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이사회 "직무유기로 한 총장 해임"한 총장측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 숙명여대 재단과 학교 간의 갈등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숙명여대 재단인 학교법인 숙명학원은 2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을 전격 해임하고 한국어 문학부 구명숙 교수를 총장서리로 선임했다.

    이에 한 총장측은 이사회 의결이 위법절차로 진행됐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법원에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숙대는 '한지붕 두 총장'의 기형적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숙명학원 이용태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한영실 총장은 법인에서 요구하는 회계 감사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이사회에 보고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등 직무를 유기했기 때문에 총장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한 총장이 이사회가 마치 부도덕한 행동을 한 것으로 몰아가며 학교와 이사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기부금 전용이 외부에 알려져 정부의 조치까지 나온 것에 한 총장측의 책임을 물었다.

    앞서 이 이사장은 학교 기부금 3백95억원을 편법 운용했다는 이유로 20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이사장 승인취소를 통보받았지만 아직 소명절차 등이 남아있다.

    한 총장 측은 이 이사장의 발언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한 총장은 이사회 소집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아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회의 목적도 명시하지 않은 채 오전 7시에 김포공항의 카페에서 대학 총장의 거취가 결정된 것은 품격이 떨어진다"며 이날 오전 임시 교무회의에서 "이사회 의결사항은 위법 절차로 진행됐으므로 총장은 정상적 직무를 수행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한 총장 측은 학교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총장 해임 및 이사해임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이 불거진 계기가 된 기부금 문제와 관련해 이 이사장은 "기부금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기부금이 재단으로 들어가서 생긴 이자를 한 푼이라도 챙긴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회의 학교 기부금 법인전입금 처리과정에) 절차상의 잘못은 있을지라도 도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대학 종합평가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학교로 들어오는 기부금을 재단 회계로 넘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총장 측은 "한 총장 취임 뒤 사립학교법을 명백히 위반한 이사회의 기부금 처리를 인지하고 이를 대화로 해결하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사회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법인전입금 가산점도 현 제도에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이사회가 요구하는 회계자료를 한 총장이 제출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자료제출을 했고 총장이 해명까지 했다"며 "이미 감사가 완료된 자료까지 총장에게 전수감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 총장과 이사회의 다툼을 두고 이경숙 전 총장과 한 총장의 개인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고 있다는 지적에 양측은 모두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이기범 교무처장은 "현 상황이 인간관계 갈등으로 비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이경숙 전 총장과) 개인적인 인맥으로 얽힌 현 이사진들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