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영국서 독립투표 강행 수순
  • 영국에 속해 있으면서 상당부분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수장인 알렉스 새먼드 제1장관은 26일 독립에 대한 스코틀랜드인들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 문안을 공개하고 2014년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 정부는 국민투표를 한다면 엄정한 선거관리가 이뤄지는 가운데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한지붕 네가족 = 영국은 주축인 잉글랜드를 비롯해 웨일스,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4개 자치 정부 연합으로 구성돼 있다.

    스코틀랜드는 1707년 잉글랜드와 통합되기 이전에 오랜 독립투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1603년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가 세상을 떠난 뒤 후손이 없자 인척인 제임스 6세 스코틀랜드 왕이 잉글랜드 왕(제임스 1세)에 오르면서 통합 과정을 밟았다.

    이후 1702년 제임스 2세의 차녀가 여왕으로 즉위하면서 스코틀랜드는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라는 하나의 의회와 정부 아래 잉글랜드에 완전히 합쳐졌다.

    그러나 형식만 통합됐을 뿐 스코틀랜드는 과거 앵글로 색슨족에 밀려 추운 북쪽으로 쫓겨났던 켈트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잉글랜드에 대한 민족적 반감이 뿌리깊이 남아있다.

    실제 상당수 스코틀랜드인들은 잉글랜드와 유럽 국가 사이의 축구 경기에서 유럽 국가를 응원한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그동안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보수당 등 독립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연합해 다수당을 이뤘으나 지난해 5월 실시된 선거에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독립 투표가 탄력을 받고 있다.

    ◇ 독립투표 실시는 대세…세부 방안 이견 =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가 공개한 투표 문안은 `스코틀랜드가 독립 국가가 돼야한다는데 대해 동의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투표 실시 시기는 2014년이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독립 지지도가 높은 16~17세 청소년들에게도 투표를 허용키로 했다.

    투표일도 통상 영국의 선거일인 목요일이 아닌 토요일로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와 함께 중앙 정부로부터의 자치권 확대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두번째 질문을 추가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 정부는 국민투표 실시 자체를 굳이 막지는 않겠지만 공정한 선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먼저 2014년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와 치렀던 독립투쟁 가운데 대표적으로 승리했던 배넉번 전투가 있은지 700년이 되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독립 분위기가 고조되는 때다.

    투표 시기를 2014년에 맞추지 말고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코틀랜드가 독립해야 하는데 동의하느냐'는 문안은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스코틀랜드가 영국의 일부분으로 남아있는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투표 문안을 비롯해 투표 연령 하향 조정이나 투표 요일 변경 등 세부 사항을 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중앙 정부는 강조했다.

    중앙 정부는 유로존의 재정 위기로 인해 가뜩이나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모적인 논쟁은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 자치권 확대 노림수 = 현재 여론 조사는 찬성이 35%, 반대가 55%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지만 노동당, 자유민주당, 보수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투표 결과가 찬성으로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미 300년간의 융화 정책으로 인해 스코틀랜드로 이주한 잉글랜드인도 많고 정착한 이민자들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스코틀랜드 정부의 예산은 영국 의회에서 교부하는 보조금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총리를 지낸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등 중앙에서 활동중인 스코틀랜드 출신 정치인들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중앙 정부는 그러나 독립 투표 문제로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 세울수록 찬성표가 결집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는 독립 투표에서 부결되더라도 찬성률이 높게 나오면 재정, 산업 등의 분야에 대한 자치권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헌법, 국방, 국가안보, 재정, 경제 정책, 외교, 사회보장 등을 제외한 분야에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재정적인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자치권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앙 정부와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가 국민투표 문안에 `자치권 확대'를 채택할지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펴는 것도 이러한 `국민투표 부결 이후 자치권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