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ㆍ비핵화ㆍ후계세습에 온도차 감지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1주일에 걸친 방중 결과에 대해 북한과 중국이 미묘한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북중 경협과 후계세습 지지 확보,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논의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초청했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으로서는 후계세습과 정세논의까지 덧붙인 다목적 방중이었던 셈이다.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큰 틀에서는 양국 간의 전통적인 친선과 우호를 다졌다는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양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온도 차가 느껴진다.

       ◇북중 경협
    경협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측으로서는 경협을 매개로 북측에 개혁과 개방을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가 밝힌 초청 목적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중화 대지의 약동하는 발전상에 대해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많은 놀라운 변화들이 저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 배석자를 두고 북측의 개혁ㆍ개방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다. 북측에서는 강석주 내각부총리와 김영일 비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외에 경제 참모가 배석하지 않았다.

    이달 말 예정됐던 북중 간 황금평과 라선특구 개발 착공식이 김 위원장의 방중 마무리 시점에 전격 연기된 것도 양국 간 경협 협의에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에 경제현장을 둘러봤지만, 의지가 부족한 '주마간산(走馬看山)'식 시찰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북중은 중첩된 듯하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조선중앙통신은 양국이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며, 장애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동북아지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조중통이 언급한 '장애 요소 제거'는 북측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비핵화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을 대화재개 장애요소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후진타오 주석은 관련국들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의 기치를 들고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며 장애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서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장애 요소 제거' 언급이 남측과 미국은 물론 북측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 조중통은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전한 데 비해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우리는 6자회담을 조기에 재개할 것을 주장한다'고 말할 것으로 보도했다.

    북핵 협상에서 핵심역할을 해온 강석주 부총리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행한 것을 두고 북한이 중국의 비핵화 조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남북관계를 총괄해온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공식 수행자 명단에서 빠진 것과 관련, 이번 방중에서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와 함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방중단에서 빠진 것은 북중 간 군사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김 부장의 건강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후계세습
    후계세습 문제는 북중 간 시각차가 더욱 두드러지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자신들의 발전상황을 보고 북한이 개혁ㆍ개방에 자극을 받기를 내심 바라고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은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지원은 물론, 김정은으로의 후계세습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지지확보를 더 염두에 뒀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 행보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고향인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까지 내려갔다. 장쩌민 전 주석을 만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두고 상하이방 리더 격인 장 전 주석을 통해서 차기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 상하이방으로부터 김정은으로의 후계세습 지지를 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가 김정은의 후계세습을 인정하는데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후계세습에 대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김 위원장은 "북중 양국 인민의 우호관계는 귀중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우의의 바통을 대대로 전해 내려가야 한다"며 우회적이지만 후계세습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신화통신 보도에서는 후계세습에 대한 언급을 유추할만한 대목을 찾기 어렵다.

    다만, 조중통은 후진타오 주석이 "조중친선은 모진 풍파와 시련을 이겨낸 불패의 친선으로서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후계세습보다는 일반적인 북중 친선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중국이 김정은에 대한 후계세습 지지 문제를 향후 북한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카드로 남겨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후계세습 지지와 중국으로부터의 지원에 중점을 뒀고, 중국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 조치와 개혁ㆍ개방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북중 정상이 만나 우의를 다졌지만 강조점이 달랐다는 것이다. 북중의 미묘한 시각차로 비핵화는 물론 경협에 대해서도 당장 특별한 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중의 추가 조치를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적어도 비핵화와 관련해서 중국 측에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