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앞다퉈 에너지·자원에 '올인' 펀드 투자 급증, 전문기업 실적 '대박'
  • 국내 산업계가 '에너지·자원개발'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중공업계에서는 이미 확실한 미래의 '캐시카우'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연관이 적어 보이는 일부 다른 업종에서도 앞다퉈 신수종 사업으로 키울 움직임이다.

    에너지·자원 러시는 유가 오름세가 계속되고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원개발 붐이 일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공업계 자원개발에 '올인' =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그룹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미래 10년은 자원·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가능성 있는 사업 분야를 물색해 인수합병(M&A)으로 10년 만에 재계 12위에 오른 STX의 이런 움직임은 매우 시사적이다.

    STX는 2020년 그룹 매출 목표를 120조원으로 잡고 이중 25%에 해당하는 30조원을 자원·에너지 분야에서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작년 STX의 자원·에너지 분야 매출(2조원)이 전체(26조5천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였다.

    STX는 ㈜STX와 STX에너지를 중심으로 현재 미국, 인도네시아, 캐나다, 아일랜드, 중국, 우즈베키스탄, 호주, 마다가스카르 등 8개국 9개 지역에서 석탄광, 가스광, 니켈광구 등의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STX는 지난 6일에도 보통주 1천만주를 발행했다. 여기서 확보된 2천여억원의 자금을 해외자원개발과 에너지 부문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E&R를 통해 석유,LNG 등의 자원을 개발하고 이를 운송하는 선박을 건조하며 다시 소비자들에게 알선까지 하는 '토탈 서비스' 회사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대우조선은 컨소시엄 형태로 나이지리아 심해광구 개발, 카자흐스탄 잠빌(Zhambyl) 해상 광구 인수, 인도네시아 체푸(Cepu) 광구 개발, 파푸아뉴기니 가스전 개발 등에 참여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E&R의 매출을 작년 1천816억원에서 10년 후인 2020년 4조2천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자원개발(Hyundai Energy & Resources)'이라는 자원개발 전문회사를 세우고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 현대미포조선, 현대오일뱅크 등 계열사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이 회사는 총 자본금 500억원 규모로, 향후 투자 확대에 따라 증자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현대자원개발은 앞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가 보유 중인 자원개발 관련 사업을 위탁받아 관리하고 원유와 가스, 바이오연료 등 에너지사업과 농림업, 광산업 등에 대한 신규 투자도 전담한다.

    ◇ 대기업그룹들 '신수종 사업'으로 = 삼성은 풍력, 태양전지, 바이오 연료 등 그린 에너지 사업을 위해 지난달 말 새만금 지역 11.5㎢(350만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2020년부터 7조6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건희 회장이 작년 5월 밝힌 5대 신수종 사업 중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구체화한 것이다.

    새만금이 조성되는 그린에너지 종합 산업단지에는 풍력발전기 생산공장, 태양전지 생산공장, 그린에너지 연구개발(R&D)센터 등이 입주한다.

    현대차그룹도 뒤늦게 자원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하고 현대차 미래전략본부에 자원개발팀도 만들었다. 이곳에는 최근 인수한 현대건설도 가세했다.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가 갑작스럽게 자원개발에 나선 것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필수 원료인 희토류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초 해외자원개발협회에 준회원사로 가입했고 최근 삼성물산의 광물 전문가도 영입했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이 직접 해외를 돌며 자원개발 경영의 일선에 섰다.

    정 회장은 최근 칠레에서 리튬 생산 및 상용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온두라스에서는 자원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고 현지 에너지기업 지분 인수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철강 뿐 아니라 마그네슘, 리튬, 지르코늄, 티타늄 등 모든 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종합소재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 투자 급증..전문기업 실적 '대박' = 기업들의 해외 자원개발 진출이 급증하면서 1분기 해외 광업 분야 투자는 53억5천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04%나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석유·가스 등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작년(60억달러) 대비 29% 증가한 7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펀드 투자도 쇄도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작년 10월 이후 해외자원개발펀드 투자액이 총 3억8천만달러에 이르고 투자대상도 미국, 동남아, 중유럽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조성된 공기업출자펀드(2개)는 금년 초부터 실제 투자가 성사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투자실적은 총 1억3천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원개발을 전문적으로 해온 대기업 계열사들의 실적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SK그룹의 자원개발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자원개발에서만 2천77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런 추세라면 올해 이 분야 매출은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자원개발 이익 증가 등으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20%, 24% 증가했고 , LG상사의 1분기 세전이익은 작년보다 15% 가량 증가했다.

    중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 액화천연가스 등 전통 자원의 가격이 상승 추세인데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대기업 CEO들이 앞다퉈 에너지 관련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으면서 전 산업계에 자원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