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덟 번째 Lucy 이야기 ②  

     그때 고지훈이 입을 열었다.
    「노석준은 해방이 된 1945년에 58세로 사망했습니다. 53세이던 1940년까지 경찰 간부로 재직했는데 직책이 함경도 경무국 형사과장이었더군요.」

    힐끗 나에게 시선을 주었던 고지훈이 말을 잇는다.
    「그런데 노석준은 해방 직후에 친일분자로 몰려 공개처형 되었습니다. 성난 민중이 10여명을 처형했는데 그 중에 끼어 있더군요. 신문에서 찾아내었습니다.」
    「......」
    「노석준의 외아들 노영호는 해방 당시에 32세로 일본군 대위였는데 만주에서 관동군으로 근무하다가 귀국했습니다. 그도 친일파로 몰려 숨어 지냈겠지요. 그러다 1948년 11월에 갑자기 육군 소령으로 부임합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네요.」
    「......」
    「그리고 노영호는 1952년 4월 11일에 강원도 철원에서 중령으로 전사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머리를 든 고지훈이 나를 보았다.
    「전방에서 치러진 장례식장에 갑자기 이승만 대통령이 나타났군요. 신문에 기사가 났습니다. 그리고 대령으로 계급을 올리고 충무무공훈장을 수여했군요.」

    「그 자손은요?」
    하고 내가 물었더니 고지훈이 서류를 보며 읽는다.

    「노영호씨는 아들이 둘 있습니다. 큰아들 노경수씨는 현재 69세로 동산건설이라는 중견기업체 회장이고 둘째아들 노민수씨는 67세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치 김태수, 테드의 가계와 비슷하다.

    물론 노석준의 손자는 아버지가 이승만의 은혜를 입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노석준은 해방 직후의 혼란기에 미처 이승만이 손을 써주기도 전에 처형당한 것 같다.

    생각에 잠긴 내 표정을 보더니 고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루시, 당신하고 관계가 있는 분입니까?」
    「아뇨.」
    했다가 나는 쓴웃음을 짓고 정정했다.

    「네, 관계가 있겠네요. 이승만을 정점으로 우리는 모두 얽혀져 있으니까요.」
    「계속할까요?」
    「또 조사 해놓으신 것이 있어요?」
    「정완이란 분입니다.」
    「아아, 정완.」

    독립군으로 처형당한 정기준의 아들. 어머니는 목을 맸고 할머니가 병으로 죽자 16세의 나이로 간도 땅으로 떠난 소년. 미곡상 안에서 정완을 떠나보낼 때 이승만의 가슴은 미어졌었다.

    그때 서류를 든 고지훈이 말했다.
    「정완은 해방 전까지 독립군 지구대장으로 활약했습니다. 수많은 전공을 세워 만주 땅에서는 유명한 독립군 대장이었지요.」
    「......」
    「해방이 되자 정완은 평양으로 갑니다. 그리고는 김일성의 신임을 받아 55세 때인 1950년에 인민군 소장으로 7사단장이 되었습니다.」
    「......」
    「그리고는 인민군을 이끌고 1950년 6월 25일에 남침을 해오지요. 아십니까? 1950년, 6월 25일에 북한은 이승만의 대한민국을 기습 침공해온 겁니다.」
    「알아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정완은 낙동강 전선에서 전사했습니다.」

    세상이 좁아서 이렇게 인연으로 얽혀진 것이 아니다. 거기에다 세월이 더해지면 얽히지 않은 인연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정완과 적이 되어 싸우는 이승만을 떠올리고는 착잡해졌다. 정완 또한 사람인 이상 괴롭지 않았겠는가?

    그때 고지훈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정완의 자손이 한국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