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무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긴축안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309일간 이어졌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과 유사한 고공농성이 진행 중이다.

    해고된 이탈리아 철도 노동자 3명은 영하의 날씨 속에서 올해 크리스마스를 밀라노 철도역에 있는 탑 위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며 보내기로 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카르민 로타토레(45)씨는 AFP와의 전화 통화에서 "올해 크리스마스는 좀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밀라노 철도역의 탑 기단부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트리가 세워졌다. 하지만, 농성 중인 세 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결코 항의 농성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로타토레와 주세페 지손, 올리비에로 카시니 등 세 사람은 지난 9일부터 20m 높이의 밀라노 철도역의 탑에서 농성을 해왔으며, 국립철도회사인 트레니탈리아의 하청업체가 자신들과 약 800명의 동료 노동자 전원을 복직시키지 않으면 탑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탑 아래에서 하루 종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동료 해고노동자들은 로타토레를 비롯한 3명의 고공농성자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음료를 밧줄에 매달아 올려보내주고 있다.

    로타토레씨 등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침낭과 겨울옷 등을 준비하는 등 장기농성에 대비하고 있다.

    야간열차에서 일해온 이들은 트레니탈리아가 지난 11일부터 실시한 철도 서비스 구조조정에 따라 일자리를 잃었다.

    트레니탈리아로부터 관련 서비스 업무를 넘겨받은 하청업체는 해고한 800명의 노동자들 가운데 현재까지 320명을 복직시켰다.

    트레니탈리아의 구조조정은 이탈리아 채무위기와 직접 관련은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국가 부도 사태를 피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연금과 조세 등에서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철도회사측은 승객 감소와 저가항공사와의 경쟁 등으로 인해 밀라노와 토리노 등 북부도시와 남부 주요 도시들을 직접 연결하는 야간열차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남부지역 도시를 출발한 야간열차의 승객은 일단 로마나 볼로냐에서 내린 뒤 초고속열차로 갈아타고 북부 밀라노 등으로 이동한다. 이같은 서비스 구조 개편은 남북 연결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 트레니탈리아의 설명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트레니탈리아가 이익이 많이 남는 초고속열차만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밀라노 역사 앞에 내걸린 노조의 플래카드에는 `야간열차가 없으면 이탈리아는 더욱 분열됩니다'라는 구호가 적혀있다.

    고공농성 중인 3명의 해고노동자들은 연금 조기 지급이나 퇴직수당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자리를 되찾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손씨는 "해고를 당하는 건 큰 타격이다. 우리는 일하며 세금을 내고 싶다"며 "우리는 사회에 빌붙어 살아가는 정치인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들의 고공농성은 가족들에겐 더 힘든 시간이다.

    올해 48세의 홀아비인 카시니씨는 "8살 난 딸이 우는 걸 뒤로 하고 집을 나서는 게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가 농성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딸 때문이며, 월급을 받아서 딸에게 괜찮은 삶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레타토레씨는 "몇년 후 우리는 가족들에게 그들의 미래를 위해 탑 위에서 농성을 했음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레타토레씨의 아내 지오반나는 남편이 하루빨리 탑에서 내려오기 바란다며 "크리스마스에 뭔가 큰 걸 바란 적은 한번도 없지만, 크리스마스 전에 남편과 동료들이 탑에서 내려왔으면 한다"며 "아이들이 아빠를 언제 다시 볼 수 있느냐고 내게 묻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