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 내가 질 것…유구무언 송구한 심정""국민들 청정정치 바람…잘못된 관행 타파해야"
  • "창랑자취(滄浪自取). 모두 내가 잘못한 일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13일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이같이 밝히며 "이번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지고 가겠다"고 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같고 "유구무언의 송구한 심정이다. 여야를 떠나 우리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변명하거나 회피할 의사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 ▲ 박희태 국회의장은 13일 의장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기나회견을 갖고 "모두 내가 잘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 박희태 국회의장은 13일 의장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기나회견을 갖고 "모두 내가 잘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그는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이며,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당시 저의 일을 도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특히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아무런 욕심도, 정치적 야망도 없이 오로지 우정에서 비롯된 일들 때문에 장래가 막히는 참담한 일을 당해 가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캠프에 관여했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저를 위해 한 일이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해서는 관대한 아량을 베풀어 달라"고 했다.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불법적인 관행이 지속돼 왔던 사실도 털어놨다.

    박 의장은 "전당대회는 일종의 집안 잔치로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분위기 자체가 딱딱한 법의 테두리 보다는 서로의 동지애 속에서 열려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들은 한 곳에 모아야 되고 다소 비용이 들어왔던 것 또한 숨길수 없는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박 의장은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과거 관행이란 이름으로 더이상 진행될 수는 없다"고 했다. "국회의장직 사퇴로 인해 우리 정치가 청정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했다.

  • ▲ 박희태 국회의장이 13일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희태 국회의장이 13일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과거 경선 때문에 이렇게 (의장직 사퇴와 같은) 큰 일이 일어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 아닌가 싶다. 이런 시대적 변화와 국민들의 바람이 거세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관행은 과감하게 타파해야 한다. 제도와 법을 개정해 우리 정치 풍토가 깨끗하고 한 점의 오염도 되지 않는 식으로 전개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박 의장은 "떠나는 마당에 누구를 탓하겠는가. 모든 것은 제 탓이다. 어부사를 보면 창랑자취(滄浪自取)라는 말이 있다. 모두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해외순방 뒤 귀국 기자회견에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언급한데 대해 "그땐 잘 몰랐다. (검찰) 수사진행에 따라 귀국 이후 관계된 사람들 통해서 알게 됐다. 알게된 즉시 사의를 표명했다.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했다.

    - 의장직을 사퇴하면서 -

    국민여러분 오늘 저는 국회의장 사퇴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구무언의 송구한 심정입니다.

    여야를 떠나 우리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변명하거나 회피할 의사는 추호도 없습니다.

    반세기 넘게 오로지 국가와 국리민복(國利民福)만을 위해 살아온 저의 명예가 무너지는 큰 아픔도 겪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이며,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당시 저의 일을 도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 입니다.

    그들에게 잘못이 없는 만큼 국민들께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안고 가겠습니다.

    저의 희생을 통해, 우리 정치가 과거의 나쁜 유산을 극복하고 한층 발전하는 큰 계기를 마련하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저는 그동안 국회의장으로서 국회의 합리적 운영, 국회의 세계화,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적극적 뒷받침, 비정규직원의 정규직화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저에게 살아과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한 마음과 감사의 인사를 거듭 올립니다.

    앞으로 국민과 국가만을 따르는 순민의 길을 묵묵히 걷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 2.13
    박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