여반장이라 확신했던 무력적화통일에 실패한 후, 북한이 을이 되고 한국이 갑이 되었다.
    소련과 중국이 뒤를 받쳐 주어도 미국 홀로 받쳐 주는 한국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미국이 작정해서 부수기로 했다면, 만주는 독립국이 되었거나 통일한국에 편입되었을 것이다. 미국은 군사만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경제가 월등했다. 다만 그렇게 전장(戰場, theater)을 넓혀 3차대전을 벌이기에는 미국이 얻을 것에 비해 출혈이 너무 커질 게 뻔했을 따름이다. 소련과 중국과 북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것으로 충분했다. 휴전!

    김일성에게는 천만다행하게도 군사상 태평양보다 넓은 휴전선이 그어졌다. 게다가 소련과 중국이 국제간의 화폐경제를 버리고 공산국간의 실물경제(구상무역)로 퇴보하여 사실상의 자급자족 체제를 구축하면서 사람과 정보의 이동을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김일성이 패배자이며 약자이며 거짓이며 소수라는 게 2천만 북한주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된 것이다. 패배는 승리로, 거짓은 진실로, 약자는 강자로 얼마든지 조작할 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된 것이다.

    김일성은 사방이 꽉 막힌 일종의 섬에서 빅 브라더로 군림했다. 수령으로 등극했다. 뇌수가 되고 어버이가 되었다. 승리자였고, 구세주였고, 진실이었고, 생명이었다. 절대다수의 유일무이 대표였다. 100% 투표에 100% 찬성표를 얻은 절대자였다. 다만 '악랄한 주한미군' 때문에 휴전선 이남의 열렬한 팬들의 추대를 받지 못할 뿐이었다. 외세만 몰아내면 통일은 여반장! 이상의 김일성 식 진실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도 의심을 품는 자는 3족을 멸해 버렸다.

    김일성은 자기 자신이 거짓이고 약자이고 소수임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2:1 전략을 구사했다. 한국의 김일성 추종자 또는 민족과 민주와 평화를 사랑하되 미국을 증오하는 반정부 세력을 포섭하면, 1+1=2가 되고 한국은 1이 된다. 2가 1을 포위한다. 

    이 전략을 일러, 고려연방제라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이 미끼를 콱 물었다. 이 겨레 살리는 생명줄이라며 꽉 잡았다. 

    대통령 신분으로서! 이처럼 김일성 2세에 이르러, 1+1에 다시 1이 더해져서 3으로 커졌다. 3:1의 구도가 되었다. (중도실용 기회주의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2.5:1의 구도로 바뀌었다.)

    남은 것은 주한미군 철수밖에 없다.
    1단계 한미연합사 해체, 2단계 주한미군 철수! 1단계가 2012년에 거의 성사될 뻔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미봉책이긴 하나, 그것은 2015년으로 미뤄졌다.

    김일성의 2:1 전략은 그대로 한국에 전수되어 소수인 노무현이 다수가 되는 데 요긴하게 써 먹었다. 지금은 백낙청과 노수희의 2013체제에 따라, 문재인과 안철수가 이 전략을 구사한다. 

    한국의 방송과 신문과 포털과 예술계와 학계가 2:1 전략(strategy)으로 나아가는 1+1=2 작전(tactics)을 열렬히 지지한다. 문화권력은 70% 이상 문철수의 편이다. 

    자유민주파라는 신문들조차, 그들이 만든 종편방송조차 1단 기사로, 토막뉴스로 처리하고 보도할 19세기형 3류 정치야합을 연일 대문짝 기사로, 톱뉴스로 띄워준다. 날개 없는 천사로 띄워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낙하산 태워 내려 보낸 안철수이지만, 그가 준결승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대선은 코앞이다. 의도적인 흥행 수법이다.

    주도면밀한 계획표에 따라 사건을 계속 터뜨려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전형적인 선전선동 수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보매체가 고도로 발달한 나라답게 곳곳에서 안중근이 나타나고 유관순이 나오고 윤봉길이 일어나 의혹을 산더미같이 쌓지만, 안철수가 기존의 어떤 정치인보다 술수에 능하고 거짓말을 잘하고 기존의 어떤 기업가보다 권모술수에 능했고 기존의 어떤 학자보다 잿밥에만 눈이 어두웠다는 것이 날이면 날마다 쏟아져 나오지만, 하나같이 을의 미디어가 터뜨리는 단발성 뉴스이다. 

    촉박함을 핑계로 이를 제대로 다루는 갑의 미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문철수의 입만 쳐다보고 문철수의 발만 따라간다. 날마다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맞춰 뉴스의 비중을 조절한다.

    문재인은 10.4선언에 따라 서해평화지대를 만든다고 하고, 안철수는 6.15선언에 따라 금강설악 민족화해관광벨트를 만든다고 한다. 언제든지 민간인 복장의 인민군이 손 들엇, 할 수 있게끔 각각 바다와 육지에서 교두보를 만들어 주겠다는 속뜻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야금야금 1+1=2의 마당을 만들고 계속 사람들의 혼을 빼어 순식간에 2:1의 구도를 굳혀 승리한 다음, 다시 5년 전으로 되돌아가 2.5:1의 구도를 3:1 구도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 ▲ 새누리당 박근혜ㆍ민주통합당 문재인ㆍ무소속 안철수 후보(왼쪽부터)가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 수산인 한마음 전진대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박근혜 후보가 축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며 문재인ㆍ안철수 후보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ㆍ민주통합당 문재인ㆍ무소속 안철수 후보(왼쪽부터)가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 수산인 한마음 전진대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박근혜 후보가 축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며 문재인ㆍ안철수 후보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큰 변수가 생겼다. 남북합작 2:1 전략에서 1+1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본부가 너무 허약해졌다.


    북한의 독재체제는 물리적 폭력과 정신적 협박과 물질적 분배, 이 셋으로 유지되는데, 세 번째의 분배 체제가 거의 와해되었다. 이명박 정부도 햇볕정책을 펼치긴 했지만, 소극적 햇볕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북한의 분배 체제는 와해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그 결과 폭력과 협박도 예전에 비해 북한주민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 곳곳에 비가 새고 바람이 샌다. 위기다! 

    옛 소련이 지구를 수십 번 폭발시킬 핵무기를 갖고도 분배 체제가 무너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하여 어느 날 갑자기 전체가 무너졌듯이, 북한도 한국을 단숨에 초토화시킬 핵무기를 갖고도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절로 무너질 수 있다.

    위기다! 본부가 무너지면 한국의 지부는 절로 무너진다. 위기다! 대한민국으로선 절호의 기회이지만, 북한과 공공연히, 빨갱이 소리 듣지 않고 당당히 손잡은 한국의 6.15체제파는 죽기 살기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총선은 실패했다고 해도 약 절반을 차지했지만, 대선은 실패하면 모두를 잃는다. 전부 아니면 전무다.

    남북의 연합세력이 죽기 살기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수단 방법을 가릴 계제가 아니다. 그만큼 저들은 절박하다. 북한이 어느 때보다 대선에 적극 개입하여 문철수는 대놓고 지지하고 박근혜는 꼭 찍어 반대하는 것은 남북의 1+1 세력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쪽도 사생결단하고 나서야 한다. 어어, 하다가는, 강하게 받아치지 않고 주춤주춤하다가는, 이회창처럼 당한다. 난쟁이 후보들 사이에서 머리 하나 더 솟은 우월한 키로 독야청청하던 이회창처럼 또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