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기는 오늘에 살면서 어제를 돌아다보고 내일을 예언하는 사람들이 위대한 역사가들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들은 현실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외치는 것입니다. 마치 구약시대의 예언자(선지자)들처럼, 그들이야말로 한 시대의 이사야‧예레미아, 에스겔‧다니엘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슈펭글러가 <서양의 몰락>을 저술한 것은 제 1차 세계대전 중이었다고 합니다. 희랍과 로마가 강대국이 되었다 무너지듯, 활기차게 성장한 서구사회도 그 성장이 절정에 달하여 쇠퇴의 길을 더듬다 마침내 사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최강의 제국이 어쩔 수 없이 봄‧여름‧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치입니다. 일종의 비관론이고 그 뒤를 이어 토인비가 등장합니다. <역사의 연구>를 쓰면서 그는 문명권을 몇 개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그 몰락의 과정을 설명한 셈인데 내가 헤아리기에 그의 결론도 “서구문명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페인 고르도바의 성당들은 한 때 회교도들의 사원이었고, 콘스탄티노플은 회교도들의 터키에 패하여 이스탄불이 되었고 소피아 성당은 모슬렘의 모스크가 되었습니다. 정치학자이며 동시에 역사학자인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을 운운할 때 우리는 그의 ‘예언의 나팔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할 것입니다. ‘서구의 몰락’은 어쩌면 기독교도들과 모슬렘들의 한판승부가 벌어진 뒤에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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