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의 궤변, 해외투자가 '일자리 빼돌리기?
     손대표는 차라리 강기갑 의원을 대권주자로 밀어야
      
    변희재, pyein2@hanmail.net   /미디어워치 발행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9일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 "대기업이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리는 것은 악성의 일자리 문제로 재산의 해외 유출만큼 부도덕하고 심각한 기업행태"라고 말했다. 손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생의 으뜸은 일자리로, 정리해고나 일자리를 빼앗는 문제는 단순한 정리해고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특히 손대표는 "우리 당은 불발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청문회와 대기업 일자리 빼돌리기 진상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도 손대표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건설하여 해외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리는 것“이라 비판한 듯하다. 제 1야당의 대표를 떠나 15년 간 한나라당에 몸담으면서, 경기도지사 시절 해외투자 유치를 업적으로 내세운 정치 지도자로서는 놀라울 만한 발상이다. 손대표가 단지 한진중공업 3차 희망버스에 타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당 내외 좌파세력에 공격당하고 있는 위기를 넘기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면, 손대표는 원칙과 신뢰도 없는 파퓰리즘형 정치인을 자임한 격이고, 진짜 본인의 철학이라면 당장 당적을 민주노동당으로 옮겨야할 정도의 파격적 발상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어있다. 대기업 뿐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 역시 물류유통의 효율성과 인력수급을 위해 해외 현지 법인을 세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경제 및 기업 논리이다.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일자리 빼돌리는 행위라 비판한다면, 한진중공업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개성공단의 한국기업부터 모두 철수시켜야 한다. 개성공단이야말로 지방의 중소기업들이 더 낮은 임금을 위해 북한으로 일자리를 빼돌리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한진중공업처럼 진상조사를 할 필요도 없이, 지금 당장이라도 정치권이 합의하면 폐쇄조치할 수 있다.

    손대표 시각이라면 개성공단이야말로 국내 일자리 빼돌리기 최대 원흉

    그러나 손대표는 지난해 11월 29일 연평폭격으로 개성공단이 통제되자, 개성공단 입주자 대표를 초청하여 “개성공단 활성화를 통해 우리 기업도 성장하고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을 기대했지만 전체적인 사정의 진행은 역방향으로 가고, 특히 이번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오늘 여러분의 말씀을 듣고 민주당은 당대로 이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도록 하겠다”며 격려했다. 손대표가 개성공단의 일자리 빼돌리기에 한몫 거들겠다는 뜻이다.

    더구나 손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중국 등 해외를 방문할 때, 해외에 진출한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격려하기도 했다. 역시 국내의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린 원흉들을 격려한 셈이다.

    또한 손대표는 역시 경기도지사 시절 수많은 해외투자 유치를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웠다. 손대표는 주간 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30년 후에 먹고 살 수 있는 미래 전략 사업이 될 첨단 기업을 유치하고 기술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대표적인 예로 LG - 필립스사가 파주에 오게 함으로써 한국은 7세대 LCD 산업에서 확실한 세계 1위가 됐다. 만일 이 기업이 막판에 대만으로 갔다면 1위 자리는 대만에 내줘야 됐을 것이다. 파주 LCD센터는 생산 라인당 비용만 5조8,000억원이 소요되고, 1만5,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 오게 된다. 특히 생산과 연구에 최소 1,000여명의 석·박사가 투입돼 국내 과학 기술의 전환기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LG - 필립스사 유치 이후 경기도의 투자 여건을 신뢰한 미국 델파이, 일본 스키토모, 독일 티센크루프 등 자동차, 전자ㆍ전기와 화학 등 각종 분야 첨단 제조·유통 업체들의 투자로 이어졌다. 일본으로부터도 첨단 부품업체 23개를 끌어왔는데, 그 중 10개사는 한 번도 자기 기술을 가지고 일본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는 회사였다. 특히 H사는 새로 개발한 기술을 한국으로 가져 와 한국에서 처음 상용화했다. 앞으로도 해외 첨단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예정인데, 1월 12일부터 유럽을 방문해 바이오 쪽에 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5개국 12개 업체와 이미 상담 일정을 잡아 놨다“

    해외투자 유치 자랑하던 손대표, 미국, 일본, 독일의 일자리를 한국에 빼돌렸던 말인가

    이 역시 손대표의 시각으로 보자면, 미국의 필립스, 델파이, 일본의 스키토모, 독일의 타센크루프 등의 회사들은 각각 미국과, 일본, 독일의 일자리를 한국으로 빼돌린 격이다. 이들 회사에 대해서 미국, 일본, 독일의 정부가“기업이 일자리 빼돌렸다”조사에 나서겠다면 이들의 투자유치를 자랑하던 손대표는 뭐라고 항변할 것인가. 또한 한국기업의 해외투자를 일자리 빼돌리기라 조사하는 한국에 대해 어느 나라 기업이 투자를 할 것이며, 어느 나라 정부가 이를 용납하겠는가. 당장 한진중공업의 일자리 빼돌리기 조사를 시작한다면, 필리핀 정부가 이를 보고만 있겠는가.

    아무리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노선을 변경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번 손대표의 발언은 그의 진실된 철학이라 보기는 어렵다. 손대표가 영국 유학파에다, 경기지사 시절 글로벌 경제체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해외투자에 적극 나섰던 그의 경력과 업적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손대표는 좌클릭되는 민주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철학을 수시로 뒤집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식의 얄팍한 정치를 통해, 대체 본인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지, 본인이 정권을 잡았을 때,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근본부터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해외투자를 일자리 빼돌리기라 조사에 나서는 대한민국 정부는, 손학규식의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강기갑식의 대한민국 정부에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차라리 손대표가 일찌감치 대권 불출마를 선언하고, 강기갑 의원을 밀어주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