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다가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하거나 갑작스러운 일이 느닷없이 터졌을 때 쓰는 말입니다. 민간에 전해오는 이 말의 뿌리를 캐봅니다.

  •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예전에 남성들은 아내를 잃으면 개가는 물론이고 첩까지 두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여성들은 한번 시집가면 죽어도 시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우리 고유의 전통 풍습에 따라서 남편이 죽더라도 개가를 못하고, 수절을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여성이 새 시집을 간다는 건 유교사회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이 때문에 젊은 여성이 남편과 사별을 하더라도 청상으로 수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여성 차별적인 악습은 근대적 제도개혁이랄 수 있는 갑오경장(1894년)이 일어나면서 많이 개선되어, 남편 잃은 여성들도 새로 시집을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남편이 죽거나 하여 청상과부가 되면, 청상이 된 여성을 연모하거나 흑심을 품었던 남성들이 담을 넘어 남몰래 정분을 나누는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였는데, 이 일이 발각되면 당사자들은 심한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말할 나위없는 수모와 고통을 겪어야 했기때문에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하고도 비밀로 쉬쉬했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청상들 중 더러는 밤중에 누가 몰래 업어가기를 바랐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일을 당한 여인들은 은밀한 대화에서 남자의 거시기를 홍두깨에 비유하게 되었고, 이말이 퍼지고 퍼져 '아닌밤중에 홍두깨'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전해집니다.
    홍두깨란 예전에 방망이나 다듬이질을 할 때 사용하던 도구였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홍두깨'가 바로 남성의 거시기처럼 둥글고 길쭉하게 만들어졌기에 男根에 빗대어 표현한 말인 것입니다. 윤리적 규범이 서있던 예전에는 거시기를 나타내는 용어를 직접 입에 올리기가 꺼림칙하니 모양이 비슷한 '홍두깨'에 비유했던 것이지요. 즉 '아닌 밤'은 '뜻하지 않은 밤중' '뜻밖의 때'를, '홍두깨'는 남성의 男根을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