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끄러운 한국 정치상을 생각하면서

    나는 어제 밤 이곳 시간으로 화요일(1월24일) 저녁 9시부터 시작한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연초 국정연설인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를 TV에서 보면서 한국의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비극들이 생각났습니다.

    우선 미국 국회에서는 대통령이 입장할 때 모든 상원 하원 의원들을 비롯해서 대법관들, 장관들, 군부사령관들, 그리고 방청석에 초청받은 참관인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으며, 민주당 소속인 오바마 대통령을 다수당인 공화당 원내총부가 대통령과 함께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상원의장인 부통령과 양원합동회의 의장인 하원의장이 단상 위에 먼저 자리를 잡고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장내 모든 인사들과 함께 기립박수로 대통령을 환대했습니다.

    더욱이 정적(政敵)이지만 골프도 함께 치는 공화당인 베이너(Boehner) 하원의장과 민주당인 오바마 대통령과의 악수는 너무나 힘찬 악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지역주민과의 만남행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아직도 완쾌되지 못한 아리조나 주 출신 민주당의 젊은 여성의원 기포드(Giffords)가 한 공화당의원과 민주당의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입장했는데, 그녀가 살아 돌아온 용기에 장내 모든 사람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때 불편한 손짓으로 답례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대통령도 연설 전에 그에게 다가가 포옹을 해 주었습니다.

    더욱이 그녀는 이번이 의원으로서 마지막으로 의회에 참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날 의원직을 하원의장 앞에서 공식사퇴 했는데 그녀가 발의한 반마약매매법이 이날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이 기포드 의원과 가까이 하기 위해 금년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을 갈라놓은 의회의 중앙통로(the aisle)를 서로 넘어와 섞어 앉기로 했는데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65분간 행해진 연두교서에 수많은 기립박수와 앉아서 치는 박수는 초당적인 미국의회(美國議會)의 면모를 볼 수 있었으며, 대통령 정책을 수행하는 각부 장관들은 그들의 부처이름이 연설에서 언급될 때 그들의 미소를 카메라가 잡아 주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 연설이 있는 뒷날 선거가 실시되었다면 오바마의 재선은 압도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오바마도 11월에 있을 차기선거를 감안한 연설을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약속한 이라크 파견 미군 철군완료와 테러의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명령도 자신의 업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공정(Equality)을 큰 주제를 삼아 세금과 고용 그리고 에너지 부문을 강조했는데, 부자들은 최소 30%의 세금을 내야한다고 하면서 부시(George Bush) 전 대통령이 만든 부자감세법을 없애자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자고 주장하는 워렌 바펫(Warren Buffet)이 자기가 내는 세율이 자기 비서보다 낮다고 말한 바로 그 비서가 방청석에 초대받아 앉아있었는데, 연설 도중 카메라가 그녀를 비춰주었습니다.

    이 부자감세법 혜택을 받은 공화당 후보인 미트 람니(Mitt Romney)는 작년에 2천백만 달러 이상을 벌었는데 세금은 고작 3백만 달러를 내서 수입의 14%만이 세금으로 나갔습니다. 그래서 람니 후보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그의 지지율이 최근에 들어와 깅그리지 보다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연설에서 백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들은 수입의 최소 30%를 세금으로 내면 국가재정에 많은 힘을 실어 줄 것이고 고용창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으로 입후보한 사람들은 권력으로 돈을 번 것이 아니고 연설에서 받은 사례비나 저서의 인지세(印紙稅) 그리고 람니 같은 사람은 투자를 잘 해서 번 돈입니다. 모두 투명한 돈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떻습니까? 권력이 있는 곳으로 돈이 모아져 그것으로 돈 봉투를 만들어 돌리고 더 큰 권력을 잡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고용에 대해서는 외국으로 나가는 외주를 줄이고 외국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 올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서 고용창출을 모색하자고 했습니다. 특히 불량품이 많은 중국산에 대해서 엄격한 조사를 함으로써 중국산의 수입을 줄이면 국내고용이 확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중국의 외화 보유고는 미국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부문은 미국 본토에 묻혀있는 청정가스를 개발하자고 하면서 이는 고용창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겨우 53%의 과반수 투표로 당선된 오바마는 대통령으로 당당하게 연설을 했으며, 흑인으로서의 자괴감(自愧感)은 하나도 엿볼 수 없는 훌륭한 연설을 했습니다. 연설이 끝나고 바로 공화당의 반박연설을 금년에는 인디아나 주지사인 미치 대니엘즈(Mich Daniels)가 그의 주지사실에서 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거론한 거의 모든 정책은 공화당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것과 비슷한 것이 많다고 했습니다. 당은 다르지만 국가를 위한 정책은 같은 맥락이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5백만표 이상을 더 얻고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표를 던져 준 국민들을 위한 생각보다 소수의 반대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청와대에 앉아서 국정을 하는 것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직 수행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발전된 미국의 민주주의 의회정치 그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초당적인 이들의 진정한 자세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을 비롯해서 모든 지도자들이 이곳에 와서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이번 미국의 연두교서 연설현장의 녹화를 국회본회의에서 상영해 주면 좋은 시청각교육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버트 김(robertkim0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