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2주년 맞아 진심으로 사과하라!"
  • 천안함 역(逆)안보장사에 대해 책임져라
    
    강 규 형(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

     다가오는 3월 26일은 46명의 해군 병사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순직한 천안함 폭침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최근 이해찬 전 총리는 정부가 천안함을 2010년 지방선거용으로 “많이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과거 권위주의정권 때 여론조작을 하려 ‘안보장사’를 했던 경우가 많고, 그 결과 국민들의 불신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한국사회가 풀어야할 숙제이다. 전두환 정권당시 “수지 김 간첩사건” 조작 같은 것은 역사의 치욕이었다. 천안함의 경우 방어선이 뚫린 것도 문제요, 당황해서 조사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 사태를 이용한 ‘역(逆)안보장사’가 횡행했고, 선거에서 폭침을 부정한 사람들이 이득을 봤다.

     작년 분당 보선에서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는 천안함에 대한 의견표명을 요구받자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고 했다. 그 질문을 하는 의도가 무엇이냐? 그렇게 해서 색깔론을 제기하자는 건가”라고 반발했었다. 손씨야 그랬을지 몰라도 그동안 야권 전체의 행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합리적인 의심과 비판은 건전한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 관련 의혹제기는 정도를 넘어섰었고, 집요하게 북한을 옹호하며 헛된 종북(從北)성을 보여줬다. 얼마 전 한 중견 언론인으로부터 재미있는 의견을 들었다. “천안함의 북한소행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진짜 그렇게 믿는 광신도형. 둘째는 북한소행임을 믿지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부정 또는 회피하는 형. 두 부류 다 저질이지만, 후자가 더 저질”이라는 얘기였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는 국회청문회에서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나,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고 얘기했다. 이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박원순씨는 서울시장 선거 때 “북한 소행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이명박)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서 억울한 장병들이 수장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엉뚱한 발언을 했었다. 그런데 ‘좀비’들이 설치는 인터넷 공간에선 북한책임론을 끝까지 부정·회피한 최문순 강원지사와 달리 그것을 인정한 박원순씨에 대한 성토분위기도 있었다. 최씨는 의원 재직 시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폭침됐을 가능성을 “홀인원이 한 다섯 번 쯤 연속으로 나는 확률”이라 강변했었다.

     “뉴민주당 플랜”의 입안자인 김효석 의원은 민주당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정치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아쉽게도 개혁지향적인 뉴민주당 플랜은 사장됐지만, 그는 망나니같은 종북주의 운동가 출신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 좌초와 피로파괴가 겹쳤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두고 보면 여러 곳에서 양심선언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양심선언”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그 이외에 박영선·강기갑·이정희·박지원·백낙청·김용옥 등 무수히 많은 야권과 학계 인사들의 비상식적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 중 과연 누가 광신도 형이고, 누가 ‘천안함 장사’를 하려는 부류일까.

     야권이 현재 총·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한다. 그러나 그들의 국가관·안보관 그리고 진실성 부족은 큰 문제다. 민주당이 포천·연천에 공천한 이철우 전 의원은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연루자로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조선노동당 기(旗)를 보관하며 북한체제에 충성을 맹세했었다. 그는 초상화 등은 안기부가 조작한 것이라 반박했지만 옛 “혁명동지”의 증언에 의해 그의 변명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한 때 공산혁명에 투신한 것이 큰 흠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그는 민주통합당 당가(黨歌)의 작사가다. 참고로 민주당 당가의 작곡자인 윤민석은 ‘김일성 대원수는 인류의 태양’이란 곡의 작곡자이기도 하다. 이것이 민주당이 얘기하는 자신의 정체성인가?

     야권은 천안함 관련 과거 언행을 대충 덮고 지나가고 싶겠지만 절대로 그렇게는 될 수 없다. 필자가 예전에 언급했듯이 이것은 진실게임 즉 “한국판 드레퓌스사건”이 될 것이고, 게임의 결과는 결국 드러나게 돼있다. 허위가 밝혀졌을 때 그들은 어떤 행태를 보일 것인가. 변명이나 궤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겠는가. 역사가 나중에 이들의 언행을 우국충정으로 평가할까 반역으로 평가할까. 그들이 총·대선에서 승리한들 과연 역사 앞에 떳떳할 수 있겠는가. 해서 이제 천안함에 대한 과거의 헛된 언행을 사과하고 허물을 다 털고 다시 시작할 일이다. 폭침 2주기는 그들에게 그런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집권하고 안하고간에 이 문제는 그들에게 영원한 멍에와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조선일보 아침논단 2012. 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