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영장기각후 10일만에 강도살인“전과 8범에 주거도 불명확했다”
  • “법원이 영장기각만 하지 않았더라면 두 아이의 아빠가 살해되는 안타까운 사건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 수원남부경찰서 형사과 A 경사

    전과 8범의 절도 용의자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가 열흘 만에 강도 살인을 저질렀다. 법원은 피해규모가 적고 도우주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을 결정했지만, 영장을 청구한 검찰과 경찰은 “피의자가 전과도 많은데다, 주거도 불명확했다”며 영장기각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의 무분별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또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 사건의 피해자는 아내와 아들 2명의 생활을 책임지는 가장인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이모(35)씨는 지난달 15일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지적장애여성 A씨를 수원시 권선동 노상으로 유인한 뒤 현금 18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이달 초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씨가 지적장애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한데다,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대전까지 도피한 것을 감안해 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수원지법은 7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의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기각 이유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찰에서 풀려난 이씨는 열흘만인 17일 같은 수원시 한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가 강도살인을 저질렀다. 그것도 고향 후배인 천모(28)씨와 공모까지 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쯤 피해자 B(50)씨가 운영하는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가 “사무실을 임대하고 싶다”며 B씨를 비어있는 임대용 건물로 유인, 벽돌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하고 귀중품(36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한 고위 간부는 “당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직 어린 피해자의 아이들이 안고 살아가야 할 악몽이 더욱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 자료에 따르면 법원의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른 영장기각이 늘어나면서 형사사건에 대한 구속재판 비율은 2000년 46.1%에서 2009년 14.0%로 크게 낮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