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Q&A_습지 사라질까 살아날까?경안천, 공주 유구천... 복원 사례 많은데반대자들 “인공습지 성공사례 없다” 억지

  • 4대강 훼손된 만큼 새로 조성.. 실제로는 늘어


    “강에 서식하는 물고기 목숨만 중요해? 강가에 ‘서식’하는 사람은 안 중요해?”

    지난 여름 구미보 인근 마을 회관에 마을 게이트볼대회를 위해 모인 노인들을 만났을 때다.  농어촌공사 직원에게 농경지리모델링 관련 건의사항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지만 자연스럽게 인근 해평습지에 관해 물었을 때 나온 한 주민의 대답이다.
    환경단체가 입만열면 준설로 강에 서식하는 동식물 피해를 주장하는 것을 겨냥  ‘강가에 서식하는 사람’이라고 자조한 표현이다. 

  • ▲ 낙동강 구미보 인근의 해평습지. 4대강사업에서도 보존되는 습지이다.
    ▲ 낙동강 구미보 인근의 해평습지. 4대강사업에서도 보존되는 습지이다.

    이곳은 2008, 2009년 가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으로, 모 여성 불교 환경운동가가 집중적인 활동을 하는 곳이다.
    이날 “습지가 파괴된다는데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에 주민들은 한결같이 “습지요? 해평리에 있대서 해평습지라고 하는데 농사꾼들이 보면 그냥 강물이 쫄아들어 생겨난 두덩이야.”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임하댐 생기면서 수량이 줄어들어 생겨난 풀숲인데 습지라고 외지인만 떠드는 것 같아”라고 쏘아붙였다.

    최근 한겨레신문이 4대강사업과 관련 기획을 하면서 “준설지역에 포함된 습지는 80곳은 영구 침수되거나 소실된다”며 자전거도로와 생태공원으로 생태환경이 교란될 전망이라는 보도를 내 다시 습지파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전문가 “물 많아지면 없던 습지도 새로 생겨”

    4대강추진본부는 이에 대해 “일부 구간내 불가피한 준설로 인한 기존 습지가 일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사실이나, 80곳이 전부 영구 침수되거나 소실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한강의 경우 금사습지 2%, 복대습지 4.3%, 금강의 예양습지 6%, 남촌습지 1%, 낙동강의 강정습지 0.4%, 풍산습지 6% 정도가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습지가 뭘까? 한국생태학회의 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사전적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습지(wetland)는 일반적으로 연중 물에 잠겨 있거나 주기적으로 물에 잠기는 땅을 말한다.  람사르협약에 의하면, ‘물의 깊이가 6m를 넘지 않는 모든 지역’으로 습지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습지 보전법에는 ‘담수․기

  • ▲ 한 인터넷매체에 시민기자가 소개한 기사. 낙동강 해평습지인근 준설현장을 해평습지가 망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 한 인터넷매체에 시민기자가 소개한 기사. 낙동강 해평습지인근 준설현장을 해평습지가 망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써 내륙습지 및 연안습지를 말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습지는 유수의 흐름상태에 따라 하천습지(河川, 流水濕地, lotic wetland)와 정수습지(靜水濕地, lentic wetland)로 구분되며, 일반적으로 하천습지는 하도(河道)와 범람원(floodplain)을 포함한다.

    습지가 생태에 중요한건 홍수범람시 물을 담는 기능도 하고 물고기서식지와 산란지 조류서식지 등으로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다시 습지 파괴 주장이 일부 신문에만 난 것이 아니다. 11일 불교방송 보도에 따르면 불교계 모니터링 단체인 사찰생태연구소가 남한강유역에서 4대강 사업으로 법정보호종인 포유류 2종과 조류 6종, 식물 1종이 확인됐고 주변의 습지에서는 동물의 서식지 파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또한 11월 9일 오마이뉴스에선 한 시민기자가 낙동강 구미보 인근의 해평습지가 파괴되고 있다며 인근 준설현장의 자극적인 사진을 실었다. 4월엔 가톨릭 수도자 등이 낙동강 준설현장을 돌아보여 준설현장을 보고 ‘붉은 지옥’으로 표현하기도 한 내용이 한 매체에 실렸다.
    이렇게 4대강 사업현장이 습지를 파괴하는 붉은 지옥일까?

     

    환경단체 "습지복원 성공사례없다" 주장하기도

    4대강 사업구간에는 모두 158개소 115백만㎡의 습지가 있고, 이중 12.2%(80개소, 14백만㎡)가 준설․수위변동 등으로 영향을 받는다. 또 영향받는 습지를 대신해 84곳을 새로 만든다. 전체적으로는 사업전보다 늘어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생태하천사업에 3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강별로는 한강 17개소 낙동강 11개, 금강 8개, 영산강 섬진강에 48개소 등이다.

    4대강 사업에서 대체습지가 늘어난다는데 대해서 환경단체 간부는 또 “인공습지가 한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 공주 유구천 복원 행사.
    ▲ 공주 유구천 복원 행사.

    그러나 국내에도 습지 성공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6월 복원한 공주 3대하천중 하나인 유구천이 대표적이다.
    2003년 초만 해도 유구천은 폐비닐 등 쓰레기와 축산 폐수와 뒤섞여 악취가 진동했다. 농업용수로도 못 쓰는 3급수로, 주민들은 코를 막고 지나 다녀야 했다.

    유구천이 되살아난 것은 환경부가 지속가능 발전기업 협의회·녹색기업협의회와 함께 펼치는 ‘1사 1하천 운동’에 참여한 웅진코웨이 덕분이다. 이 회사는 2006년 환경부·공주시·환경재단과 ‘유구천 가꾸기 시범 사업’ 협약을 맺었다. 사업비 53억원 가운데 15억원을 부담해 자연형 하천공원 조성, 환경교육 실시, 자정식물 식재 등 환경개선사업을 다양하게 펼쳤다.

    이 회사는 또 2003년 10월부터 직원들이 유구천 정화작업에 나섰다. 그동안 1300t의 폐비닐과 농약병을 줍고 하천에 갈대·꽃창포 등 자정식물 7만6000여 포기를 심었다.

    기업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하천을 살려냈다.

  • ▲ 경안천습지. 수질개선은 물론 수도권의 생태현장학습지로 각광받고 있다.
    ▲ 경안천습지. 수질개선은 물론 수도권의 생태현장학습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 결과, 3급수였던 유구천의 수질이 2009년 1급수로 개선됐다. 지금은 공주 시민의 상수원이자 주변지역의 주요 농공업용수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금 유구천엔 백로·왜가리 수십 마리가 한가롭게 우렁이를 잡아먹고 물을 맑게 하는 연꽃·갯버들·달뿌리풀·창포 등을 심은 생태습지가 만들어졌다. 갈대밭이 어우러진 산책로, 물고기가 다닐 수 있는 어도(魚道)도 갖춰져 있다.
    인간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생태하천으로 살아날 수 있는 사례다.

    또 하나가 경안천이다.

    수도권 2500만 주민들의 젖줄인 팔당상수원의 최대 지천으로 오염하천의 대명사였던 경안천은 경기 용인시에서 발원해 광주시를 거쳐 팔당호로 들어오는 길이 43.9km 하천이다. 1990년대 이후 팔당호로 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쏟아냈다. 수질 악화가 심해져 2002년에는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L당 8.8mg, 4급수 이하의 죽음의 하천이 됐다.
    그뒤 수년간 수질개선대책과 함께 인공습지를 만들었다.

    지난 4월엔 국내최대규모 수질정화형 인공습지 준공식도 열렸다.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광주하수처리장 인근의 희망인공습지(2만6500m²)와 지월리 중부고속도로 하단의 옹달샘인공습지(2만5000m²), 퇴촌면 광동리 광동하수처리장 인근의 청정인공습지(4만4000m²) 등 3곳이다.

    3곳에서 하루 거쳐가는 수량은 4만2500여톤. 하천수나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수련과 백련, 홍련, 부들, 꽃창포, 아이리스, 갈대 등 수생식물이 심긴 인공습지로 유입되면 유속이 느려지면서 침전되거나 식물, 토양이 유기물질과 오염물질을 흡수함으로써 자연 정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 ▲ 강원도 양구의 한반도모양 습지공원.
    ▲ 강원도 양구의 한반도모양 습지공원.

    시범운영 기간에 모니터링한 결과 인공습지를 거치면서 BOD가 평균 32.4% 줄었다. 팔당호 녹조의 주범인 총질소(T-N)와 총인(T-P)도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말에 착공해 2012년 말까지 완공 예정인 퇴촌면 정지리 2단계 인공습지(8만8000여 m², 2만6000여 평, 1일 처리능력 12만6000t)까지 조성되면 경안천 갈수기 수량인 17만 t을 모두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런 경안천은 습지공원으로 수도권의 나들이장소로 점점 유명해지고 있다.
    이외에도 난지도 인공습지, 순천만인공습지, 우포늪옆의 인공습지, 강원도 양구의 한반도모양 습지공원, 광양시 수어천의 습지인공복원 등 사양한 사례가 많다.

    이렇게 없던 것도 일부러 만들어 자연상태로 복원한 사례가 있는데도 환경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인공은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복원의 중요성 전문가도 인정

    전문가도 자연적으로 형성된 습지가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볼까?

    한국생태학회 2002년 심포지엄 강연에서 발표된 ‘하천습지의 관리기본계획에 대한 생태학적 접근’(발표자 김종원-이율경)을 보자.

    “우리나라의 하천은 댐, 물막이 보 등에 의한 조절강(regulated river)이며, 직강화, 높은 하상계수, 하계집중형의 강수패턴에 따른 수량의 변동 폭이 큰 것이 특징적이다. 이와 같이  인간간섭과 자연환경 조건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나라 하천에 대한 생태학적 관리는 하천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접근 가능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하천은 구조와 기능적 측면에서 그 원형이 크게 변형되었기 때문에 원생태계(original ecosystem)로의 완전복원(restoration)은 불가능하며, 원생태계에 근접하는 유사복원(rehabilitation)이 최고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즉 하상계수가 높다는 것은 갈수기와 홍수기의 차이가 크다는 말이고 하계 집중형 강수패턴은 여름에 집중적으로 비가 오는등 우기와 건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뜻이다.(우리나라 하상계수 300이상, 영국템즈강 8, 프랑스세느강 23, 라인강 14) 그래서 우리나라 하천처럼 인간에 의해 조절된 특징이 있는 환경에서는 원생태계와 같은 복원보다는 그에 근접하는 복원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 ▲ 강원도 양구의 한반도모양 습지공원.

     

    “하천내 생태공원도 생태계엔 유익”
    또 일부 4대강 반대하는 측에서 4대강변에 조성되는 생태공원, 습지공원을 ‘놀이공원’, 또는 ‘위락시설’이라고 폄하하는 데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눈은 다르다.

    이 논문에서 설명한 자연생태공원의 개념을 보자.

    “자연생태공원은 인간이 중심이 되는 일반 도시공원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야생생물이 주체가 되는 자연자원의 현지내(in-situ) 보전이다. ‘공원’이란 명칭이 포함되어 있으나, 하천 제외지 내에서 추구하는 ‘자연생태공원’이란 ‘하천 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인간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기존의 조경공원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생태공원도 생태계복원을 위한 하나의 수단임을 분명히 설명한 것이다.

  • ▲ 금강 행복2지구의 합강습지. 훼손시키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다.
    ▲ 금강 행복2지구의 합강습지. 훼손시키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다.


    결국 인공으로 복원된 습지도 자연습지만큼 가치있는 자연자원임을 알 수 있다.

    생태학자이자 4대강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인 차윤정 박사는 “습지는 조성된 것 말고도 또 늘어날 수 있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하천에서 물과 뭍이 만나는 경계지점에서 또 새로은 습지가 생겨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학교 신현석 교수는 “습지는 말 그대로 물이있는 땅으로. 물고기가 있고 새가 모인다. 정화기능도 있다.”며 “핵심은 물이 있는 곳으로 물이 없을 땐 이미 습지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우포늪도 2008년 2009년 가뭄으로 위태로웠다.”고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강 행복2지구 공사현장의 관계자도 "합강습지, 한나래공원 등 공사구역내 습지는 보존시킨다. 또한 1대5로 완만한 둔치에는 또다시 습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엔 실제로 둔치에 갯버들 군락지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10월 묘목을 심기도 했다. 

    ◆람사르협약이란?
    람사르협약은 1971년 2월 2일 카스피해에 접해 있는 이란의 휴양지 람사르에서 채택된 국제환경협약이다. 이 지명을 따서 협약 이름이 만들어졌다. 람사르협약의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현재 총 158개국이 람사르협약에 가입했으며, 우리나라는 1997년 3월 28일 101번째로 가입해 습지보전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습지는 세계에서 1700개소가 넘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강원 인제의 대암산 용늪, 경남 창녕의 우포늪, 전남 신안 장도 습지와 순천만 갯벌, 제주의 물영아리오름, 충남 태안의 두웅습지, 울산 울주군의 무제치늪, 전남 무안 갯벌 등이 등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