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여러분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세대에 이 나라 국민으로 태어나서 우리 다 같이 평생에 소원이 있다면, 우리들 세대에 우리의 조국을 근대화해서 선진(先進)열강과 같이 잘 사는 나라를 한 번 맨들어보자는 것입니다."

    趙甲濟
       
     

    박(朴)대통령은 1964년 8월 아래에서 써 올린 국방대학원 졸업식 연설문 초안(草案)을 다 읽고는 석장을 추가했다. 그가 만년필로 직접 쓴 추가분은 이러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둡고 절망적인 면이 많이 있는 반면에는, 밝고 희망적이고도 고무적인 면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용기와 의욕을 가지고 분투해야 할 시기라는 것을 명심해주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서 꼭 여러분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세대에 이 나라 국민으로 태어나서 우리 다 같이 평생에 소원이 있다면, 우리들 세대에 우리의 조국을 근대화해서 선진(先進)열강과 같이 잘 사는 나라를 한 번 맨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서(西)구라파인들이 그들의 조국을 근대화하기 위해서(문예부흥이고 산업혁명이요 하고: 산업혁명으로부터 20세기 초엽에 이르는 동안) 피 땀 흘려 노력할 때에 우리 조상들은 케케묵은 당파싸움이나 하고 양반(兩班) 자랑 하느라고 세월 다 보내고 말았습니다. 또 2차대전 후 20년 동안 패전의 고배(苦盃)를 마신 패전국가들이 잿더미속에서 피눈물을 흘려가며 그들의 조국을 재건해서 오늘날 그들은 전쟁 전보다 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해방 후 20년 동안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여야(與野) 정치싸움만 하다가 또 다시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작정인가.
     
    앞으로 5년 내지 10년은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기회를 또 다시 놓친다면 우리에게는 다시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를 또 다시 놓친다면 우리는 영원히 후진국가란 낙인을 벗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생산과 건설에 집중되어야 하겠습니다. 이 기간동안은 우리는 모든것을 참고 이겨나갈 수 있는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맡은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용기와 결심을 가지고 분투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박(朴) 대통령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데는 시한(時限)이 있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다. 시간에 쫓기는 기분으로 일한 사람이 그였다. 1970년대 朴 대통령이 유신체제를 만들어 정치 비용을 줄이고 국가조직을 효율화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한 것은 이 시간관념과 직결된다. 1970년대에 한국은 앞서가던 말레이시아, 태국 등을 추월하여 중진국으로 도약하였고, 선진국 문턱까지 갈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든다. 1970년대를 허송한 나라는 다 선진국 진입(進入)경쟁에서 탈락했다. 1970년대에 민주화가 시도되었더라면 사회 혼란속에서 한국의 활력과 동력은 타격을 받아 민주화도 경제발전도 실패했을 것이다.
     
      '남과 북은 생존투쟁중'
     
    유신체제를 만든 박(朴)대통령이 혼신의 기력(氣力)을 쏟아 한 연설이 1974년10월1일 국군의 날 유시이다. 부인을 북한정권이 보낸 암살자에게 잃은 그로서는 정예 국군의 대오를 앞에 둔 이 자리의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는 한국이 처한 상황을 생존투쟁으로 규정했다.
     
    <우리 국군의 역사는 건군(建軍) 초창기부터 공산침략자들과의 투쟁의 기록으로 시작됩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내일도 그들과 투쟁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기 위해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또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며, 일보도 양보할 수 없는 생존투쟁입니다>
     
    그는 '유신체제는 공산침략자들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지키자는 체제'라고 단정했다. 그는 '큰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작은 자유는 일시적으로 이를 희생할 줄도 알고, 또는 절제할 줄도 아는 슬기를 가져야만 우리는 큰 자유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도 남과 같이 주어진 자유라고 해서 이를 다 누리고싶고, 또 남이 하는 것은 다 하고싶고, 그러고도 자유는 자유대로 지키겠다고 한다면, 또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환상적인 낭만주의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박(朴)대통령은 다른 자리에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기강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지만 북괴가 노리는 국론(國論)분열을 막아 더 큰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 실정에 맞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朴대통령은 또 '민주주의는 어떻게 보면 공자가 말씀하신 중용(中庸)사상과 상통하는 것이며 전제군주식 억압정치도 나쁘지만 무절제한 자유방임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용(中庸)의 핵심은 온건한 균형감각일 것이다. 朴대통령은 유교적 교양위에서 균형감각이 있는 인격을 쌓아올린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문무(文武)를 통합한 균형미를 바탕으로 하여 엄격하면서도 다감(多感)하고 이론과 실천을 겸비하여 사물을 항상 주체적으로, 균형적으로 보려고 한 그는 중간선을 택하는 기회주의자의 균형이 아니라 심사숙고 끝에 대담한 결단을 내린 뒤 우직하게 밀고 가는 은인자중형(隱忍自重型)의 균형감각 소유자였다.
     
    朴대통령은 한산도의 戍樓(수루)를 둘러보다가 '금연'이라고 쓴 패말을 보고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수루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 보고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회상하며 담배 한 대쯤 피우고 싶지 않겠소? 금연보다 오히려 재떨이를 비치해두도록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