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진 홍위병이 老장군의 멱살을 잡았다

    용장을 ‘민족의 반역자’로 만든 81년생 국회의원

    김승근 /독립신문 기자
     


  • 얼마 전 TV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봤다. 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김광진 국회의원이 국감에서 백선엽 장군을 “민족의 반역자”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나는 치욕의 일제시대와 지옥같은 6.25 전장을 헤치고 파란의 삶을 산 1920년생 노 장군이 그의 가족들과, 그를 존경하는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파란 청년에게 당신의 삶은 모두 거짓이고 ‘민족의 반역자’라고 모욕 당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 아무리 81년생 풋내기 초년병이라고 90여년을 살아온 노장의 인생을 저리도 쉽게 예단해 버릴 수 있을까.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인생’이 생각났다. 중국의 문화혁명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청년들로 조직된 홍위병이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는 선동에 따라 나이 많은 의사들을 모두 잡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출산 때가 된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갔지만 아직 인턴 수준에 불과한 청년들의 미숙한 진료 속에 아내는 하혈로 죽고 만다.

    81년생 김 의원이 20년생 노 장군에게 ‘민족의 반역자’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선동에 의해 자신만의 서툰 이념으로 무장한 새파란 홍위병 젊은이가 은사와 스승에게 당신들의 가치와 이념이 모두 틀렸다고 소리치는 장면을 떠올렸다면 오버일까.

    그동안 일부 청년들이 나꼼수에 무작정 열광하고, 끓는 피를 삭히지 못해 어설픈 지식으로 덤벼드는 모양새가 난 실상 무섭기도 했다.

    81년생. 왠만한 기업에선 대리급 나이다. 이 친구를 보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는 아직 제대로 익지도 않았는데 국회의원 뱃지를 달아 버렸다. 고개를 숙이는 법을 모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오만을 배웠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김 의원의 과거 행적들을 알아봤다. 충격적이었다. 어찌 이리도 경솔하고 막말을 하는 젊은이가 국회의원이 된 건지 민주통합당이 새삼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김광진 의원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썼다.

    “나이를 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 당신같은 ‘어버이’ 둔 적 없어. 분노감에 욕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개쓰레기같은 것들과 말섞기 싫어서 참는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관에서 일어나 자신의 주장을 뒤집은 국회의원들을 나무란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펼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자신의 아버지, 아니 할아버지급의 연세를 가진 분들에게 ‘개쓰레기’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이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앉아 있는 것이다.

  • SNS를 통한 그의 공개적 막말은 이정도가 아니다. 트위터에 그가 직접 적은 새해 소원이 뭐였을까? “새해 소원은 명박 급사”였다. 한 국가의 대통령을 두고 갑작스럽게 죽는 것이 새해 소원이라고 빈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언젠가부터 북한이 더 믿음이가”라고 논평한 바 있다. 정부보다 북한을 더 믿는다는 글을 올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광우병 거짓선동 사태 때는 “300억 들여 소를 죽이지 말고 북한에 보내자”고 선동하기도 했고, 과거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취미가 ‘아이와 놀아주기’라는 글이 오르자 “알몸으로 벗겨놓고..”라고 덧붙이며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나꼼수의 김용민은 4.11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나왔지만 과거 막말 논란이 불거져 자멸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다시한번 이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인가.

    민족문제연구소에 다닌 전례가 보였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몸담았던 민족문제연구소는 이적단체인 범민련 활동가가 이사로 활동한 적도 있으며, 대표적 공산혁명조직인 ‘남민전’ 사건 연루자가 소장으로 일하고 있기도 한 대표적인 종북 혹은 좌파단체 중 하나다.

    따지고 보면 이번 백선엽 장군에 대한 그의 인식도 그가 보고 들은 것이 그랬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새해 소원을 물어보니 국가 원수에 대한 끔찍한 말로 모독을 하고, 북한이 더 믿음이 간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을 어떻게 국회의원으로 앉혔는가. 민주통합당은 이를 반성해야 한다.

    김광진 의원은 아직 사회생활을 더 했으면 좋겠다. 국회에 앉아서 대소사를 논하기에는 아직 피‘만’너무 뜨겁다. 이성이 결여된 젊은 피는 정말 위험하다. 이성과 상식이 모두 빠져버린 김광진 의원을 보며 교육의 힘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느꼈다.

    김광진 의원의 가정과 출신 학교는 윤리 교육과 인성 교육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반성해라. 그리고 민주당은 이제라도 책임지고 제대로 가르칠 것을 요구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국민과 함께 가되 군림하려고 해선 안 된다. 갑작스런 국회의원 뱃지.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 앞에서 어린 나이에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는 상상이 간다. 아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을 테고 자신의 생각대로 다 바꿀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을 거다.

    필요한 생각이지만 설 익었을땐 그것만큼 위험한 것이 또 없다. 아직 어린 그가 겸손해하고 고개 숙이는 대신 현 사회가 구국의 영웅이라 부르는 아흔이 넘은 노 장군에게 ‘민족의 반역자’라고 외치는 오만을 배운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보고 배운 대로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꽉 차 있던 81년생 청년이 한순간 국회의원이 됐으니 말이다.

    안보의 중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이성이 아닌 감정에 따라 움직이며, 막말을 내뱉는 그에겐 정상적인 대화를 할 교양이 갖춰지지 못했다.

    문재인과 민주당의 입장을 묻고 싶다. 출당 조치 밖에 방법이 없다. 이 새파랗게 어린 국회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을 뿐이다.

    온라인에서 네티즌들도 김 의원을 비난하느라 뜨겁다. 민주당은 국민들의 쓰디쓴, 그리고 무서운 심판을 받고 싶지 않다면 빠르게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김승근 hem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