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관계자 "이미숙 출석 가능성 희박""항소심서 문건 작성 경위 밝히기 어려워"
  • 고(故) 장자연의 전 소속사 대표 김모씨로부터 이른바 '장자연 문건'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인물로 지목된 TV드라마 감독 A씨가 항소심 증인으로 채택됐다.

    피고인 김씨에 대한 항소심 심리를 맡은 수원지방법원 형사 항소3부(부장판사 김한성)는 6일 오전 열린 공판에서 고인이 사망하기 직전 이미숙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 A씨를 다음 공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전 공판에서 변호인 측이 요청한 탤런트 이미숙의 증인 신청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달 20일 열리는 재판에서 A씨에 대한 증인심문 결과, 이미숙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차기 공판에 이미숙이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전 항소심 공판에서도 변호인 측이 이미숙에 대한 증인신청을 수차례 요구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무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 ▲ 탤런트 이미숙   <사진=연합뉴스>
    ▲ 탤런트 이미숙 <사진=연합뉴스>

    ◆김씨, 2차 공판부터 이미숙 증인신청 = 지난 3월 22일 열린 2차 항소심 공판에서 김씨의 변호인 측은 "장자연의 사망 당시 발견된 4장의 문건(유서)은 이미숙의 사주를 받아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한 증인으로 이미숙의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소속사 직원 박OO씨만 증인으로 채택한 뒤 이미숙의 경우 "박씨에 대한 심문 이후 출석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문제는 4월 12일 열린 3차 공판에 박씨가 불출석함에 따라 이미숙에 대한 증인채택 결정도 자연히 뒤로 미뤄지게 된 것. 이날 변호인 측은 이미숙을 증인으로 신청하기 위한 입증계획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검찰 측 의견을 듣고 증인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다시금 판단을 유보했다.

    결국 후속 재판에서도 이미숙에 대한 증인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변호인 측은 지난달 18일 열린 심리에서 "이미숙이 김씨와의 다른 소송에 활용하기 위해 장자연의 매니저 유씨를 사주한 것"이라며 문건 작성에 대한 감독 A씨의 진술서를 추가로 제출한 뒤 이미숙을 또 다시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히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이미숙이 A씨에게 전화, '김씨가 장자연에게 술접대와 성접대 등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말한 뒤 "유씨와 장자연을 만나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는 자세한 언급까지 덧붙였다.

    이후 전 매니저 유씨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장자연을 데리고 찾아오겠다'고 밝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장자연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것이라는 게 변호인 측의 주장.

    이와 관련 변호인 측은 "이미숙은 자신의 소송을 위해 유장호를 이용, 장자연 문건 작성에 개입한 것"이라며 "문건 작성의 경위를 밝히기 위해선 이미숙의 출석이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 6일 공판서 A씨 증인채택 = 한편 6일 진행된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변호인 측이 요청한 TV드라마 감독 A씨를 증인으로 채택함에 따라 '재판 양상'에 다소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초 재판부는 "이번 재판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장자연을 폭행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김씨가 제기해 열리는 항소 공판"이라며 "폭행 여부 및 양형 문제가 아닌, 장자연 문건에 대한 심리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이같은 논리라면 '장자연 유서' 작성 부문에만 국한된 이미숙과 A씨의 증언은 항소심 쟁점과는 동떨어진 사안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김씨의 변호인 측은 "문제의 유서는 이미숙 등이 소송대비용으로 만든, 진정성이 의심되는 문건"이라며 "'장자연 유서'가 중요한 영향을 끼친 '1심 양형'은 과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항소심 재판부가 6일 공판에서 "감독 A씨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필요하다면 배우 이미숙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밝힌 것은 '문건 작성의 배경을 밝혀달라'는 변호인 측의 줄기찬 요구를 재판부가 일부분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재판부가 증인으로 채택한 A씨의 진술 역시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일 뿐 항소심의 본질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이 양형부당을 호소하며 장자연 유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판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진정으로 문건의 실체나 작성 경위를 밝히고자 한다면 또 다른 소송 제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