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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내년 총선 승리를 담보하기 위한 ‘개혁공천 모델’로 15대(1996년), 17대(2004년) 총선 공천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내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물갈이’을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여의도연구소는 내부 문건을 통해 15대 총선 공천을 ‘대대적 외부인사 영입으로 불리한 선거환경을 극복한 사례’로 꼽았다.
‘고령 의원 20여명의 자진 출마포기 선언 등 쇄신으로 기사회생한 사례’로는 17대 총선을 제시했다.
15대·17대 총선은 이른바 ‘대대적 물갈이’가 단행된 사례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은 1996년 15대 4.11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통해 ‘정치세대 교체’를 이뤘다. 문민정부 집권 4년차에 치러진 15대 총선은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에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었다.
15대 총선 1년 전인 1995년 6월 지방선거에 패배, 지방정치구조가 여소야대가 됨에 따라 정권 심판론이 확산됐다. 내부적으로도 개혁-안정 세력 대결, ‘포스트 YS’ 권력투쟁 등이 노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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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신한국당은 당시 김영삼(YS) 대통령의 주도로 기성 정치권의 틀을 깨는 과감한 세대교체를 추진했고, 이춘구 전 대표를 비롯한 구정권 중진들이 정치일선에서 떠나며 세대교체의 공간이 마련됐다.
이회창 전 총리와 박찬종 전 의원의 입당으로 중심축이 바뀐 데 이어 5·6공 군부정권의 색채를 씻어내는 동시에 민주-개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우재, 이재오, 김문수, 이신범, 이성헌, 김영춘씨 등 개혁성향의 정치 신인들을 대거 총선에 내세웠다.
여기에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과 김도언 전 검찰청장, 정형근 전 안기부 차장, 최연희 전 검사장, 안상수 변호사, ‘모래시계 검사’인 홍준표 변호사 등도 ‘신(新)세력’에 합류했다.
이로써 신한국당은 지역구 122석과 전국구 18석 등 과반에 육박하는 140석을 확보하며 선전했다.
당시 15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이들 중 안상수, 이재오, 홍준표 의원은 현재 4선 중진의원으로서 한나라당의 주축을 이루고 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여권 잠룡으로 꼽힌다.
이는 ‘물갈이’라는 초강수를 둔 결과다. 정치권의 변화-개혁을 바라는 민심에 부응, 30∼40대 정치 신인들을 대거 발탁한 것이다.
중진 의원 26명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최병렬 대표, 서청원 전 대표, 박종웅 의원 등 당시 중진 의원들이 공천 심사과정에서 대거 탈락했다. 일각에서는 ‘표적 낙천’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로써 17대 총선 한나라당의 현역 물갈이 비율은 33.8%로, 16대 총선 때의 26.3%보다 7%포인트 이상 높았고, 공천장을 받은 후보들의 연령대는 40대가 가장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4.15 총선을 강타한 ‘탄핵풍(風)’으로 한나라당은 1당 자리를 내줘야 했지만, 100석을 확보, 당초 목표했던 개헌저지 의석을 초과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개혁공천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