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김수한 의장 이어 현직으로는 두번째 전대 당시 돈봉투 살포 지시ㆍ보고 여부 조사
  •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오는 19일 오전 10시 박희태(74) 국회의장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방문조사한다고 17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와 전례를 고려해 공관에서 조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지난 9일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사퇴서가 국회에서 아직 처리되지 않아 국회의장 신분이다.

    검찰은 "박 의장은 돈 봉투 사건의 핵심 관계자로 일단 신분은 조사대상자"라고 말했다.

    검찰이 현직 국회의장을 조사하는 것은 지난 1997년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에게서 정치자금 명목으로 5천만원을 받은 의혹으로 대검 중수부의 공관 방문조사를 받은 김수한 당시 국회의장에 이어 이번이 사상 두 번째다.

    현직 국회의장을 검찰청사로 소환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검찰은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서가 처리될 것으로 보고 박 의장을 검찰청사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본회의 자체가 무산된데다 다음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방문조사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사퇴서가 언제 처리될지 확정되지 않았고, 무한정 기다릴 수도 없어 신속한 조사를 위해 방문조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일정상 조사시점을 일요일로 택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박 의장 측과 조사일정을 조율했다.

    박 의장 조사에는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3명가량이 투입된다.

    검찰의 박 의장 방문조사는 1회로 끝날 것으로 보이며 대신 조사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한 번으로 끝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의장을 상대로 2008년 7ㆍ3 전대를 앞두고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리라고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의장이 전대 이전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받은 억대 변호사 수임료의 용처와 자신 명의로 1억5천만원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캠프에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 등 자금조달 과정도 조사할 계획이다.

    박 의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나 여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며, 다소 비용이 든 것도 숨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돈 봉투 관행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사건이 불거질 때까지 그런 사실을 몰랐고 "수사가 진행되고 귀국한 이후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며 알게 됐다"고 밝혀 돈 봉투 살포를 직접 지시했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5일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조사에서 박 의장이 돈 봉투 전달 과정에 대해 알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은 '박 의장은 20년 넘게 정치를 하신 분이고 난 이제 초선인데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느냐'며 박 의장이 당시 캠프 운영을 주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캠프 재정·조직담당이던 조정만(51.1급)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와 방향을 일괄적으로 결정하고 돈 봉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