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 특위 전체회의 민주당 ‘보이콧’ 21일 전체회의서 국조 실시계획서 채택부산저축銀 피해자 50여명 국회서 피해대책 요구
  • “아이고, 아이고, 내 돈 내놔라 이것들아!”

    19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50여명이 국회를 찾아 피해대책을 호소하며 울부짖었다.

    버스 한대를 빌려 서울에 올라온 이들은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의 정상 운영을 강력히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한목소리로 “내 돈 내놔라”를 외치며 국회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한 피해자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국회의원이란 작자들이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자기들끼리 싸움이나 하면서 시간을 버릴 거라면 한나라당이고 민주당이고 전부 다 필요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런 와중에 한 피해자가 30도를 넘나드는 찜통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실신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울고불며 피해대책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 ▲ 19일 국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민주당 소속 위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정두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19일 국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민주당 소속 위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정두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바로 ‘정쟁·파행·보이콧’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야의 책임 떠넘기기다.

    저축은행 국조 특위는 이날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채택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안건을 논의하기는커녕 여야가 얼굴을 마주하지도 못한 채 산회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정조사 일정의 촉박함을 감안해 국정조사 실시계획서의 처리를 강행하려고 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실패했다.

    회의에는 한나라당 의원 6명을 비롯해 미래희망연대 김정 의원까지 모두 7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신지호·조문환 의원이 각각 해외출장,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해 의결정족수 9명을 넘기진 못했다.

    정두언 위원장은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 협상이 지연되면서 전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의 분노가 국회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원장으로서 이 사태를 방치할 수 없고 하루빨리 국조특위가 정상화돼야 한다. 현장방문과 문서검증, 기관보고는 청문회와 관계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까지는 야당의원들의 불참으로 회의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21일에는 회의를 열어 국조 실시계획서를 채택할 것”이라며 단독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보이콧’을 외치며 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 등의 증인 채택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이 안건을 일괄처리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저축은행 국정조사의 증인채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저축은행 국정조사의 증인채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국조가 정상화되려면 우선 증인채택이 일괄타결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이 원칙에 반해 일방적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차명진 의원은 “지금 야당 쪽에서 요구하는 하는 증인은 고문변호사를 했거나 밥을 함께 먹었을 뿐인데 ‘카더라’식의 가공 증인을 내세워 정치공방을 벌이는 것에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저축은행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서로 유리한 부분만을 취하려는 여야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행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