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관례대로면 日-中-韓 또는 日-韓-中 순서로 방문게이츠 장관의 訪中 시 발언, ‘中, 이제 컸다고 도전하냐’는 뜻 해석 많아
  • 게이츠 美국방장관의 동북아 방문 순서와 각 나라에서 한 그의 발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다 그 발언의 의미까지 더하면 동아시아 안보에서 한국의 달라진 위상과 새로운 '기회'가 왔음을 알 수 있다.

    달라진 게이츠 美국방장관의 동아시아 방문 순서

    게이츠 美국방장관은 14일 방한 전 이미 중국과 일본을 거쳤다. 지난 9일 중국을 방문한 게이츠 장관은 3박4일의 일정을 마친 뒤 13일 일본을 방문, 기타자와 도시미 日방위성 장관 등을 만났다. 이후 14일 한국을 방문해 김관진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가진 뒤 청와대를 예방,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것이다.

    게이츠 美국방장관의 이 같은 방문순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계속되는 北-中 커넥션을 일종의 ‘현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즉 연평도 도발이 민간인까지 공격한 ‘전쟁범죄’임에도 중국이 언론을 동원해 북한 정권을 감싸는 것은 물론 미국, 일본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고, 게이츠 장관의 방중 시기에 맞춰 최신 젠(殲)-20 스텔스 전투기의 시험비행까지 한 점 등을 ‘본격적인 도전이자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 美국방장관은 또한 방일 때 기타자와 도시미 日방위성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반도 안정이 한미일 3국의 공동이익이므로 일본도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함과 동시에 미국이 향후 동남아시아에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대화 중 일본에 F-35 라이트닝 Ⅱ 전투기의 구매의사도 함께 물었다.

    14일 한국을 방문한 게이츠 美국방장관은 중국, 일본과의 회담 내용을 정리해 설명하고, 북핵 문제나 북한의 기습도발 등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 등을 의논했다. 특히 게이츠 장관은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잘 마무리됐다고 들었다"고 말해 한미일 삼각동맹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음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위기 속 대응으로 중요해진 한국의 역할

    게이츠 장관의 방문순서와 발언, 방문 중 만난 인사들의 비중 등으로 미루어 이번 동아시아 순방은 단순한 외교적 행사가 아닌,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게이츠 장관이 후진타오 中주석에게 직접 ‘내가 오는 날에 맞춰서 스텔스 전투기 테스트를 한 것이냐’고 물어봤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 정권에게 직접 ‘이제 좀 세졌다고 미국을 위협하느냐’고 묻는 제스처라는 해석이 많다.

    게이츠 장관이 訪日 중 日방위성 장관과 외무장관에게 ‘미군은 앞으로 동남아시아에서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며 ‘한반도 안정이 한미일 3국 공동의 이익’이라고 밝힌 점 등은 ‘앞으로 동남아시아의 안보를 호주나 일본에 맡기지 않고, 미국이 직접 나설 것이며 이를 통해 중국의 동남아시아 지배전략을 저지할 것’이라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한국 방문 시의 발언들. 게이츠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 시작 전 발언에서 “60년 이상의 우방관계를 유지해 온 한미동맹의 건고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6자 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자체만으로 보면 평범하지만 중국, 일본에서 한 말과 함께 엮으면 '메시지'가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준 용사들과 軍에 감사해야 

    즉 미국은 ‘골칫거리 양아치’ 북한 정권과 그의 ‘스폰서’인 중국이 ‘北-中 커넥션’을 점점 드러내고 있고, 이를 저지(Deterrence)하기 위해서는 ‘중성화’되어 가는 일본보다 기습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야성(野性)’을 가진 한국이야말로 '대표선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이 ‘중-일 커넥션’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이 ‘풍부한 자금’과 ‘후방 지원’이라는 인식에 따라 ‘일본에게도 한반도의 안정이 매우 중요한 이익’임을 강조하고, 한국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큰 틀’에서 보면 한국에게 '국가안보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절호의 기회’가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제대로 배비(配備)하지 못했던 정보자산과 감시자산을 갖출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美-日로부터 첨단 소재기술, 군사기술을 입수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일본 정부는 동맹국에 한해 군사기술과 소재기술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어찌 보면 연평도 도발로 희생된 해병들, 분전한 해병대 덕분에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고취된 것은 물론 국가안보능력을 한 단계 높일 기회까지 왔다. 하지만 현 정부가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다면 그 원망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