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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도짜리 인사에 생식기 발언까지

    선거판의 어지러운 언행(言行)에 대하여


    대통령 선거가 이제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절정, 그 정치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기 전 까지 점점 더 극적인 반전과 치열한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인이 차지할 수 있는 최고의 세상 권력,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크면 클수록, 가깝다고 생각하면 가까울수록 인간들의 적나라한 모습은 점점 더 드러날 것이다.

    숨은 가빠오고 가슴은 벅차오르고 눈동자는 떨리고 발걸음은 빨라질 것이다. 한 발 짝 만 더 가면 ‘대통령’이라는 절대반지(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것과 같은)를 내 손가락에 끼울 수 있을 것 같을 때, 중심은 흔들릴 것이다.

    자제력이 부족하다면, 그릇이 작다면 언제든지 실족할 수 있는 순간순간에서 과연 그들은 자신들이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갖췄는지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그런데 대통령 선거는 그들만의 일이 아니다. 관심을 가진 모든 국민들의 일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예상외의 행동이 표출된다.

  • 지난달 30일 서울대 조국교수는 ‘문재인의 정치혁신 비전을 묻다’ 대담을 하기 위해 문재인 후보와 만났다. 조 교수는 그 자리에서 큰 키에 어울리지 않는 사진을 한 장 남겼다.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를 한 것이다.

    만약 문재인이 후보가 아니고 대통령이라면, 조교수의 행동이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문재인에게 한 인사가 아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에게 한 인사요, 국가에 대한 겸손하고 엄숙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개인 사생활로 욕을  먹더라도 대통령 앞에 가면 나라의 체통을 생각해서라도 공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90도 인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이재오 의원이다. 그는 90도가 아니라 100도 인사를 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재오의 100도짜리 인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머로 받아들였다. 그것은 이재오라는 인물이 강성이요, 이명박 대통령의 절대적인 후광을 받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실세라고 누구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권력자 이재오 의원의 100도 인사는 그래서 한바탕 웃고 지나는 재미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조국 교수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볼 때 좋게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그는 현직 교수 아닌가 말이다. 조국 교수의 꺾어진 허리를 보고 지식인의 권력자에 대한 아부를 느꼈다면, 내가 잘 못 생각한 것일까? 같은 일에 종사하는 수많은 지식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조교수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봤을까?

    조선일보가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폴리페서 아니냐고 비판했고, 새누리당도 비난 성명을 냈다. 이럴 때 조교수가 다음 세가지 중 하나로 반응했으면 어땠을까? 판세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1. 문재인후보가 나보다 연장자여서 예의를 갖추려 했다.
      2. 내가 문재인 후보를 좋아해서 그렇게 됐다.
      3.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랬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말싸움을 걸려고 달려드는 상대방의 김을 빼면서 슬쩍 웃음 짓게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크고 작은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조국교수의 반응은 이랬다.

    "새누리와 조선이 왜 문재인에 대한 나의 목례 사진을 부각할까? 

    첫째, 나를 문재인 밑에서 한 자리 하려는 사람으로 묘사하여 발언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하여,
    둘째, 안철수 후보 및 지지자들에게 조국은 ‘문재인 똘마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나의 단일화 운동에 균열을 내기 위하여..."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친절하게 자기 정체를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좋지 못한 반응이다. 게다가 자기 발목에 족쇄를 씌우는 약속까지 해 버렸다. 

    “안철수 후보를 만나게 되면 똑같이 정중한 ‘목례’를 할 것이다.
    그 때 또 사진 찍어 ‘조국, 문재인을 버리고 안철수에게 빌붙어’라고 기사를 써라.”


    안철수 후보를 만날 때 과연 조국교수는 그렇게 할까? 그렇게 행동해도 우습고, 안 해도 우스운 꼴이 된다.

    90도 인사의 영상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엔 귀가 번뜩 하는 '말'이 들려왔다.

    김연아에게 온갖 악담을 퍼부어 소송까지 당했던 연세대 황상민 교수였다. 지난달 31일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였다. 박근혜 후보가 이야기한 여성 대통령론에 대해 박종진 앵커와 이야기를 나눌 때 황교수는 이렇게 표현했다.

    “잠깐만요. 여성들이 남자보다 깨끗하다고 이야기 할 때 그때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생식기의 차이인가? 생활에서의 차이인가요? 여성 남성이라고 이야기 할 때 차이가 어디서 오는가요?”

    “어머니. 자식을 낳아 봤다는 거죠. 누나는 조금 틀려요. 6살짜리 유치원 짜리도 누나가 될 수 있어요.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생식기가 남성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게 아니라. 역할이죠.”


    오고 간 대화의 맥락으로 볼 때, 황 교수가 무슨 발언을 하려고 했던 것인지 대충 이해는 간다. 나쁜 뜻으로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러나 생식기(生殖器)라는 단어는 틀려도 너~무 틀렸다. 

    생식기라는 단어는 새끼를 낳는 동물에게 붙이는 말이지, 아기를 낳는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생식기라는 말에는 인격과 정서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런 식의 발언을 한 것은 도대체 누가 이렇게 천박한 표현을 입에 올렸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방송에서 이런 단어가 수차례나 거침없이 흘러나온 것이 믿기지 않는다.

    같은 뜻을 가진 말이라고 해도 너무나 안 어울리는 단어, 심리적으로 상대방의 화를 돋우는 단어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남녀 사이의 성적인 차이를 두고 대화를 나누려고 할 때 “여성이 어떻고, 남성이 어떻고”라고 한다면 누구나 이해를 한다. 만약 이것을 “보*가 어떻고 자*가 어떻고” 표현하면서 “같은 말인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까?

    황 교수는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이럴 땐 정말 용기가 필요하다. 

    무슨 용기? 변명하지 않고 납작 엎드리는 용기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조국 교수(47) 황상민 교수(50)...이 나이 즈음이 남자들 사고치거나 실수하기 쉬운 연령대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다. 실수를 인정하면서, 내가 참 그러게나 말입니다, 뭐가 씌웠나봐요, 참 우습죠? 하면서 허허 웃어 넘기는 여유를 그들에게 기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