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야권 단일후보 양자대결 조사··· 문재인 39.5% vs 안철수 37.1%
  •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안철수의 패배?

    ‘진보빅텐트 2.0’ 건설을 추진 중인 백낙청-이해찬-박원순 등 ‘텐트파의 칼질’이 효력을 발휘한 것인가?

    ‘텐트파’로선 통합진보당의 분열로 찢어진 ‘진보빅텐트’ 재건에 비협조적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눈엣가시’였다.

    그런 안철수 원장에게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이 닥치고 있다.

    ‘협박 폭로’가 사실상 ‘텐트파’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금태섭-조광희-강인철-송호창 4인방에 의해 주도됨으로써 ‘치명적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금태섭-조광희 변호사와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각각 박원순 캠프의 멘토단, 법률특보, 대변인을 맡았던 ‘박원순의 사람들’이다.

    그동안 텐트파는 여러 차례에 걸쳐 안철수 원장에게 민주통합당 입당을 종용했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 때문이었다.

    그러자 ‘진보빅텐트’의 수장격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까지 나섰다. 백낙청 교수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넘어 협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자신이) 야권 단일 후보가 안 되더라도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로 살려 민주 세력의 공동승리에 확실한 공헌을 할 책임이 있다”

    “안철수 원장이 이제 와서 나는 도저히 자신 없으니 물러서겠다는 것은 민주당 후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자기가 단일후보가 되든, 민주당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든, 일단 나와서 판을 키우고 돕는 것이 맞다.”

    안철수 원장이 제3의 신당을 만들어 독자 출마할 경우 자신들이 추진하던 ‘진보빅텐트 2.0’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염두에 둔 탓이었을까?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 ▲ <오마이뉴스> 사장 오연호와 조국 서울대교수의 대담집 <진보집권플랜> 책표지.
    ▲ <오마이뉴스> 사장 오연호와 조국 서울대교수의 대담집 <진보집권플랜> 책표지.

    그리고 며칠 뒤 금태섭 변호사가 느닷없이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불출마 종용 협박’이었다. 협박의 당사자로 지목된 박근혜 후보 측 정준길 공보위원은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들이 20년지기 친구사이임이 밝혀졌다.  

    ‘텐트파’는 박원순 시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를 내세워 친구끼리 주고받은 통화 내용을 ‘협박’으로 포장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을까?

    이날은 안철수 원장이 각계각층의 저명한 원로들과 잇따라 회동한 후 늦어도 추석 연휴 이전에 출마선언을 할 것이라는 ‘등판’ 전망 보도가 나온 날이었다.

    이후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은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에 대해 “이는 개인이 아니라 야권 전체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 ▲ 금태섭의 기자회견 모습. 회견중인 금태섭 변호사의 오른쪽에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이, 왼쪽에는 조광희 변호사 모습이 보인다. 이들 '박원순의 남자'들은 왜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연합뉴스
    ▲ 금태섭의 기자회견 모습. 회견중인 금태섭 변호사의 오른쪽에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이, 왼쪽에는 조광희 변호사 모습이 보인다. 이들 '박원순의 남자'들은 왜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연합뉴스

     

    11일에는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10연승을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안철수 원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몇 번이나 이런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최근 협박 폭로를 비롯해 안철수 원장을 둘러싼 ‘거짓말 논란’이 계속될수록 그를 향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더욱 냉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러한 일을 꾸미고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안철수 원장의 대권행보에 적신호가 켜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7~10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양자 대결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39.5%를 기록, 37.1%를 얻은 안철수 원장을 2.4%p 차로 눌렀다.

    지난 4일 발표된 조사 결과에선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원장보다 9.2%p나 낮았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결과를 뒤집은 것.

    앞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원장은 오차범위 내에서 문재인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질렀었다.

    <매일경제>가 지난 7~8일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야권후보 단일화 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은 42.0%로 문재인 후보(38.9%)를 오차범위인 3.1%p 차로 앞섰다.

    <한국일보>가 지난 8일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야권 단일후보 경쟁 조사 결과에서도 안철수 원장(42.5%)은 문재인 후보(36.9%)를 5.6%p 차로 제쳤다.

    <동아일보>가 8일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야권후보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원장(43.0%)은 문재인 후보(40.4%)를  차이로 누른 것.

    그러나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
     
    문재인 후보가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안철수 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하나씩 해부하자 야권후보 양자대결은 안개속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설명이다.

    “문재인 후보가 순회경선 10연승을 기록하면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위치를 굳힌 것이 영향을 줬다. 거기다 안철수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불출마 종용’ 기자회견을 한 뒤 새누리당 지지층 사이에서 안철수 원장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도 요인이다.”

    “지금 상황에서 안철수 원장이 빨리 출마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다자대결에서도) 역전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원장 입장에서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확정 전에 출마를 선언해야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다.”

    새누리당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이학만 전 온라인대변인이다.

    “예상된 결과다. 조만간 안철수 원장은 주변인 역할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이 안철수 원장에 대한 거짓말 논란을 검증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다들 예측했었다.”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공식후보로 선출되면 현재 추세대로 안철수 후보를 1~2%p 차로 이길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원장이 거짓말을 시인하지 않는다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선출된 이후 출마 입장을 밝히겠다고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