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2008년 전대 당시 후보였던 박희태(74) 국회의장과 박 후보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또 캠프에서 재정·조직 업무를 담당했던 조정만(51.1급)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정점식 2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이 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지난달 5일 수사에 착수한 지 47일 만에 한나라당 전대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현직 국회의장이 사법처리되기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지난 1997년 한보사건 당시 대검 중수부의 방문조사를 받았던 김수한 국회의장은 무혐의 처분됐었다.

    검찰이 정치권을 뒤흔든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인물인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함에 따라 야권 등으로부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이 고 의원실 외에 다른 의원실의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낸 게 없어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조 수석비서관은 2008년 7·3 전대를 앞둔 7월 1~2일께 고승덕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당법 50조(당대표경선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 1항은 정당의 대표자 또는 당직자로 선출되게 하거나 선거인에게 투표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나 선거운동관계자, 선거인 등에게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받은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안병용(54)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은 2008년 6월 하순께 은평구의원 5명에게 2천만원을 주면서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50만원씩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정당법 50조2항)로 지난 3일 구속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이 돈 봉투를 전달하도록 했다는 의심이 가는 정황이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두 사람이 공직을 사퇴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두 사람의 혐의에 은평구의원에게 2천만원을 전달한 부분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의 출처가 박 의장 돈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2천만원의 경우 관련자 모두 전달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등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 의원 외에 돈 봉투를 받은 다른 의원들을 확인하려고 노력했지만, 돈을 주고받은 사람 모두 처벌이 되므로 자발적 진술을 기대하기 어렵고 현금으로 전달됐을 것이므로 계좌추적으로도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60여년 간의 정당 정치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돈 봉투 제공행위를 처벌해 금품수수 행위가 근절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현직 국회의장과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철저히 수사해 금품제공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 사법처리한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