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일부 정치인과 노동사회 단체가 기획한 행사野, 김진숙이 결과적으로 안나올 것 알면서 증인·참고인 채택에 합의한 것인가
  • “조남호 회장, 왜 절망버스라 불리는 희망버스의 출발 명분을 제공했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 회의장에 고성이 울려 퍼진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 ‘비판’에 여야가 한목소리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소속 의원들은 원론적인 측면에서 ‘대기업 때리기’에 치중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조남호 회장이 ‘희망버스’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여야는 일단 한진중공업의 경영과 정리해고에 대해 지적하는 것으로 질의를 시작했다.

    의원들은 한진중공업의 영업이익률, 인건비, 배당 등 각종 경영지표를 제시하며 경영상의 긴박함으로 정리해고를 택했다는 사측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 ▲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18일 국회 환노위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문을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나서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18일 국회 환노위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문을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나서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조남호식 경영에 문제 있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한진중공업은 2001~2009년까지 총 당기순이익이 4천200억원이고, 조선부문 영업이익률이 작년에 13.7%에 달할 정도로 건실한 기업이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1천300명을 자를 만큼 경영상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업계 임금을 비교해봐도 현대중공업은 평균 7천500만원, 삼성 7천만원, STX 6천600만원인데 한진중공업은 4천500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금 수준이 낮은데도 정리해고를 거부하며 마지막으로 남은 94명을 자르겠다고 한다면 정말 악덕기업이 아니냐”고 조 회장을 쏘아붙였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회사는 선박 건조로 상당한 이익을 남길 정도의 경영상태를 유지했지만 잘못된 건설사업 투자로 발생한 손실 1천23억에 따른 엄청난 이자 부담 때문에 경영상태가 나빠진 것이 아니냐”며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도 “2008년부터 조선업계가 불황이었다고 했는데 3년간 주주에게 총 440억을 배당했다. 400명을 정리해고 하려다가 이제 94명 남았는데 440억은 94명에게 10년 동안 월급을 줄 수 있는 돈”이라고 주장했다.

    희망버스라 쓰고 절망버스라 읽는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에서 ‘희망버스’가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범관 의원은 “한진중공업으로 향한 희망버스는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니라 일부 정치인과 노동사회 단체가 기획한 행사”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야당 의원들을 겨냥해 “정치의 중요한 기능은 이해집단 간의 갈등 조정이지 조장이 아니다. 국민 가슴이 답답하다”라고 꼬집었다.

    손범규 의원도 거들었다. 손 의원은 “조남호 회장이 어떻게 했기에 절망버스라 불리는 희망버스가 부산 영도로 향한 것이냐. 조 회장이 절망버스의 명분을 제공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제원 의원은 “희망버스 때문에 부산의 민심이 크게 뒤숭숭하다. 여기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잘라말했다. 

    이에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희망버스에 참가한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발끈했다.

    그는 “정치인이 제3자라면 정치는 왜 있고 대통령은 왜 있는 것이냐. 5공 시대 최대 악법이 3자 개입 금지인데 이는 민주화 시대에 들어와 이미 없어진 법”이라고 맞섰다.

    김진숙은 왜 안나왔나

    참고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불출석에 대한 항의도 나왔다.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여야 합의하길 아무리 참고인이라 하더라도 증인과 같은 참고인으로 김진숙씨가 청문회에 출석하도록 야당이 노력하기로 간사가 합의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안나왔나. 야당은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215일째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 지도위원에게 통보하고 출석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하지만 김 지도위원은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안돼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정진섭 의원은 “야당이 국민을 속이는 것인가. 결과적으로 안나올 것을 알면서 증인·참고인 채택에 합의한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민주당 소속 김성순 위원장은 “크레인 위에 있으니깐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진행하자”며 청문회를 이어갔다.

    이날 청문회에는 조 회장과 이재용 사장,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 김인수 한진중공업해고자대책위 부위원장, 한진중공업 경비용역업체 사장 등 6명이 증인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