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불법체류자는 보호하면서 피해자 인권은 무시했던 행태에 싸늘한 시선이번 기회에 북한 인권, 범죄 피해자 인권 보호 등 '정상적인 다수' 위해 바뀌어야
  • 11월 초부터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1월 1일에는 유남영, 문경란 인권위 상임위원이 사퇴했고 10일에는 조국 서울대 교수가 비상임위원직을 사퇴했다. 15일부터 지금까지 전문위원과 자문위원 67명이 동반 사퇴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측은 660개의 ‘자칭 인권단체’들이 모였다는,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이들은 ‘현 위원장이 인권위 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독립성을 훼손했다며 전국적인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과 독립성 훼손은 무엇?

    이들이 말하는 현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과 독립성 훼손은 이렇다. 먼저 ‘합의제 기관’ 원칙 무시. 지난 2월 현 위원장은 북한인권법안 관련 안건에 대해 전원위원회의 가결도 거치지 않고 마치 위원회의 의견인 것처럼 국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또 용산 철거민 사태 등의 안건이 접수된 후 의견서 제출 과정에서 회의를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게 ‘독단적 운영’이라고 한다.

    여기다 <MBC>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 국가가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총리실 민간사찰,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에 대한 의견 표명 여부를 전원위에서 모두 부결시켰던 것도 ‘독단적 운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다음 대책회의 측이 제기하는 문제는 ‘독립성 훼손’이다. 이들은 현 위원장이 우파 성향 위원이 좌파 성향 위원보다 숫자가 많아진 후 현 정부에 부담이 되는 의견을 내지 않고, 국가보안법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으며 국회에서도 인권위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듯 한 발언을 한 점을 들어 ‘독립성 훼손’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위와 같은 문제제기와 함께 ‘인권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별정직으로 근무했던 이들도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차가운 겨울 시멘트 바닥에서 단식농성을 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등의 주장을 전하며 현 위원장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 중이다.

    인권위의 독립성, 그리고 독립적 의견들

    그렇다면 인권위의 ‘독립성’은 어떤 것일까. 인권위는 2001년 5월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2001년 11월 26일 설립된 법률기관이다. 헌법기관과 같은 ‘독립성’은 없다. 인권위는 인권 보호를 위해 의견(또는 권고)를 낼 수 있고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등에 대한 진정 접수·조사를 할 수 있으며, 관계기관에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다. 조직은 위원장과 11명으로 구성된 전원위원회, 17명의 위원이 있는 5개 위원회, 사무처(5국 1실 8과 7담당관)로 구성돼 있다. 처음 설립 당시에는(왜 필요했는지 모르겠으나)인권위원장에게는 국가 1급 기밀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도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인권위의 권고 중에는 중고생들의 두발규제, 동성애자의 군 입대 금지, 병역거부 처벌, 국가보안법, 수배자 단속을 위한 불심검문 등이 ‘인권침해’라는, 평범한 시민들로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권고들이 많았다. 또한 교사와 공무원들의 정치활동 허용, 경찰 등 법 집행기관의 범죄자 체포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는 ‘인권보호 직무가이드’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준 바 있다.

    이와 별개로 황당한 ‘권고’도 있다. 2005년 성범죄자의 개인신상정보공개 제도 도입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한 적이 있었고, 2009년 6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불법체류자 단속 중 숨겨둔 신분증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뱃살이 노출된 것을 본 33세의 중국인이 인권위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제소하자 ‘뱃살 노출’을 ‘인권침해’로 인정, 해당 직원에게 경고조치를 한 게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참혹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외면하면서도 이라크, 미얀마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는 등 수많은 분야에서 ‘이중 잣대’를 들이대 수많은 시민들의 질타를 받아 왔다. 

    모든 문제가 위원장의 도덕성과 독재 탓?

    때문에 지금까지 인권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2008년 이후 현 위원장이 인권위원장으로 부임하자 외부단체들까지 끌어들여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권위 직원들의 일탈 행위마저 현 위원장 때문이라는 듯한 인터뷰도 하고 있다.

    지난 11월 2일 주요 언론은 인권위 직원들의 비리에 대해 보도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2일 “외국 교육 기간의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7급 공무원 A씨가 도박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거쳐 해임 처분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A씨는 2009년 12월 31일부터 태국의 직무 관련 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2010년 중반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23일간 모든 연락을 끊은 채 도박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인권위가 국회 운영위원회 이춘석(민주당) 의원에 제공한 ‘인권위 공무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2008년 6월 17일 계약직 직원이었던 B씨는 오후 10시께 동료 직원 등 5명과 함께 회식하는 자리에서 동료 여직원의 허리와 볼을 강제로 만지고 볼을 비비는 등 성추행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2008년 2월 18일에는 고위 간부인 C씨가 사무실에서 동료 직원을 폭행해 견책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일탈행위에 대해 한 인권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게 ‘인권위는 기관 특성상 도덕성이 더 요구되는 기관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현 위원장의 지도 체계와 도덕성이 흔들리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차라리 잘 됐다. 이참에….”

    이처럼 자신들의 문제마저 ‘남의 탓’이라는 인권위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동안 아동 성폭행범, 연쇄살인자에 대해서는 ‘인권’을 내세워 감싸주면서 정작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우파 진영은 최근 인권위의 내홍을 반기고 있다. 차라리 모든 인권위원들이 사퇴한 이번 기회에 위원장을 포함해 모든 직원들이 사퇴한 뒤 평범한 시민과 범죄 피해자, 북한 인권문제를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수뇌부과 위원, 직원들로 새 출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정상적인 사람’들에 의해 인권위가 운영된다면 지금까지 범죄자 대신 경찰과 피해자를 옥죄던 각종 ‘인권 규정’도 고칠 수 있고, 흉악범들이 ‘인권’ 운운하며 경찰, 검찰과 소시민들을 협박하고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괴롭히던 ‘꼴’도 점점 줄어들 것이며 같은 동포인 ‘북한 주민들, 탈북자 인권’에 대해서도 당당한 목소리를 내리라 믿기 때문이다.

    우파 진영과 다수의 시민들이 바라는 인권위의 모습은 ‘비정상적인 소수의 인권’이 아닌 ‘정상적인 다수의 인권’을 지키는 ‘파수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