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현 KISDI 연구위원, 망 중립성 토론회서 주장
  • 최근 카카오톡 등 무료 모바일 서비스에 의한 통신망 과부하 논란이 일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망 중립성과 관련, 통신망의 고도화와 개방성을 모두 이뤄내는 정책 방향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성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2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스마트시대 망 중립성 정책방향:네트워크 개방 및 관리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인터넷은 국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핵심적인 인프라"라며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나 연구위원은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서는 네트워크 관리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권리를 인정해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유인해야 하며, 개방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관리의 투명성과 비차별적인 네트워크 접근 등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통신환경에 적합한 방향으로 트래픽 관리와 망 중립성 정책 방향을 수립해 인터넷 이용자의 권리, 통신사업자의 권리와 의무, 생태계의 상생협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모든 트래픽은 내용과 유형, 서비스, 단말기 종류, 발신자, 수신자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특히 네트워크망 구축을 위한 투자 규모가 대폭 커진 무선 인터넷 시대에서는 사업자 간 상생을 도모해 이용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용 대가 등에 따라 특정 인터넷 사업자에게 망 전송을 막거나 차별화하는 것은 망 중립성에 배치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도한 트래픽에 대한 관리 측면이나 향후 네트워크 투자를 해야 하는 이통사 처지에서는 전통적인 망 중립성을 고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학계와 관련 기관, 이통사와 IT기기 제조사, 인터넷 업체 등을 아우르는 '망 중립성 포럼'을 구성, 이날 출범식과 함께 토론회를 마련했다. 방통위는 포럼에서 논의된 결과 등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망 중립성과 관련된 정책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선 이통사와 인터넷 업계는 서로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의에는 뜻을 같이했지만 망 중립성의 적용 여부 혹은 범위에 대해서는 이견을 드러냈다.

    KT의 김효실 상무는 "한국의 시장 상황이 망 중립성 규제에 적극적인 미국의 사례와 다르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상무는 "미국의 경우 규제가 미비한 비경쟁 시장인 까닭에 망 중립성 규제를 마련했으나 한국은 미국과 달리 경쟁 활성화에 대한 규제가 이미 존재하고 이용자의 사업자 전환도 쉽다"면서 "미국식 망 중립성과의 구조적 차이를 고려하고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유럽의 방식을 참고해 한국적 방향으로 망 중립성 관련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규제의 원칙으로 ▲공평한 이용권을 보장하되 정당한 망 이용대가 부과 ▲사업자의 자율적인 네트워크 관리 등을 제시하며 "이해관계자 간 자율적인 합의와 시장의 기능을 존중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규제는 가이드라인 준수를 기준으로 사후에 적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도 "인터넷 이용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망 중립성에 대해 논의할 때 다수 이용자의 안정적인 인터넷 사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시장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종호 NHN 이사는 "망 중립성의 원칙과 망부하 문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이사는 "소수 사업자의 통신망 독점 구조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며 "투명성과 차단 금지, 불합리한 차별 금지라는 망 중립성 3대 원칙을 법제화해 인터넷 산업의 개방성과 혁신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이사는 이어 "스마트 미디어의 확산에 따라 인터넷 인프라의 고도화가 필요하지만 이는 데이터 트래픽 폭발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 재정적, 관리적 대안 모색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와이브로 등의 대안망에 투자하고 콘텐츠 분산기술을 도입하는 기술적 대안이나 일부 헤비 유저에 대해 부분 정액제를 도입하는 등 기존의 요금 정책을 수정하는 재정적 대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구글코리아 변호사도 "망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통제하지 않는 것이 인터넷의 논리인데, 인터넷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망 중립성 논의에서 한쪽 (이동통신사)편을 들어줄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통사는 망을 개방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터넷 개방이 사업자 모두가 '윈윈'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망 중립성 원칙을 인터넷 규제에 적용하는 것은 현재의 인터넷 규제 환경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이 많다"며 "망을 가진 사업자가 자신의 지배력을 이용해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등 경쟁제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규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