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들로 채워진 '여정'의 무대 인상적갈라 형식 벗어나 한국 무용과 발레가 한 작품에서 조우음악이 무대를 압도한 공연‥
  • ▲ 4색 여정-Endless Voyageⓒ예술의전당
    ▲ 4색 여정-Endless Voyageⓒ예술의전당

    4가지색의 여정은 아름다움의 시작이었다. '4색여정'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이정윤, 연인이기도 한 유니버설발레단의 황혜민과 엄재용 등 한국의 대표 수석무용수 4명이 참여해 화제를 모은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발레’나 ‘한국무용’ 같은 장르의 구분을 뛰어넘은 한국의 대표 수석무용수 4명이 그들만의 춤사위로 한국적 정서를 표현했다. 갈라 쇼 형식이 아닌 하나의 주제로 묶여진 이정윤 안무의 창작무용이기때문에 '4색여정'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 ▲ 4색 여정-Endless Voyageⓒ예술의전당
    ▲ 4색 여정-Endless Voyageⓒ예술의전당

    이들과 더불어 '4색여정'에는 전 문화부 장관인 김명곤이 대본과 연출을, 감각적 디자인의 소유자 이상호가 무대예술을, 한국 현대사진에 큰 영향을 끼친 구본창이 사진·영상을 맡아,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창작무용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안무를 맡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이정윤(34)은 “춤은 결국 무대에서 하나로 통한다”면서 “자극적인 컨텐츠나 환타지적인 요소보다는 휴머니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는 "쉽게 얘기해서 삶에 대한 여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고 강조한 뒤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 배에 타서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살아가면서 겪는 희로애락과 그로 인해 성숙해 가는 과정을 표현했다"고 이번 공연의 테마를 소개했다

  • ▲ 4색 여정-Endless Voyageⓒ예술의전당
    ▲ 4색 여정-Endless Voyageⓒ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지난 4~5일부터 이틀간의 공연을 시작한 '4색여정-Endless Voyage'은 4색여정은 배를 타고 바다여행을 떠난 4명의 주인공들의 춤사위를 통해 각자의 내면의 삶을 드러낸다. 하지만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다소 빈약한 스토리와 더불어, 각각의 예술가들이 서로에게 녹아들기보다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기에 급급, 일말의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로 각 분야에서 이미 고유한 스타일과 기량을 굳힌 예술가들이 서로에게 융합되기에는 70분이라는 공연 시간이 다소 짧아 보였다.

    인간의 7정(情)인 희로애락애오욕을 표현하는 1장에서 국립무용단 단원 7명의 군무는, 여러 명이 춤을 추지만 상대적으로 무대가 너무 커서 왠지모를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기쁨을 표현하는 2장은 실제 연인인 황혜민과 엄재용이 맡았다. 황혜민이 엄재용의 어깨에 기댈 때 세상에 없던 새로운 대화가 솟아났다. 한국 무용이 가슴으로 자연스럽게 숨을 내뿜는다면, 발레는 발끝에서부터 숨을 뽑아 올려야 한다. 황혜민은 "한국 무용의 호흡을 배울 기회라 더없이 소중한 무대"라고 말했다. 다른 여러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황혜민과 엄재용 커플의 호흡에는 빈틈이 없었다. 그들의 춤을 보면 사랑이 느껴졌다.

    3장에선 홀로 남은 여인 역 김주원의 고독과 방황의 춤이 이어졌다. 그간 몇 차례 같은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이정윤과 김주원의 춤은 아름다웠다. 이정윤과 국립무용단원들의 군무는 매우 역동적이었다. 특히 이들의 만들어내는 회전 동작이 대단히 인상깊었다. 하지만 11명밖에 되지 않는 출연진과 무용의 구성과 내용 등을 보았을 때 큰 무대의 오페라극장보다 '토월극장' 같은 중규모의 극장이 더 어울렸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또한 "내러티브가 있는 창작춤"이라는 사전 설명을 들었지만, 실제로는 각 장마다 4명의 무용수가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는 '갈라 쇼'를 보는 느낌이었다.

    5일 공연 때 관객들이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보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장막(長幕) 현대무용 공연 때 관객들이 중간에 틈나는 대로 박수를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음악이나 무대가 춤을 압도한 것 같은 인상도 많이 있다. 스크린 역할을 하는 10개의 대돛대형 무대, 특히 9명의 연주자가 만들어낸 음악이 그랬다. 해금과 바이올린, 소프라노 등이 함께한 소규모 퓨전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은 무용수들과 소통하고 교감하기 보다는 음악만이 무대를 압도했다. 공연을 찾은 한 관객은 "춤보다 음악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 ▲ 4색 여정-Endless Voyageⓒ예술의전당
    ▲ 4색 여정-Endless Voyageⓒ예술의전당

    이정윤을 중심으로 국립무용단 단원들과 최고 수준의 발레무용수들이 함께 한 '4색여정'은, 한국무용과 발레라는 장르의 벽을 허문 무대였다.

    새로운 형식의 '컨템퍼러리무용'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4색여정'은 특별했고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봤을 때에는 기대했던 수준에 못미치는 요소들이 눈에 띄어 소소한 아쉬움을 남게 했다.

    4일 공연을 관람한 무용평론가 장인주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갈라 형식에서 벗어나 한국 무용과 발레가 한 작품에서 만났다는 점만으로도 매우 긍정적"라며 "부분적으로 다소 겉도는 장면을 좀 더 보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