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거장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1898∼1948) 감독으로부터 내려오는 오랜 영화 예술의 전통을 자랑하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국 단편 영화들이 영화 애호가들의 주목을 끌었다.

    주러 한국문화원(원장 유민)이 러시아 영화 기획사 '쿨 코넥션(Cool Connections)'과 공동 기획한 한국 단편 영화제가 모스크바 시내 파크로프카 거리에 있는 35mm 극장에서 24일 개막했다.

    닷새 동안 이어지는 이번 영화제에선 여러 국제영화제에 출품됐던 작품성 높은 한국 단편영화 22편을 베스트(Best), 초대(Invitation), 존재(Existence) 등의 세 테마로 나눠 상영할 계획이다.

    이날 저녁 8시 개막식에 이어 한국의 촉망받는 신인 감독 정유미(31) 씨의 '먼지 아이(Dust Kid. 10분)'와 양선우(34) 씨의 '버닝 스테이지(Burning Stage. 4분)' 등 12편의 작품이 선보인 첫날 영화제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약 500명의 관객이 몰려 상영관을 가득 메웠다.

    일부 초대권을 받아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250루블(약 9천700원)~350루블이나 되는 적잖은 돈을 내고 표를 산 관객들이었다.

    유민 원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종합예술인 영화는 그 나라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면서 그 나라의 문화.예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훌륭한 척도"라며 "최근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영화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한국의 작품성 높은 영화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개막식에 이어 영화 상영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러시아어로 자막 처리되는 장면들이 이어지는 내내 숨을 죽이거나 때론 폭소를 터뜨리며 스크린에서 눈을 뗄 줄을 몰랐다.

    이들은 1시간 30분 가량 계속된 영화 상영이 끝나고 영화제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로 날아온 정유미, 양선우 두 감독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대부분 자리를 지키며 질문 공세를 퍼붓는 등 한국 영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이날 영화제에 참석한 러시아 영화감독 니키타 아다모비치(30)는 "아주 흥미롭게 영화를 봤으며, 한국 영화의 밝은 미래를 본 것 같아 기쁘다"며 "2000년대 중반 러시아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붐을 불러일으켰던 김기덕, 이창동 등 위대한 거장들의 전통이 젊은 세대들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영화인들에게선 인간 영혼의 깊숙한 내면을 폭력적이지 않으면서 이해와 동정심을 갖고 절제되게 그려내는 기술이 돋보인다"며 "이것이 한국 영화가 러시아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