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최고의 예우로 `환송'..부통령도 퇴임식 참석
  • "베키(부인의 애칭), 이번에는 우리가 정말 집으로 돌아가는 거에요."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30일 오전 미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앞 광장에서 열린 공식 퇴임식에서 부인을 돌아다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두 개의 전쟁을 정권이 다른 두 명의 대통령 밑에서 연속으로 지휘하며 4년 7개월 동안 미국 국방장관직을 수행한 게이츠가 국방장관직에서 물러난 이날 미국은 최고의 예우를 다했다.

    퇴임식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과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주요 지휘부, 게이츠 장관의 가족, 민간 초청인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또 육·해·공군 및 해병 등 4군 의장대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게이츠 장관을 위해 열병식을 가졌고, 4대의 포에서는 19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킨 최초의 국방장관인 게이츠를 향해 오바마 대통령은 "겸손한 애국자이며, 상식과 품위를 갖춘, 가장 훌륭한 공복 가운데 한 명"이라고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공화당원인 게이츠가 민주당 대통령인 자신의 취임후에도 국방장관직을 계속 수행키로 한 결정에 대해 오바마는 "당파성보다는 국가에 대한 헌신과 시민의식을 앞세운 결정"이라면서 "밥(로버트의 애칭) 게이츠의 삶은 젊은 세대들에 대한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퇴임식에서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게이츠에게 수여하는 `깜짝 이벤트'도 벌였다.

    "이렇게 매우 특별하게 인정하는 것 외에 밥 게이츠에게 국가가 감사를 표현할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다"면서 게이츠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한 오바마는 떠나는 게이츠의 왼쪽 어깨를 친근하게 오른손으로 두드리며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도중 `밥'이라는 게이츠의 애칭을 18차례나 언급하면서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게이츠 장관은 뒤이어 가진 퇴임 연설에서 감동에 겨운 듯 "깊은 영광이며 감동"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극비리에 진행됐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과 자유의 메달 수여 행사를 비유한 듯, "당신(오바마)이 이런 비밀 작전에 능통하다는 것을 몇 달 전에 알았어야 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마지막 연설에서 국방장관직 수행이 "내 생애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국방장관직에 애초 임명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고, 자신과 외교안보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엄청난 여성들"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물론 국가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서 헌신한 젊은 병사들의 희생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퇴임을 하루 앞둔 전날 모든 미군 병사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지난 4년 반 동안 나는 여러분을 파병하는 명령들에 사인했고, 그 명령들의 대부분은 험지로 보내는 것이었다. 이는 나를 매일 짓눌렀다"면서 "나의 여생 동안 날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을 생각하며 기도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한 바 있다.

    이날 펜타곤 광장에는 모든 미군의 군별 깃발과 미국의 50개 주 및 워싱턴 D.C.의 깃발이 도열한 미군 기수대에 들려졌고, 독립전쟁 당시의 옛 군복을 입은 군악대의 연주도 이어졌다.

    제22대 국방장관으로서 마지막 퇴임식을 마친 올해 67세의 게이츠는 퇴임식을 마친 뒤 군용기를 이용, 미국 서부의 워싱턴주 한 호숫가에 있는 자신의 자택으로 떠났다.

    게이츠의 뒤를 이어 23대 국방장관에 오르게 된 리언 파네타 신임 장관은 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인 업무에 착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