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저 정도면 한국선 핵폭탄 테러나야" 악담도
  •  "한국 공사장은 중국 공산당의 물밑 지원을 받는 조선족과 중국인 조폭들이 장악했다. 한국은 외국인들의 식민지 상태다."

    유럽식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청소년 등 90명 넘는 무고한 인명을 살해한 노르웨이 연쇄 테러 사건이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국내에서도 최근 급증한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 카페에 모인 누리꾼은 조선족이나 동남 아시아, 중국 출신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 사례를 공유하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가 하면 근거 없는 원색적 비방을 쏟아내 이민자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25일 현재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다문화정책 반대', '다문화 바로보기 실천연대' 등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성토하는 인터넷 카페가 여럿 개설돼 있다.

    회원 수가 6천명이 넘는 한 카페는 '국제결혼', '코시안 문제', '외국인 범죄 사례' 등 10여개의 메뉴를 만들어놓고 이주민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파퀴벌레'(파키스탄인)나 '방구'(방글라데시인), '짜장'(중국인)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수시로 등장하는가 하면 외국인 범죄를 놓고 "조선족은 걸핏하면 칼질"이라거나 "파키스탄인들이 밤만 되면 무리를 지어 한국 여성 사냥에 나선다"는 둥 외국인을 싸잡아 범죄자 취급하기도 했다.

    다른 반(反)다문화주의 카페 회원들은 외국인 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다문화 정책을 폐기해달라며 법무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항의전화를 하는 일을 '실천'이라고 부르면서 관련 기관의 회신 결과를 게시판에 잇따라 올리고 있다.

    노르웨이 연쇄 테러 사건에 대해 "노르웨이 정도에서 저런 일이 일어났다면 한국에선 핵폭탄 테러가 벌어져야 정상인 상황"이라는 섬뜩한 글도 올라왔다.

    또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왜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해와야 하느냐"며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을 이주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 반(反)다문화 카페 운영자는 소개글에 "왜 후진국 막노동꾼을 불러들이고 가난한 서민을 희생시켜가며 다문화를 하느냐"고 적어 일자리 문제가 '외국인 혐오증'의 원인임을 짐작케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국인 혐오 현상이 사실을 그릇되게 해석하면서 생긴 일종의 착시 효과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오경석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 초기부터 논쟁이 있었지만 그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이 가지 않으려는 자리를 채우는 '보완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이미 결론이 났다"며 "범죄율 역시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낮은데도 외국인 범죄는 전체 집단으로 일반화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일자리나 범죄율을 근거로 외국인을 폄훼하고 공격하는 것은 사실 관계를 왜곡해 받아들이는 셈"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