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가 `사이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1일 전산망에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은 총재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체포 소식에 버금가는 충격파를 던졌다.

    기업과 각국 정부 당국자들을 상대로 한 해킹 소식이 최근 잇달아 전해졌지만 해커들의 역량이 각국 정부의 경제 관련 기밀이 모이는 국제기구의 보안망까지 뚫을 정도일 줄 예상한 이들이 많지 않았던 탓이다.

    앞서 구글은 지난 1일 한국과 미국 정부 관리 등의 지메일 계정을 대상으로 한 해킹을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 12월 맥도날드, 올 4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지난달 거대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 혼다 캐나다 등이 잇달아 사이버 공격을 받아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를 봤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4월 한국에서도 농협 전산망이 해킹을 당해 업무가 상당부분 마비됐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들이 느끼는 해킹 공포는 일상에 깊이 뿌리내렸다.

    영국 런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본부에서 일하는 코리나 발바라 프란시스는 휴대전화, 이메일 등이 감시받고 있다는 의심이 들어 민감한 접촉 대상의 이름이 랩톱 컴퓨터에 남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1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예민한 내용의 소통은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를 통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중국의 반체제 지식인 추이웨이핑(崔衡平) 베이징 영화아카데미 교수는 갑자기 구글 메일 계정의 패스워드가 바뀌는 바람에 로그인을 하지 못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만연한 사이버 테러를 단속하기 힘든 이유에는 기술적 어려움 외에도 해킹은 국경을 초월해서 이뤄지는 반면 각국 공권력은 자국 국경을 넘어설 수 없다는 한계가 자리해 있다.

    미국 국방부가 정부 기간시설에 대한 외국의 해킹 공격을 `전쟁행위'로 간주하고 무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는 법집행 절차를 통해 단죄할 수 없는 해킹 범죄의 특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주요 해킹사건의 범인을 찾아낸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사이버 테러가 특정 국가 정부의 개입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가장 최근 일어난 IMF 해킹 사건의 경우도 미국의 일부 보안 전문가들은 그 규모와 정교함으로 미뤄 국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란 핵시설이 신종 컴퓨터 바이러스인 `스턱스넷'의 공격을 받은 사건의 경우 이스라엘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고, 한국 농협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정찰총국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근래 서방에 의해 `사이버 테러 지원국'의 용의 선상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한국과 미국 정부 관리들의 해킹 피해 사건이 중국 정부가 고용한 해커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고,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 해킹이 중국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딱 떨어지는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가 `반체제인사'를 감시하기 위해 상시적인 인터넷 검열을 하고 있는 권위주의 국가라는 점이 서방의 `심증' 을 굳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또 중국이 해커들을 지원할 수 있는 물적·기술적 인프라와 동기를 가진 몇 안되는 나라의 하나라는 점 역시 중국이 의심의 눈길을 받는 또 다른 요인이다. 물론 중국 정부는 자신들 역시 피해자라며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간을 초월해서 이뤄지는 사이버 테러에 최소한이나마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민간 사이버 보안 업계 등이 참여하는 공조 수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