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4일까지 예술의 전당서
  • "제 사진 속에서  티베트 사람들의 극심한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할리우드의 구도자 리처드 기어(62)가 지난 30여 년간 찍은 사진을 들고 국내 팬들 앞에 섰다.

    독실한 티베트 불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오는 7월24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자선 사진전 '순례의 길'을 통해 티베트를 비롯해 아시아의 불교 국가들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선보인다.

    기어가 직접 찍은 사진 64점과 그와 뜻을 같이하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24인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지난 20일 방한한 기어는 22일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시장을 둘러봤는데 사진들을 보면서 감상에 젖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는 소감을 전하고 "사진 속 이미지들은 티베트의 형제, 자매들과의 기억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티베트를 비롯해 네팔, 부탄, 몽골 등 인근 불교 국가들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는 기어는 "히말라야에서 2천500년 전 (불교가) 시작된 이후 (종교적) 순수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이 지역의 매력으로 꼽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사진기를 선물 받고 사진에 입문했다는 그는 "사진을 찍으면서 그 작은 네모난 상자 안에 세상을 담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기어는 영화와 사진 모두 삶과 세상을 필름에 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그러한 작업에서 "세상을 어떻게 편집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영화와는 다른 사진 작업의 매력에 대해서는 "매우 사적인 경험이었기 때문에 내 사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았었다"며 "나 혼자였고 나 자신만을 만족시키면 됐다. 정말 큰 기쁨이었다"고 털어놨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함께 불교를 공부했던 한국인 신자들과 이미 오래전 인연을 맺었다는 그는 달라이 라마로부터 한국인 수행자들이 매우 명민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기어는 전날 짧은 조계사 방문 일정에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6세기께 한국에 들어온 불교가 한국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알고 싶다"며 한국 불교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 불교를 사진에 담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무엇인가와 사랑에 빠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국에 대해 깊은 감정을 갖기 위해서는 더 많이 방문해야 할 것 같고 또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어는 이날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티베트의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질문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답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그는 이날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 찍은 작품 한 점을 언급하며 애착을 보였다.

       다람살라의 어느 수도원 벽에 붙어 있던 그림들을 찍은 것이라는 이 작품에는 티베트 여승들이 중국 당국에 의해 고문을 당하는 그림이 담겨 있다.

       기어는 "1988년이나 89년에 그 사진을 찍었는데 그로부터 며칠 뒤 비가 내려 그림이 모두 망가졌다"며 "내가 찍은 사진들이 아마도 그 그림들을 기록한 유일한 사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종류의 고문이 여전히 티베트의 교도소에서 자행되고 있다. 티베트뿐만이 아니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도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다시 전시장을 둘러본 그는 이날 저녁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와 부인인 영화배우 윤정희 씨 등 예술계 인사들이 초청된 기념 리셉션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