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검찰, 범죄행위 입증에 자신감 체포영장 발부돼도 신병확보 어려워
  •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16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그의 최측근인 차남, 군 정보국장에 대해 반(反) 인류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ICC 검찰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한 이들이 민간인 대량 살상이라는 리비아의 비극적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 제1970호에 근거해 이 문제를 ICC에 회부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체포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ICC 검찰의 수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는 첫 단계에 지나지 않을 뿐 카다피가 법의 심판대에 서기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민간인 공격, 카다피가 직접 지시" =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ICC 수석검사는 16일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카다피가 직접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친위부대가 평화적인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혀 범죄행위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모레노-오캄포 수석검사는 "카다피 친위부대는 저격수를 배치해 기도를 마치고 이슬람 사원을 나서는 민간인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며 "카다피는 '절대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절대권력을 누린 카다피의 지시에 불복하는 것은 범죄로 간주됐고 이에 따라 불법 구금과 고문 등 박해가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ICC 검찰이 이달 초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중간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카다피는 튀니지,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주변국에서 민주화 열풍이 불어닥치자 리비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 용병을 모집하는 등 반 인류범죄를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카다피와 '실질적' 총리를 맡은 그의 차남 세이프 알-이슬람 카다피, 압둘라 알-세누시 군 정보국장이 회동해 시위대 진압작전을 모의했다"고 밝혔다.

    차남인 세이프 알-이슬람은 용병 모집을, 알-세누시 군 정보국장은 시위대를 겨냥한 발포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ICC 검찰을 설명했다.

    ◇재판부, 체포영장 발부 여부는 미지수 = 카다피 등 3명의 신병확보에 필요한 체포영장을 발부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몫이다.

    모레노-오캄포 수석검사도 기자회견에서 이를 상기시키면서 "재판부가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고, 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으며 추가 증거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전적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의 자신감대로 재판부가 체포영장을 발부하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ICC 설치근거인 '로마조약'이 2002년 7월1일 발효된 이래 현직 국가원수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유일하다.

    당시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나서 9개월이 지나서야 영장이 발부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카다피 등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다.

    이러한 우려에 모레노-오캄포 수석검사는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임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프랑스 영토만큼 광범위한 지역에서 수년에 걸쳐 자행된 다르푸르 사태와 달리 리비아 사태는 몇몇 도시에서 2개월여 자행된 범죄행위를 따지는 것"이라고 말해 재판부의 신속한 판단을 기대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신병확보 = 자체 경찰력을 갖지 않은 ICC는 용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해당 국가에 체포영장을 발송, 용의자를 검거해 신병을 인도하라고 요구하게 된다.

    로마조약 체결국에서는 ICC 수사관이 직접 해당 국가의 경찰을 지휘해 신병확보에 나설 수도 있으라 리비아는 조약 체결국이 아니어서 현지 경찰이 영장을 집행할 의무도, ICC 수사관에 협력할 의무도 갖지 않는다.

    2009년 3월 체포영장이 발부된 바시르 수단 대통령처럼 카다피도 권력을 유지하는 한 ICC 검찰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ICC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카다피와 차남, 군 정보국장이 리비아 영토를 벗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전격적으로 체포하는 것이지만, 이들이 리비아 영토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 방법 역시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연합군의 군사작전을 등에 업고 반군 세력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려 카다피와 차남인 세이프 알-이슬람, 알-세누시 군 정보국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ICC 검찰에 인도하는 수순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