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위속 음식물 그대로...점심 식사후 반신욕 한듯
  •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숨진 채 발견되기 전날 반신욕을 하다가 심장질환으로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9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황씨는 9일 오후 3시10분께 자택에 도착해 반신욕을 하던 중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타살혐의점이 없어 내사 종결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황씨의 위 내용물에서 소화되지 않은 콩나물과 부추 등이 발견돼 마지막 식사 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황씨가 반신욕을 하던 중 심장 질환으로 자구력을 상실하고 욕조에 있는 물을 마시면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결론지었다.

    또 시신 발견과 검안 당시 이미 복부가 팽창, 부패해 푸른색을 띄고 있었고, 사체 강직이 상당히 풀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강의 수강생인 강모(62.여)씨와 매일 오후 6∼8시에 안부전화를 하는데 지난 9일에는 전화가 없었고, 반신욕 이후에 별도의 식사를 않고 가벼운 간식을 먹는데 가사도우미가 냉장고에 넣어둔 간식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황씨는 사망 당일 오전 9시40분께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 출근해 일과를 보다가 오후 1시20분께 수강생 강씨가 만들어 준 콩나물무침, 배추김치, 부추김치, 과일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떼우고서 오후 3시께 퇴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후 3시10분께 자택에 도착한 황씨는 신변보호팀의 부축을 받으며 2층 방에 들어가 평소처럼 안에서 문을 잠그고 휴식에 들어갔으며, 이날 퇴근 후에도 매일 규칙적으로 해온 반신욕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황씨는 10일 오전 욕조 안에서 알몸으로 우측 방향으로 비스듬히 누운 채 입과 코가 반쯤 욕조 물에 잠겨 숨진 상태로 신변보호팀에 발견됐다.

    경찰은 "평소 황씨가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려 귀가 즉시 방문을 잠그고 아침 출근시간까지 외부 출입이 전혀 없으며 신변보호팀에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점 때문에 사망 사실을 늦게 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지난해 1월부터 계단을 오르내릴 때 부축을 받아야 하는 등 기력이 쇠약해졌고 지난 3월에는 체력 저하로 야간 강연 요일을 조정했으며 5월엔 경찰병원에서 부정맥 소견을 진단받아 매일 약을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