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는 좌파 문화권력의 아바타

    안철수는 친북좌파 문화권력이 기획하고 생산하고 출시한 정치 상품


    최성재     
       
    권력은 크게 나누면 다섯 부문이 있다. 

    정치권력, 군사권력, 경제권력, 사회권력, 문화권력! 

    군사권력이 가장 원초적인 권력이다. 국가가 성립된 이래 오랫동안 군사권력이 정치권력을 비롯하여 나머지 권력을 좌지우지했다. 

    그러다가 국가 단위가 점점 커지면서 제일 먼저 문화권력이 떨어져 나갔다. 제정일치(祭政一致)에서 정교분리(政敎分離)가 이뤄진 것이다. 

    그것은 평화와 관련 있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모든 권력을 갖게 되지만, 더 이상 무력으로 싸울 상대가 없으면 평화의 시대가 열리는데, 평화의 논리는 전쟁의 논리와 달라서 팔과 칼이 아닌 입과 붓에 의해서 승부가 갈라진다. 종교와 사상 또는 이념은 문화권력의 핵심이다. 칼이 몸은 굴복시킬 수 있지만, 마음은 굴복시킬 수가 없다. 심복(心腹)은 붓으로만 가능하다. 따라서 100년 이상 가는 정치안정에서 종교와 사상은 필수적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그 다음으로 분리된 권력은 군사권력이다. 법과 제도로써 국가가 틀을 갖추면 외국과 전쟁을 벌일 때나 국내의 폭동을 진압할 때가 아니면, 군사권력은 쓰일 일이 없다. 평화가 오래 지속될수록 중앙집권제의 국가에서는 군사권력이 점점 정치권력의 호위병으로 전락하고, 닭 잡을 힘도 없어 보이는 문화권력이 군사권력의 위로 올라선다. 성리학의 문화권력 그물에 갇혔던 조선과 중국의 송-명(宋-明)이 대표적인 예이다.

    경제권력과 사회권력이 정치권력에 맞설 수 있게 된 것은 산업화 이후다. 농업시대는 아무리 부유한 나라라고 해도, 정치권력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경제권력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노동조합처럼 정치권력을 위협할 만한 사회권력도 존재할 수 없었다.

    한국은 1987년 6.29선언 이후 문화권력이 급속도로 커졌다. 이미 물밑에서는 그 세력이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정치권력의 물리적 제도적 힘에 눌려 국민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낮 아닌 밤, 광장 아닌 지하에서 때만 노리고 있었다. 문화권력끼리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가 우파에서 좌파로, 온건좌파에서 친북좌파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재야(在野)의 이름으로 존재하다가 그들이 밤만이 아니라 낮도 지배하고 지하만이 아니라 광장도 차지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해바라기 방송 <KBS>가 <한겨레>에게 접수되게 만든 김대중 정부의 출범이다. 직관은 뛰어나나 이성(理性)이 태부족한 김영삼은 ‘역사 바로 세우기’로 저들에게 마당을 제공하고 멍석을 깔아 주었다.

    김대중은 ‘제2의 건국’으로 마당과 멍석을, 방송과 인터넷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이미 학계와 예술계는 오래 전에 친북좌파 문화권력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미디어로 떠오른 인터넷에 이어 SNS도 그들에 의해 너무도 쉽게 괴벨스의 선전도구로 선점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무늬만 우파 정부였기 때문에, 뉴 라이트란 새 깃발을 내세웠지만 그것은 친북좌파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온건좌파가 연이은 좌파정부의 민심 잃음으로 우파를 표방하지 않으면 집권 가능성이 없음을 알고 급조해서 단 뻐꾸기 깃발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그 때문에, 좌파 문화권력이 수백만 촛불로 위협하자 수염 한 올도 그을지 않았지만, 이명박은 바로 중얼중얼 항복의 노래를 바쳤다. 

    그래서 좌파 문화권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는 일방적으로 집요하게 매도되었고 민주화는 괴기스럽게 변질되었다. 북한 비판과 북한 인권 운동은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반민족적 반역과 반평화적 반동으로 매도되었다.

    조변석개하는 여론과 달리 진중한 민심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정치권력은 여전히 형식상으로나마 우파의 수중에 들어갔다. 20년 만에 맞이하는 선거의 해에 총선에서는 저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만약 대선까지 빼앗긴다면 아무리 그들의 문화권력이 막강하다고 하더라도, 거기다가 사법부까지 절반은 장악했다고 하지만, 최소 5년간 앞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겐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통일전선이 있다. 위험을 감지한 까투리가 푸드덕 날아가면 사방으로 흩어지는 꿩 병아리처럼, 불리할 때는 각자도생하다가 이내 끼리끼리 모여서 세력을 규합하고 외연을 더 넓혀 중도로 보이는 사람, 쓸모 있는 바보들을 마구 끌어들여 두 세 개의 집단으로 만들고 이걸 하나로 합치면 이전보다 더욱 큰 집단(볼셰비키)을 대통합의 이름으로 만든다. 

  • 좌파 문화권력의 중추, 원탁회의가 총선 대통합에서 남겨둔 세력이 하나 있다. 그게 바로 안철수이다. 

    정치와는 담을 쌓은 듯하고, 도덕군자를 넘어 천사처럼 보이고, 살아 있는 교과서 위인으로 젊은 세대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사람, 널리 중도로 잘못 알려진 사람은 남겨 두었다. 더 큰 판에 써 먹기 위해서였다. 

    당신은 구세주, 한국의 복합 위기를 해결할 구세주, 기부천사, 수호천사, 이렇게 살살 띄워 주자, 아니나 다를까, 그는 그들이 원하는 답을 하나씩 하나씩 적어 내거나 간접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말로 서명했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응징해야!”

    “제주도해군기지 건설은 참극!”

    “소통, 남북대화 먼저, 햇볕만세!”

    “정치 개혁! 재벌 개혁!”

    “안철수의 생각”

    아마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안철수는 권력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 그리고 살짝 살짝 거짓말에 거짓말을 섞어 돈도 명예도 스스로 바벨탑처럼 높이 쌓았다는 것, 이 둘은 저들도 몰랐던 것 같다. 아마 저들도 적이 당황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물러설 수가 없다. 단일화(야합)를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다. 아직 묵계에 의해 안철수의 거짓과 위선은 건들지 않고 있지만, 저들의 뜻대로 안 될 때는 이중에 한 둘은 터뜨릴지도 모른다. 하여간에 안철수는 한강을 건넜고 배를 불태웠다. 한강은 중도의 초원과 친북좌파의 밀림 사이에 놓인 강이고, 배는 이물에는 ‘성공한 기업인’, 고물에는 ‘무결점 도덕군자’라 크게 써 붙인 배다.

    친북좌파 문화권력은 설령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이미 절반 이상 성공했다. 경제민주화로 경제권력에 코뚜레를 꿰었고, 무차별 복지확대와 노조 성역화로 사회권력에 고삐를 달았고, 박정희 딸의 연이은 사과 강요로 현대사에 대한 민중사관적 해석에 대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남북간의 모든 합의를 존중한다고 발언하지 않을 수 없는 친북좌파 일색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박정희 딸의 영혼을 저당 잡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문화권력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