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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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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09 15:41 | 수정 2011-06-10 11:39

“친형과 동창을 법정관리기업의 감사 등으로 선임해 물의를 일으킨 선재성(49·현 광주고법 부장판사·사진)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와 그의 친구인 A(50) 변호사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현직 고법 부장판사가 법정관리 비리 혐의로 기소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10일자 중앙일보 기사다. 선 판사와 A 변호사는 서울 법대 동창생. 둘 다 386 운동권 출신이다. 선 판사가 A 변호사를 운동권 동아리에 끌어들인 후 자신은 빠지고 사시합격 후 판사로 승승장구 했다. A씨는 노동운동을 하느라고 13년 후에나 사시에 합격했다. 이에 대해 평생 미안함과 부채의식을 느끼며 살던 선 판사는 그 보상심리에서 A씨에게 위법을 무릅쓴 혜택을 준 것이다.
 
말로만 듣던 항간의 이야기가 정말이었구나 하는 느낌이다. 이른바 ‘운동권에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의 한 유형인 셈이다. 그들의 내면은 혼란스럽다. 몸은 이스태블리시먼트(establishment, 기성권력)에 두었는데 마음은 “그래도 다시 한 번”이다. “나도 왕년엔 운동권...”이라는 잠재의식이 끊임없이 고해성사를 요구한다. 잠재의식은 “ 너는 데모대 뒷줄에서 돌을 피해 다니다가 출세 길로 갔으니, 맨 앞줄에 섰던 자들의 희생에 보답하라“고 요구한다.
 
골수파는 수적으로는 적은데 웬 그쪽 물결이 이리도 센가 할 경우 그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몸은 권력 엘리트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늘 운동권 앞줄에 섰던 동료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아, 그래도 나는 왕년의 변혁 쪽에 조금이나마 보상했지?” 하고 자위(自慰)하는 자칭 채무(債務)자들의 사모곡.
 
중국의 홍위병들은 노년이 돼 가면서 왕년의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극심한 수치감을 느끼며 산다. 필자도 중국에 갔을 때 그런 사례를 직접 목격한 바 있다. 한국에 대사로 나와 있던 우다웨이 외교부 고위관리도 홍위병 출신이다. 그는 서울에서 필자가 참석한 한 원탁 식사모임에서 당시 한국의 극렬한 가투(街鬪)를 보며 “과격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의 80년대 ‘맨 앞줄’과 그 뒷줄 사람들은 중국 홍위병 출신들의 자괴심 같은 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한 가닥은 보편성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들이 “반독재가 뭐가 나쁘냐?”고 할 경우 그것에 대해서는 “반독재야 누구나 다 바랐지” 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당시 운동의 또 다른 현저한 가닥은 보편성이 전혀 없다. 바로 NL(친북좌파) 측면이다.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은 예컨대 ‘강남좌파’라 할지라도 드러내놓고 비판적 성찰을 해야 옳을 것 같은데...
 
그들은 지금 50대 초(初), 아직도 20년은 더 펄펄 뛸 나이다. 우리 사회가 계속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류근일 2011/6/10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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