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이 희망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3월 27일 정기 당대회에서 북핵개발과 3대세습에 대해 정확하게 반대입장을 채택하였습니다. 애초 민노당과 통합을 시도하고 있는 지도부가 핵과 3대 세습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안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수정안을 내고 또 이 안을 345명의 대의원 중 211명의 대의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고 하니 그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진보신당은 애초에 민노당을 창당한 주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종북주사파들이 대거 민노당에 합류하여 민노당의 당권을 장악했고, 이들은 민노당을 김정일-김정은 세습집단의 옹호부대로 전락시켰습니다. 진중권은 이에 분개하여 민노당을 장악한 종북파들을 조선노동당의 남한 선전대라고 명칭하기도 했지요.

    좌파의 근본적 가치는 인권의 철저한 구현입니다. 하기에 유럽 좌파들이 가장 먼저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유엔 총회에서 해마다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유럽인민들이 유럽좌파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권력을 맡기는 것도 이 같은 좌파의 일관된 원칙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진보신당이 한국 땅에 좌파정당의 뿌리를 내리려면 유럽좌파처럼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유럽의 이야기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에게도 좌파의 굳건한 산맥이 있습니다. 조봉암선생은 한국 좌파의 실천적 귀감입니다. 조봉암은 공산주의자로서 조선독립운동에 헌신했습니다. 박헌영과 조선공산당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노동당이 가장 강력했을 때 공개적으로 사회민주주의자로 방향을 전환하고 대한민국 건국에 합류했습니다. 조소앙 선생등과 함께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자로 참여하여 우리 헌법에 사회민주주의 정신도 아로새겨 놓았습니다.

    그는 우리 국민의 여망이자 근대화의 기초였던 농지개혁을 가장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자기 땅을 갖게 된 농민들이 6.25전쟁 때 대한민국의 수호자가 되었던 것에는 이와 같은 사회민주주의자들의 공로도 큽니다. 대한민국은 우파만이 아니라 온건한 좌파의 분투도 담아내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의 위협 앞에 대한민국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그의 명예를 이제 후대의 좌파들이 복원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종북주사파에게서 찾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들은 좌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로당파, 소련파, 연안파, 갑산파 모든 좌파들과 그의 인척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한 수령독재자들을 옹호하는 종북파들은 조봉암선생등 옹호할 자격조차 없는 이유입니다.

    조봉암의 명예를 복원하고 한국에 멋있는 좌파를 안착시켜야 하는데 아직 진보신당의 강령은 여전히 사회민주주의를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80년대가 빚어낸 특수한 혁명이론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진보신당과 비슷했던 브라질의 룰라가 집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은 국민과 호흡하며 끊임없이 자신들을 진화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종북파들과의 선명성 경쟁을 하느라 지체된 진화를 이번 기회를 통해 도약하기를 아울러 희망합니다. 아니 소망합니다.

    종북파 민노당과 합당하며 스스로 좌파를 죽이는 길을 가게 될 것인지, 외로운 들판에서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목놓아 부를 노래의 씨앗을 뿌리게 될 것인지는 오로지 진보신당의 분투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편집자 주>이 칼럼은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의 양해 하에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