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융, 율법에선 ‘이슬람 세계전략의 일환’日, 이슬람 금융 도입 시 문제점 파악위해 옵저버로 활동 중도입 늦어지더라도 문제점 세세히 살핀 뒤 하는 게 바람직
  • '이슬람채권법안' 또는 '수쿠크 법안'이라고도 알려진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놓고 개신교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대체 뭔가 궁금해하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찾기 어렵다. '이슬람금융'은 무엇이고 법안은 왜 문제가 될까?

    Q. 지금 수쿠크법안을 놓고 개신교계와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수쿠크에 대해 속 시원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수쿠크란 대체 무엇인가, 누가 만들었나.

    A. 수쿠크(Sukuk)에 대해 알려면 먼저 이슬람 율법을 봐야 한다. 이슬람 율법은 세상 모든 것을 허용된 것(Halal)과 금지된 것(Harim)으로 나눈다. 이에 따르면 ‘이자(Riba)’를 받는 모든 금전거래는 ‘금지된 행위’다. 하지만 이 ‘이자’를 규정한 부분이 모호하다는 게 문제다. 이슬람교가 생긴 이래 ‘이자’를 받는 금전행위는 계속돼 왔다. ‘Riba’가 ‘이자’가 아니라 ‘고리대금’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이 강해지면서부터 ‘이자’를 받는 금전행위를 전면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가 됐다. 그러다 1928년 ‘무슬림 형제단’을 창설한 하산 알 반나가 ‘샤리아에 적합한 금융(SCF)’을 고안해 내면서 그 중 하나로 ‘수쿠크’가 생겼고, 이후 근본주의 단체와 종교 지도자들이 발전시켰다.

    Q. 해외에서 이슬람 은행들이 영업하는 걸 쉽게 본다. 그들과 무역거래를 하다보면 예금이자도 있고 신용거래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불법영업을 하는 건가.

    A. 이 부분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자’에 대한 모호한 규정 때문이다. 정치와 종교를 법으로 철저하게 분리한 이슬람 국가에서는 서방세계와 같은 금융거래가 허용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금지돼 있다.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국가도 신용거래, 무역을 위한 대환 등의 금융거래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슬람권 금융기관들은 ‘형식적으로 샤리아에 적합한 금융’ 상품들을 만들어 냈다. 즉 외국과 거래를 할 때는 일반 금융기관과 같은 반면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율법에 적합한 금융’인 것처럼 알려왔던 것이다. 때문에 기존 이슬람 금융기관들은 이슬람 율법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Q. 조용기 목사의 발언이나 개신교계의 주장을 보면 이슬람이라서 반대하는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UAE 원전건설이나 원유 도입 등을 위해 수쿠크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나

    A. 조용기 목사나 개신교계의 반응을 보면 분명히 지나친 면이 있다. 하지만 ‘수쿠크 법의 즉각 도입’을 주장하는 쪽의 태도도 지나치게 서두르는 면이 있다.

    먼저 개신교계는 자신들의 ‘전투선교’나 ‘세속의 재물을 탐하고 목회자가 신도를 지배하는 문제’ ‘타 종교와의 공존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에는 침묵하고 이슬람의 ‘전투선교’는 무조건 비난해 눈총을 사고 있다. 개신교계가 ‘수쿠크’를 반대하는 이유를 댈 때도 ‘이슬람 금융은 정치적 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은 설명하지 않고, 느닷없이 ‘테러’와 연관 짓는 것도 생뚱맞다. 즉 개신교계가 ‘수쿠크의 부작용’에 대해 면밀한 조사나 준비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니 누구도 개신교계의 주장을 안 믿는 것이다.

    ‘수쿠크 법의 즉각 도입’을 주장하는 쪽 또한 미심쩍기는 매한가지다. 2009년 9월 30일 정부 입법으로 발표된 ‘수쿠크 법안’을 지금까지 썩혀두다 UAE 원전 수주에서의 자금조달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는 시기에 갑자기 들고 나온 점, ‘수쿠크’를 즉각 도입하지 않으면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의 의심을 사기 좋다. 여기다 ‘수쿠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에서 ‘샤리아 위원회’ 설치와 ‘수쿠크 채권기관’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감독권한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지 않으니 개신교계의 반발이 커지는 것이다.

    Q.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샤리아’는 대체 무엇이고, ‘샤리아 금융’은 또 뭔가.

    A. ‘샤리아’란 이슬람 율법 중 하나다. 이슬람 율법에는 경전인 ‘꾸란’과 마호메드의 언행록인 ‘하디스’, 마호메드의 말과 행적, 습관 등인 ‘순나’, 꾸란과 하디스를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해석한 ‘샤리아’, 이슬람 율법학자들의 유권해석인 ‘파트와’, 그리고 이슬람식 법률인 ‘피크흐’가 있다. 이 중 ‘샤리아’는 이슬람 율법 중 가장 방대하며, 마치 우리나라 법률과 판례처럼 무슬림을 지배한다. 샤리아는 앞서 설명한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을 개인, 남녀관계, 가족, 사회질서, 종교, 정치, 학문연구, 군사적인 부분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율법에 맞게 만들어진 ‘샤리아 금융(SCF)’은 ▲돈으로 돈 거래를 하지 않는다 ▲이자 거래 대신 수익배분으로 대체한다 ▲샤리아에 맞는 산업,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구체적인 금융상품 및 기법으로 무라바하(판매자 가격에 동의한 가산율을 포함해 매매), 이자라(임대차 계약), 무샤라카(수쿠크 등을 발행하는 일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우수프룩트(타인 소유의 재산에서 나온 수익, 이윤을 끌어내는 권리), 바이 무아잘(상품을 인도받은 뒤 나중에 대금지급), 바이 알-살람(미래 인도받을 상품의 대금을 미리 지급), 이스티스나아(주문생산품에 대한 선금), 와디아(이자가 없이 은행의 수익을 공동배분하거나 공동손실을 볼 수 있는 예금계좌) 등이 있다.

    Q. 개신교계가 반대하는 게 ‘샤리아 금융으로 인한 이슬람화’ 때문이라면 영국, 아일랜드, 싱가포르는 왜 ‘수쿠크 법’을 마련했고, 현행법으로도 ‘샤리아 금융’이 가능한 미국, ‘수쿠크’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은 왜 가만있는 건가.

    A.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수쿠크’를 포함한 ‘샤리아 금융’은 우리가 아는 금융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슬람 율법은 ‘샤리아 금융’을 이슬람의 세계지배전략에 중요한 ‘수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샤리아 금융’을 통해 벌어들인 돈의 2.5%를 공제하는 ‘자카트(Zakat)’의 기부 대상이 사회적 약자 외에 이슬람 기금 운영자, 성전(聖戰, 지하드)을 수행하는 자라고 율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실제 일부 이슬람 금융기관은 테러 집단에 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9.11테러 이후 美FBI는 180여 개 이슬람 금융기관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럼에도 영국이 법률을 바꾸고 미국 또한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많은 이슬람 이민자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런던 인구 17%가 무슬림들인 탓에 런던의 별명은 ‘런더니스탄’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들은 영국 법률을 따르지 않고 ‘샤리아 공동체’를 형성해 영국 헌법의 권위와 문화를 무시한다(영국에서 자행되는 ‘명예살인’은 이미 사회적인 문제다). 이 같은 현상은 영국만 아니라 1980년 전후 ‘다문화 정책’으로 서남아시아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였던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델란드 등 유럽 전역의 문제다. 미국은 이슬람 금융을 허용하면서도 이들이 미국 법을 어기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려 할 경우에는 철저히 응징해 문제의 소지를 남기지 않는다.

    한편 싱가포르, 홍콩의 경우 소규모 도시국가이면서 동시에 ‘금융허브’를 표방, ‘샤리아 금융’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금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은 ‘샤리아 금융’이 들어와도 자국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다시 해외로 나가게 것임을 알고 있다. 일본은 한창 논의되던 ‘수쿠크 법안’ 통과를 미루고, ‘샤리아 금융’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2007년 9월부터 일본 중앙은행이 국제기구인 이슬람금융서비스위원회(IFSB)에 옵저버로 참가하고 있다. 

    Q. 일각에서는 ‘샤리아 금융’이 국내에 도입되면 이슬람 포교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서 상 그게 가능할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언론에서 나오는 ‘이슬람 전문가’들 또한 개신교계의 주장은 ‘거짓’이나 ‘오해’라고 한다. 혹시 개신교계가 자신들의 ‘신도’를 빼앗길까봐 그러는 거 아닌가.

    A.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현재 국내 무슬림의 숫자는 10만여 명 내외로 추산된다. 10년 이상 정권 차원에서 추진 중인 ‘다문화 정책’과 반미세력을 지지하는 소위 ‘지식인 그룹’의 이슬람에 대한 우호적 태도, 개인적 호기심,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슬람을 ‘평화와 공존의 종교’로 선전한 탓에 한국인 이슬람교도들이 늘고 있다. 여기다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이 여신도를 조직적으로 동원해 이슬람교도들을 개종시키려다 여신도들이 역으로 개종당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지금까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과 문제가 있었을 때 언론에 나온 소위 ‘이슬람 전문가’들은 ‘이슬람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극소수의 문제’라고 말했지만 현재 서방 국가들은 이슬람권에서 근본주의 세력 지지층이 절대다수인 점과 ‘이슬람 금융’이 근본주의 세력의 포교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논란이 되는 ‘수쿠크 법안’이 이슬람 포교의 수단이 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한편 개신교계의 주장은 이슬람의 움직임을 자신들의 ‘선입견’과 ‘편견’만으로 해석한 탓에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개신교계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원인을 내부에서 찾기 보다는 외부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일어난 극단적인 사례로 정부와 국민에 ‘이슬람에 대한 무조건적 공포심’을 조장해 자신들의 ‘세력’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슬람 금융’은 좋은 빌미가 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이슬람 금융’을 들여와도 우리 정부가 감독권한을 갖고 정치, 종교에 개입할 수 없다는 강제규정을 하게 되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Q. ‘이슬람 금융’의 위험성 중 일부만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다. 그런데도 지금 국회와 정부가 법안을 만들려는 건 잘못된 일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건가.

    A. 지금 ‘수쿠크 법안’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가 이슬람 사회에 대해 너무 무지하기 때문이다. 이슬람 세력과 서방 국가들의 갈등 원인은 단순한 포교 다툼이나 자원 확보경쟁, 정치적 분쟁이 아니다. 이슬람 세력과 서방 국가의 갈등은 1000년이 넘은 ‘문명 갈등’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활습관, 제도, 교육, 철학 등이 서방 문명에 속해 있으면서도 자체적인 문화를 지키고 있는 ‘반(半)서방 국가’다. 이런 곳에 대한 이슬람 세력의 공략시도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이번 ‘수쿠크 법안’ 논란은 이런 거대한 흐름은 무시한 채 그저 ‘외국에서 싼 이자의 돈을 빌려 국내에서 비싸게 빌려주고 수익을 얻으려는’ 금융계와 산업계의 이기적인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일본처럼 ‘수쿠크’를 사용하면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이점을 다각도로 살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